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 재개발은 싫다" 도시 리모델링에 ICT 입히자 일자리 ↑

입력 2018.02.10 03:06

[Cover story] City Renaissance

미래형 스마트시티

일본 가시와노하 인구 1000명 마을 스마트 신도시로
스페인 바르셀로나 쇠퇴한 방직 공단이 첨단도시로 탈바꿈
독일 하펜시티 함부르크 인근에 '물과 낭만의 도시'

낡은 도시를 새롭게 개조하는 사업은 새로운 현상은 아니다. 1950년대에는 2차 세계대전으로 무너진 도시를 원상으로 되돌리는 '도시 재건(urban reconstruction)', 1970년대 이후로는 시대에 뒤떨어진 건물과 시설을 리모델링하는 '도시 재개발(urban renewal, urban redevelopment)'이 화두였다. 세계은행은 칠레의 산티아고 재정착 프로그램, 아르헨티나 푸에르토 마데로 재개발 프로그램 등을 성공적인 도시 재건·재개발 사례로 꼽았다.

하지만 물리적 환경 개선에만 의존하는 재개발은 효과가 한시적이라는 지적이 많아지면서 등장한 게 '도시 재생(urban revitalization, urban renaissance)'이다. 단순하게 건물 외양 개선에 그치는 게 아니라, 산업·경제 활동에 활력을 불어넣어 근원적인 경쟁력을 확보하는 사업이다. 최근 선진국을 중심으로 각광받는 도시 재생은 스마트 기술을 활용한 이른바 '스마트 재생'이다. 사물인터넷(IoT)을 활용하면서 친환경 에너지 생산·공급 시스템 등까지 구축, 단순히 노후 도심을 되살리는 차원을 넘어 도시 전체에 ICT(정보통신기술) 옷을 입히는 스마트시티 건설작업이다.

미국 뉴욕시 내 초대형 신도시 건설 계획인 허드슨 야드 프로젝트 역시 전력 자급자족을 강조하는 스마트 재생 사업 중 하나다. 자체 열병합 발전소를 만들어 테러나 태풍·홍수 등 각종 자연재해가 닥쳐도 대규모 정전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마이크로그리드(microgrid)' 체계 구축이 핵심이다.

가시와노하

:정전 없는 에너지 자족 도시

일본 도쿄 인근에서는 10년 전까지 인구 1000명에 불과했던 작은 마을 가시와노하(柏の葉)가 있다. 가시와노하 프로젝트는 이 작은 마을을 스마트 도시로 개조하는 사업이었다. 출발은 1999년 도쿄대가 도쿄의 비싼 땅값 때문에 이곳에 진출해 캠퍼스를 만들면서였다. 학교 건물을 빼면 별다른 생활 편의 시설이 없어 교수·학생들이 불편을 호소했다. 그러자 이 일대 땅을 보유했던 미쓰이부동산, 도쿄도, 가시와시가 함께 나서 캠퍼스 재개발을 넘어 스마트 도시 프로젝트를 출범시켰다. 사업이 한창 진행 중이던 2011년 동일본 대지진을 겪은 뒤로는 에너지 저장시설, 태양광 발전 등을 활용해 도시 스스로 에너지 문제를 해결하는 모델을 만드는 데 노력을 기울였다. 2014년 1차 개발을 마친 이후 전력회사로부터 공급받는 전력 사용량은 최대한 줄이고, 태양광 발전으로 자체 생산한 전력을 활용해 도시 전체 전력 수요를 충당하는 실험이 활발하다. 가시와노하 인구는 이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1만여 명까지 증가한 상태다.

바르셀로나

:방직공장 지대가 첨단 산업단지로

스마트 재생 사업이 가장 활발한 곳은 유럽이다.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22@바르셀로나' 프로젝트는 방직 공장 등 쇠퇴한 전통 제조업 지대를 첨단 도시로 바꾼 대표 성공 사례로 꼽힌다. 바르셀로나는 1992년 올림픽 개최를 계기로 이 일대를 지식집약형 첨단도시로 바꾼다는 계획을 세웠다.

바르셀로나시는 인프라 투자에 먼저 나서 개발을 원하는 사유지 소유주들에게 용적률 제한을 풀어 주는 대신 일정 비율의 토지를 기부채납 하는 방식으로 공공 부지를 확보했다. 도로와 항만시설, 교통 인프라 정비를 마친 뒤, 광역 무선통신망을 깔아 기초를 다쳤다. IT를 통해 주차 동향이나 교통량을 실시간으로 점검하고 인근 바닷물을 끌어와 냉방에 활용하는 등 전력 자급자족이 가능한 스마트 도시 건설을 시작했다.

2000년부터는 본격적으로 정보통신·미디어·디자인·에너지·의료 등 5대 고부가가치 산업을 육성하면서 스마트 도시 틀을 잡아갔다. 외국 기업이 입주하면 첫해 임대료를 깎아주는 등 다양한 기업 유치에도 적극적이었다. 5대 산업 관련 대학을 유치, 인재 인프라를 다지고 기업 성장 지원 프로그램도 제공하자 기업이 몰려들었다. 2000년 이후 8200여 개 기업과 더불어 9만 명 이상 일자리가 새로 생기는 성과를 남겼다.

하펜시티

:친환경·조경 두 마리 토끼 사냥

독일 최대 무역항 함부르크 인근 산업지구 하펜시티는 '물과 낭만의 도시'를 회복하는 친환경 재생에 초점을 맞췄다. 건축 허가를 위해선 친환경 공법과 에너지 효율성을 정부로부터 인증받아야 하고, 새로 조성하는 건물은 고도제한을 적용, 건물 사이 밀도는 높이고 도로와 공공부지 밀도는 줄여 공원 같은 도시를 꾸미고 있다.

규제가 들어가면서 참신한 디자인 건축물이 나오기 어려울 것이란 우려도 있었지만, 조경과 친환경을 동시에 충족하는 건물들이 속속 등장하면서 도시 전체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그중에서도 지난해 1월 문을 연 엘프필하모니 홀이 하펜시티 최고 랜드마크로 꼽힌다. 콘서트홀과 호텔을 합친 복합 건물로, 1960년대에 만들어진 카카오 창고 외형을 그대로 보존하면서, 그 위에 물결 치는 듯한 크리스털·철제 건물을 올린 '건물 위의 건물'로 불린다. 현존하는 전 세계 콘서트홀 가운데 가장 뛰어난 음향 시설을 갖춘 홀로 명성이 높다. 지난 1년 동안 이 일대 방문객이 450만 명을 넘었고, 홀에선 85만 명 관객이 600여 개 콘서트를 즐겼다. 건물만 보러온 사람도 7만여 명에 달했다.

●Knowledge Keyword

도시 재건(urban reconstruction)

전쟁이나 자연재해 등 물리적으로 파괴된 도시의 건축물과 주요 시설을 복구하는 작업. 두 차례의 세계대전을 치른 유럽 각국의 재건축 사업이나 한국전쟁 이후 진행된 다양한 시설 복구 사업이 여기에 해당한다.

도시 재개발(urban renewal)

경제적으로 낙후된 지역이나 오래된 건축물을 새롭게 단장하는 건축 사업. 산업혁명을 일찍 겪은 유럽에서 제조업 경쟁력 약화와 산업 공동화, 그로 인한 인구 감소로 쇠퇴한 도시 기능을 되살리기 위해 1970~1980년대에 진행됐다.

도시 재생(urban revitalization)

경제적 기능뿐만 아니라 사회·문화·환경의 기능을 함께 되살리는 데 무게를 둔다. 문화유산이나 자연환경을 최대한 보호하면서 지역민들의 생활수준을 높이는 것까지 고려한 방식이다.

스마트 시티(smart city)

교통·날씨·치안·전력 등 다양한 도시 기능에 정보통신기술(ICT)을 접목한 최첨단 도시. 태양광 발전과 물 재활용 등 친환경 에너지, 초고속 이동통신과 사물인터넷(IoT)을 활용한 교통 체증 해소, 빅데이터와 실시간 감시 시스템을 이용한 자연재해 조기 대응 등 도시의 필수 기능을 효율적으로 운영하는 게 목적이다.

놓치면 안되는 기사

팝업 닫기

WEEKLY BIZ 추천기사

Cover story

더보기
내가 본 뉴스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