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석학 속속 모셔가는 글로벌 기업들… 자율주행 5년내 완성"

입력 2018.02.10 03:06

UC버클리 AI연구소장 트레버 대럴

2030년 美 제치려는 중국 인공지능 기술
아직 유럽·일본 등 선진국에 못미쳐

UC버클리 AI연구소에는 교수·대학원생 100명 이상이 참여한다. 트래버 대럴 소장은 “글로벌 기업이 대학 연구 성과를 경쟁적으로 상용화하면서 AI 기술 발전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고 말했다.
UC버클리 AI연구소에는 교수·대학원생 100명 이상이 참여한다. 트래버 대럴 소장은 “글로벌 기업이 대학 연구 성과를 경쟁적으로 상용화하면서 AI 기술 발전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고 말했다. /엔비디아
인공지능(AI) 분야 선두 주자이자 세계 최대 그래픽 칩 회사인 엔비디아의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는 지난해 9월 미국 캘리포니아주 UC버클리에서 열린 '엔비디아 AI 데이'에서 "정말로 UC버클리의 (AI 분야) 연구 성과보다 더 뛰어날 순 없을 것"이라며 "여러분은 (미래를 여는) AI·컴퓨터 과학·자율 기계의 교차로에 서 있다"고 말했다. 황 CEO는 지난 2016년 초 세계 최초 심층 학습(deep learning) 전용 수퍼컴퓨터 '엔비디아 DGX-1'이 개발되자마자 UC버클리 AI연구소에 기증했다. 고속 연산, 빅데이터(대용량 데이터) 분석 등이 가능한 최신 장비를 활용해 AI 연구에 속도를 내달라는 의미다.

황 CEO가 이처럼 UC버클리 AI연구소에 관심을 쏟는 이유는 이 연구소가 자율주행차에 필요한 AI 기술을 개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엔비디아 외에 삼성전자, 도요타, 포드, 폴크스바겐, 퀄컴, 파나소닉 등도 지난 2016년 UC버클리 AI연구소에 각각 30만달러(약 3억2600만원)를 투자했다.

UC버클리 AI연구소장 트레버 대럴 프로필
UC버클리 AI연구소는 미국 스탠퍼드대·MIT, 캐나다 토론토대·몬트리올대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세계적인 AI 연구 집단이다. 교수 20명, 대학원생 100명 이상이 참여하고 있다. 연구소를 이끄는 트레버 대럴 소장을 만나기 위해 UC버클리 정보기술연구동 7층을 찾았다. 샌프란시스코를 상징하는 금문교와 샌프란시스코만이 창문 너머로 보이는 연구 공간에서 교수·대학원생들은 외부인에게 눈길 한번 주지 않고 자신의 연구에만 몰두했다. 대럴 소장은 WEEKLY BIZ와의 인터뷰에서 "구글, 페이스북 등이 AI 혁신을 주도하는 것은 산업과 학문 사이의 벽을 허물고 협력하기 때문"이라며 "기업들이 대학의 연구 성과를 경쟁적으로 상용화하면서 AI 기술의 발전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고 했다. 대럴 소장은 "중국의 AI 역량이 강력한 건 맞지만 아직까진 (미국을 따라잡기에는) 학술 연구 규모가 유럽, 일본 등 선진국만큼 크지 않다"고 했다.

산·학 협력: AI 황금기 여는 열쇠

제프리 힌턴(토론토대 교수), 얀 르쿤(뉴욕대 교수), 페이페이 리(스탠퍼드대 교수), 요수아 벤지오(몬트리올대 교수) 등 AI 분야 석학들은 구글·페이스북·삼성전자의 AI 연구를 지휘하거나 공동 연구를 진행 중이다. 대럴 소장 역시 소셜네트워킹서비스(SNS) 핀터레스트의 기술 고문으로 활동 중이다. 대럴 소장은 "대학의 연구 혁신과 기업의 자본이 만나 AI 연구가 황금기를 맞고 있다"고 했다.

―글로벌 기업들이 왜 대학의 AI 연구에 관심을 갖게 된 건가.

"과거에는 대학의 연구 성과가 논문으로 발표된 다음, 제품에 반영되기까지 10년이 걸렸다. 지금은 전 세계 대학 연구실에서 발표된 논문이 상용화되는 데 6개월밖에 안 걸린다. 페이스북은 불과 몇 주 만에 논문으로 발표된 얼굴 인식 알고리즘을 자신의 서비스에 반영했고, 이는 광고 매출 증가로 이어졌다. 산·학 연구가 시너지를 내면서 최근에는 기업들이 경쟁사보다 먼저 대학에서 필요한 기술을 얻으려고 노력한다."

―AI 학자들이 기업에서 일하는 사례가 늘고 있는데.

"AI 연구가 황금기에 접어들면서 기업들이 자신이 갖고 있는 문제를 해결해줄 고급 기술 인력이 필요하게 됐다. 구글, 페이스북, 아마존은 자체적으로 AI 연구 그룹을 운영 중인데, 대학생·대학원생 인턴십으로 문호를 개방하고 산·학 협력을 확대하고 있는 추세다. 구글이나 페이스북 같은 기업들이 산업과 학문 사이에 벽을 쌓고 산·학 협력에 적극 나서지 않았다면 지금처럼 AI 혁신을 주도할 수 없었을 것이다."

중국: AI 강하지만 선진국과 격차

중국은 지난해 8월 정부 차원에서 '2030년까지 미국을 제치고 AI 분야 세계 1위에 오르겠다'는 AI 육성 계획을 발표했다. 대럴 소장은 "중국에 뛰어난 연구 인력이 많은 건 사실이지만, 아직은 미국 등 AI 선진국과 기술 격차가 있다"고 했다.

―중국의 AI 연구 역량을 어떻게 평가하나.

"중국의 AI 연구 역량에 대해서는 다양한 평가가 나오고 있고, 나 역시 쉽게 결론을 내릴 순 없다. 중국에 뛰어난 연구 인력이 많은 건 사실이다. 매년 미국 내 정상급 대학인 UC버클리, MIT, 스탠퍼드에 AI 연구를 위해 유학을 오는 중국 학생들을 본다. 하지만 이들의 상당수는 미국에 남아서 연구를 계속하거나 중국 외에 다양한 기업에 진출한다. 중국의 학술 연구 규모는 아직 유럽, 일본 등 AI 선진국에 못 미치는 수준이다."

―한국이 AI 분야에서 경쟁력을 가지려면 무엇을 해야 하나.

"정부는 초등학교부터 대학에 이르기까지 교육에 꾸준히 투자해야 한다. 젊은 연구자들에 대한 기금 지원을 늘려 연구 열기를 지피는 것도 중요하다. 학생들이 교수들과 자유롭게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교환할 수 있는 문화가 캠퍼스에 확산되어야 한다. 기업의 경우 대학과 머리를 맞대고 협력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자율 주행: 기술적 문제 5년 내 해결

대럴 소장은 "완전 자율 주행을 구현하기 위한 AI의 기술적 문제는 5년 내 해결될 것으로 본다"면서도 "AI 기술만 있어서는 안 되고 통신, 도로 등 인프라도 같이 발전해야 새로운 기술의 혜택을 누릴 수 있다"고 했다.

―자율 주행차에 필요한 AI 기술을 개발 중인데.

"5년 이내에 제한된 상황에서 완전 자율 주행은 가능할 것이라고 본다. (완전 자율 주행을 구현하는 데 필요한) 기술적 문제를 5년 이내에 모두 극복할 수 있다는 의미다. 완전 자율 주행을 위해선 차량이 언제 어디서나 통신과 연결되어야 하고 주변 차량과 실시간으로 완벽하게 정보를 공유해야 한다. 집에서 일터까지 이동하는 시간도 한 치의 오차 없이 계산할 수 있어야 (과속으로) 사고가 나지 않는다. 실제 시장에서 우리의 기술이 받아들여지고 완전 자율 주행 차량이 도로를 달리기 위해선 인프라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인공지능 석학인 그가 꿈꾸는 최종 목표가 궁금해졌다. 그는 "내가 연구하는 AI의 최종 목표는 인간과 같은 지능을 가지면서도 우리를 돕는 존재다. 궁극적으로 인류와 AI가 공존하며 서로 행복할 수 있는 세상을 꿈꾼다"고 했다. 그러나 AI는 인간의 일자리를 위협한다. 인류의 친구가 아니라 적이 될 수 있는 것 아닌가. 대럴 소장은 "분명히 말할 수 있는 건 AI로 (생산성 향상 등) 엄청난 경제적 가치가 창출된다는 점"이라며 "정부는 일자리 문제와 더불어 경제적 가치를 모든 사람이 어떻게 공평하게 나눠 가질지 고민해야 한다"고 답했다. AI 시대가 낳는 문제의 해결사는 정부라는 말처럼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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