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LY BIZ] 공룡의 大변신… 도심 소형매장서 모바일로 "배달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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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18.02.10 03:06

      기존 매장의 30분의 1 크기… 침구류·주방가구 '한정 매장'도 열어

      세계 1위 가구회사 이케아(IKEA) 매장은 세계 어딜 가나 '놀이공원'을 떠올리게 한다. 광대한 매장에 가구나 소품을 실제 집이나 사무실처럼 하나하나 전시해놓는다. 그리고 고객들이 동선을 따라 돌아다니면서 제품을 고른 다음, 직접 차에 싣고 집에 가서 조립하는 체계다. 국내 1호점인 광명점은 물론 49개국 411개 매장이 대개 다 비슷했다.

      그런데 최근 이 '가구공룡'이 달라지고 있다. 이케아 전통을 불편해하는 소비자가 늘어나는 조짐을 보이자 변신을 거듭하고 있다. 주로 시 외곽에 대형 매장을 고집하던 방식을 버리고 도심에 소형 매장을 열었다. 또 온라인 판매를 강화하면서 배달 서비스도 확대하고 있다. 가구라는 핵심 사업에만 올인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관련 기업을 M&A(인수·합병)하면서 영토를 확장하고 있다.

      이른바 '이케아 2.0' 프로젝트. 가구업계 지존(至尊)이라도 끊임없이 변화하는 소비자 요구에 대응하지 않으면 도태될 수 있다는 위기감에서 나왔다.

      지난해 9월 선임된 예스페르 브로딘(Brodin·50) 이케아 최고경영자(CEO)는 "도시로 인구가 몰리고 모바일 기기를 통한 구매 행태가 확산하면서 물건을 구매하는 패턴이 완전히 달라졌다"며 "이케아도 새로운 전통을 수립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①소형·전문 매장으로 도심 공략

      영국 런던의 최대 규모 쇼핑몰인 '웨스트필드 스트랫퍼드 시티'에 2년 전 이케아 매장이 하나 들어섰다. 단층으로 이뤄진 이 매장 규모는 약 900㎡. 일반 이케아 매장(평균 3만㎡)과 비교하면 30분의 1에 불과하다. 다른 이케아 매장처럼 침구류, 책상, 소품 등을 쇼룸 형태로 진열해 놓긴 했지만, 가짓수는 300여 개에 불과하다. 보통 이케아 매장이 8000개가 넘는 제품을 취급하는 '대형 할인점'이라 치면, 이곳은 '편의점' 수준이다. 매장이 좁다 보니 쇼룸에서 물건 번호를 적어서 나중에 나오는 길에 대형 창고에서 직접 제품을 찾아 카트에 싣는 과정도 언감생심이다. 여기선 고객이 매장 안에 놓인 태블릿 모양 기기에 주문을 넣고 정해진 시간·날짜에 수령하러 오거나 자택 배송을 선택해야 한다.

      이케아는 지난 2016년부터 유럽 주요 도시를 중심으로 번화가나 쇼핑몰에 이런 소형매장을 선보이기 시작했다. 브로딘 CEO는 "앞으로 몇 년간 도심 공략에 속도를 내겠다"고 말했다. 이케아의 주력 소비층(20~40대)이 대부분 도시에 사는 데다가 도심에서 30~40분 떨어진 이케아 대형 매장까지 차를 몰고 오고 싶어하지 않는다는 점에 착안해 생활권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매장에 투자하고 있다. 소형 매장보다 규모가 큰 '복합형 도심 매장(city centre store)'도 준비 중이다. 각종 여가 시설을 갖춘 도심 매장은 오는 2020년 덴마크 코펜하겐에 들어선다.

      한 부류 가구만 전시하는 '한정 매장(IKEA Temporary)'도 실험 중이다. 지난해 이케아는 15억 유로(약 2조원)를 투입, 스페인 마드리드에 침구류만 파는 '한정 매장'을 세웠고, 스웨덴 스톡홀름에는 주방 가구와 소품 전용 한정 매장을 열었다. 한정 매장은 기존 매장에는 없는 특별 행사를 제공해 신규 고객을 끌어들이고 기존 고객과 소통을 강화하는 게 목표다. 스톡홀름 매장에서는 고객이 직접 이케아의 주방 기구를 사용해 요리를 해볼 수 있으며, 전문가로부터 주방 인테리어 상담도 받을 수 있다. 마드리드 임시 매장을 찾은 고객의 70%는 대형 이케아 매장을 방문한 적 없는 신규 고객이었다.

      ②온라인 판매·배달 서비스 강화

      이케아는 올해부터 직접 매장을 찾지 않고 인터넷으로 가구를 사는 고객을 겨냥해 온라인 판매망과 직배송을 강화한다. 시장조사업체 스타티스타에 따르면 온라인 가구 시장은 2020년까지 약 15% 성장할 전망이다. 이케아가 매장에 주력하는 동안 미국 가구업체 '웨이페어', 영국 '아르고스', 프랑스 '콩포르마' 등이 온라인 판매와 배송을 무기로 이케아를 추격해왔다.

      미국 최대 전자상거래회사 아마존도 지난해 자체 가구 브랜드 '리벳'을 출시, 저가 가구시장에 도전장을 던졌다. 이케아는 온라인 시장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해 올해 말까지 진출한 모든 나라에서 온라인 판매를 시작할 방침이다. 현재 이케아 전체 매출에서 온라인 판매 비중은 5%에 불과하지만, 연말까지 29개국에서 추가로 온라인 판매를 시작하면 비중이 급격히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아마존·알리바바 등과 제휴를 맺고 가구를 판매하는 방안도 고려 중이다.

      브로딘 CEO는 "21세기 소비자들은 쇼핑하러 다닐 시간이 부족하기 때문에 더 편하게 제품을 접하고 구매할 수 있는 시스템을 원한다"면서 앞으로 3년간 물류 시설에 투자해 직배송 서비스를 강화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지난해 이케아는 미국과 유럽에 8개의 신규 물류센터를 열었다. 올해는 세계 곳곳에 18개의 물류센터를 새로 구축할 예정이다.

      ③자회사 설립보다 외부기업 인수

      이케아는 지난해 9월 잡일을 대신해줄 사람을 소개해주는 플랫폼 기업 '태스크래빗(TaskRabbit)'을 인수했다. 태스크래빗은 가구 설치부터 아이폰을 사기 위해 가게 앞에 대신 줄을 서주는 것 등 오만 가지 잡일을 대신해줄 사람을 구하는 중개 플랫폼업체. 이케아는 일단 현재 영국을 포함한 일부 지역 매장에서 태스크래빗을 통해 가구 조립을 요청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런 새 기업 인수는 그동안 자체적으로 자회사를 세우는 식으로 성장해온 이케아 전통 양식에서 벗어난다. 이케아 알리스테어 데이비드슨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이케아의 투자 전략도 디지털 시대에 맞춰 바뀌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케아는 앞으로도 서비스 확대를 위해 이처럼 연관 기업 인수를 더 적극적으로 벌인다는 구상이다.

      브로딘 CEO는 "이케아의 성장 속도를 높일 수 있는 기업들을 활발하게 인수할 예정"이라며 "리스크가 큰 투자와 인수도 과감하게 실행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