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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8.02.24 03:06

저성장 돌파한 日本 기업 <8> 미스미그룹

미래 불투명한 부문 과감하게 매각
웹사이트 검색·주문 시스템 정착시켜
'주문 즉시 납품' 실현

저성장 시대 일본에서 7년 연속 두 자릿수 영업이익률을 달성하면서 연평균 매출액 증가율이 9%를 넘는 대기업이 있다. 자동화기기와 금형 부품을 생산하는 미스미(MiSUMi)라는 회사다. 2000년에만 하더라도 사원 수 300명에도 못 미쳤던 중소기업 미스미가 이젠 사원 수 1만명을 웃도는 대기업으로 도약했다. 비결이 뭘까

1.적자사업 부문은 분할해 매각

미스미는 1963년 출범, 주로 전자기기와 베어링 판매를 담당하는 상사(商社)였다. 그러던 2002년 사에구사 다다시(三枝匡) 현 이사회 의장이 사장으로 취임하면서 전환점을 맞았다. 당시 미스미는 매출액이 전년 대비 19%나 감소하면서 위기를 맞은 때였다. 이전까지 '기업회생 전문가'로 활동하던 사에구사 사장은 미스미에 가장 중요한 건 '회생'이 아니라 '개조'라고 판단하고, 가장 먼저 미래가 불투명한 다각화 사업을 정리했다. 매출액이 연 20억~30억엔에 달하지만 적자에 허덕이던 3개 사업을 분할 매각했고, 준비 중이던 4개 사업을 중단했다. 수익성에 대한 확신 없이 시장점유율에 대한 낙관적 전망만 갖고 추진하던 사업에서 발을 뺀 것이다. 이를 통해 수익성을 다시 두 자릿수로 개선하면서 지속 성장을 위한 투자 기반을 확보했다.

사에구사 사장은 취임 직후 홋카이도 고객사로부터 "고객불만 처리방식이 개선되지 않아 거래를 끊겠다"는 전갈을 받자 바로 홋카이도로 날아가 양해를 구하고 계약을 유지했다. 거래 당사자는 물론 직원들도 모두 놀랐다고 한다. 미스미 개혁에 전력투구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일화이다.

2.상사에서 제조업으로 영역 확대

사에구사 사장은 미스미의 주업을 상사에서 제조업으로 전격 전환했다. 상사는 구매 업무를 대행해주는 게 핵심이라 보통 제조 기능을 보유하지 않고 있다. 수천여 개에 이르는 제조사와 협력 관계를 유지하곤 있지만 제조업에 대해 잘 모르다 보니 경영 전략에 변화를 주고자 할 때 한계가 있다는 부분을 절감했다. 이에 사에구사 사장은 매출의 60%를 미스미에 의존하던 협력업체인 스루가정기(駿河精機)를 2005년에 흡수, 상사에 제조 기능을 더했다. 합병이 시너지 효과를 내면서 2006년도 매출액(1181억엔)은 전년보다 12.1% 증가했고, 영업이익(156억엔)은 20% 늘어났다.

사에구사 사장의 몸집 불리기는 2012년에도 이어졌다. 세계 최대 금형부품업체인 미국 데이턴(Dayton)과 앵커라미나아메리카(Anchor Lamina America)를 인수·합병(M&A), 당시 453억엔이었던 해외 매출을 이듬해 773억엔까지 성장시켰다. 사에구사 시장 취임 당시 8% 정도였던 미스미의 해외 매출 비중은 2016년 기준 46%까지 상승했다.

3.독자적 비즈니스 모델 'QCT'

미스미가 제조 기능을 갖추면서 얻은 가장 큰 이점은 '미스미 QCT 모델'이라 불리는 독자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확립할 수 있었던 점이다. 미스미 QCT 모델은 상품 표준화에 기반한 카탈로그, 1개 상품이라도 미크론(1000분의 1㎜) 단위 정밀 부품을 빠르게는 하루 만에 출하, 고품질(Quality)·저비용(Cost)·단기 납기(Time)를 실현하는 내용이다.

일반적으로 금형 부품은 부품 하나하나 도면을 작성, 소규모 부품 제조업체에 발주하고, 가격과 납기일을 교섭한다. 이런 식으로라면 납기까지 보통 2~4주 걸린다. 반면 미스미는 표준화한 800해(1조의 800억배)개 상품을 웹사이트를 통해 검색하고 주문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 엄청난 규모 상품을 QCT 모델로 적시 생산할 수 있을까. 비결은 바로 반제품에 있다. 제작 과정에 있는 상품을 반제품 형태로 대규모 생산, 재고로 가지고 있으면서 주문 즉시 최종 상품으로 만들어 납품하는 것이다. 베트남 등 글로벌 최적 생산기지에서 양산 능력을 확보한 상태에서 소비자들이 요구하는 소규모 상품 생산에 즉각 대응하는 방식으로 단기 납기와 재고 최소화 효과까지 내는 경영전략이다. 미스미 QCT 모델에 1000개 이상 협력업체들이 적극 참여하도록 설득한 것도 성공 비결 중 하나다.

사에구사 사장은 "침체를 겪는 기업에서는 전략뿐 아니라 사내 비즈니스 프로세스에 문제가 있는 경우가 많다"면서 "비즈니스 프로세스란 사업에 있어서 일련의 흐름인데, 제조업체는 제품 개발→생산→판매→애프터서비스로 이어지는 고리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결국 미스미 QCT 모델은 사에구사 사장이 사내 비즈니스 프로세스 개혁을 고민하면서 나온 산물인 셈이다.

4. 제조 과정 디지털화해 시간 단축

제조 부문을 디지털화한 것도 미스미의 고도성장 원인으로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다. 대표적으로는 '래피드 디자인(RAPiD Design)'과 '메비(meviy)'로 불리는 설비설계 지원 프로그램 도입을 들 수 있다. 설계 과정에서 부품 선정과 견적을 자동화, 발주 시간을 크게 단축할 수 있는 도구를 고객 기업의 설계 담당자에게 제공하는 것이다.

래피드 디자인은 설비 설계 단계마다 설계 담당자의 업무를 지원하는 유용한 정보를 제공할 뿐 아니라 부품 검색, 선정, 견적 과정을 자동화했다. 메비는 3D로 CAD(computer-aided design)를 할 때 통계 데이터를 입력하기만 해도 3D 형상을 인식, 견적이나 발주를 가능하게 하는 온라인 서비스다. 금형 부품뿐 아니라 공장자동화 관련 상품에까지 적용을 확대하고 있다. 현재 미스미의 웹 발주율은 85%에 달한다. 웹 카탈로그 도입과 웹 주문 시스템, 이런 제조 부문의 발 빠른 디지털화는 현재 미스미의 성장에 단단한 도약대를 제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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