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LY BIZ] 땅·물·불·바람·하늘… 진검승부로 세계 최고수에 오른 기업들

    • 김경준 딜로이트 컨설팅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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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18.02.10 03:06

      땅 특송업체 UPS
      대기시간 최소화하는 조직문화 설계… 절약풍토 만들어

      물 디즈니
      애니매이션 이어 테마파크·방송까지 유연한 투자 전략

      불 네슬레
      사업중단 위기 오자… 직접 유통 뛰어들어 역동성으로 승부

      바람 삼성전자
      日산요 기술 받아 흑백TV로 시작… 끝없는 벤치마킹

      하늘 파나소닉
      창업자 고노스케, 인간 존중 경영 '경영의 神'으로


      김경준 딜로이트 컨설팅 부회장
      김경준 딜로이트 컨설팅 부회장

      검객(劍客)이 벌이는 진검승부는 순식간에 승패가 난다. 하지만 오랜 기간에 걸친 수련, 유리한 입지를 확보하는 전략적 안목, 현장에서 전술과 돌발 상황에 대한 임기응변 등이 운명을 가른다. 미야모토 무사시는 땅의 기초, 물의 유연성, 불의 역동성, 바람의 상대성을 터득해야 최고수가 될 수 있다고 역설했다. 이를 기업에 적용하면 오랜 기간 축적된 기업 문화와 리더십, 유연한 전략과 현장형 전술 등이 결국 성패(成敗)를 가른다는 점을 깨달을 수 있다.

      ①땅 : 탄탄한 기업 문화

      땅은 인간이 생명을 유지하는 기초적 공간이다. 땅의 성격에 따라 삶의 방식과 정신세계도 달라진다. 농경민과 유목민, 내륙국과 해양국의 문화와 종교, 역사는 다양한 양상을 나타낸다. 하지만 번영하는 국가들은 건전한 정신, 합리적 제도, 혁신적 산업, 강력한 국방력이라는 측면에서 일맥상통한다. 기업들도 태동한 지역과 시기·업종에 따라 다양한 양상을 나타내지만 성공하는 기업은 가치를 만들어 내는 조직이라는 기업문화를 유지한다.

      1907년 창립한 세계 최대 특송업체인 UPS는 배송 트럭들이 좌회전을 최소화하도록 운영한다. 사거리에서 좌회전이 많을수록 대기 시간과 연료 허비가 심하기 때문. 이를 위해 좌회전을 최대한 줄인 배송 노선을 설계하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했다. 직원들은 출장 시 이코노미 좌석을 이용하고, 호텔에는 물과 간편식을 사서 투숙한다. 호텔 미니바와 아침식사를 가능한 한 이용하지 않기 위해서다. 내부 규정이 아니다. 비용 절약을 일상화하면서 생긴 자발적 기업 문화다.

      도요타 자동차는 '좋은 제품을 만들어라·비용을 아껴라'는 2가지 기본 정신을 조직 문화에 깊이 뿌리내렸다. 낭비를 없애고 실행에 집중하는 '도요타 웨이'는 실리콘 밸리에서 린스타트업(lean start-up)으로 변용되면서 혁신을 일으켰다.

      ②물 : 유연한 전략

      땅·물·불·바람·하늘… 진검승부로 세계 최고수에 오른 기업들
      미야모토 무사시 초상화. 구마모토현 지정 중요문화재. / 시마다미술관 소장
      땅은 물과 만나서 생동한다. 물에서 생명이 깃들고 생태계가 형성된다. 기업도 기초인 문화와 방향인 전략이 만나야 실체로 존재할 수 있다. 전략의 요체는 일관성과 유연성의 균형이다. 목표 달성에는 일관성이 필요하지만, 잘못된 일관성은 오히려 파국으로 이끌기 때문이다.

      디즈니는 1923년 흑백 아동물 단편으로 출발하여 장편 애니메이션, 테마파크, 공중파 방송과 스포츠 채널, 디지털 애니메이션 기업 픽사 인수 등 끊임없이 유연한 성장 전략을 이어가며 성장했다. 지난해에는 폭스까지 손에 넣으면서 진가를 보여줬다. 카길은 1865년 곡물 창고로 출발, 곡물에서 사료, 식품, 축산, 바이오까지 흐르는 물처럼 요동치며 계속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③불 : 역동적인 전술

      전장은 불처럼 격변한다. 돌발적인 사소한 변수로 흐름이 달라지는 상황에 대처하는 임기응변이 승부를 결정하기도 한다. 기업도 이런 전술적 대처 능력이 위기를 기회로 전환하는 요소다.

      1866년 신생아용 분유 사업으로 시작한 스위스 네슬레는 1938년 세계 최초 인스턴트 커피인 네스카페를 바탕으로 대기업으로 성장했다. 이어 가정용 고급 커피 시장을 목표로 1980년대 중반 캡슐커피 네스프레소를 출시했지만 반응은 신통치 않았다.

      레스토랑과 커피숍에서는 바리스타들 생계를 위협한다고 여겨 부정적이었고, 가정에선 기계 가격이 너무 비싸다고 간주했다. 사업 중단 위기에 직면한 네스프레소는 다시 전술을 수정, 1988년 회사 역사상 처음으로 유통업체를 건너뛰고 소비자 직접 판매 방식을 시도했다. 백화점 직영 매장 방문자들에게 무료 커피 체험 기회를 제공하고, 고객들은 네스프레소 클럽으로 네트워킹했다. 출시 2년째 3000명이던 클럽 회원은 10년 뒤 30만명으로 불었고, 매출은 1억4000만달러까지 뛰었다.

      다이소 창업자 야노 히로타케(矢野博丈)의 기본 정책은 '임기응변'이다. 1970년대 초반 히로시마에서 트럭에 냄비 등을 싣고 다니던 히로타케는 저녁이 되면 아내와 함께 잡다한 제품에 일일이 가격표를 붙였다. 그런데 아이가 태어나며 아내가 일을 거들기 어렵게 되자 고심 끝에 모든 상품 가격을 100엔으로 통일했다. 이것이 '100엔숍' 다이소의 시작이다. 1980년대 후반엔 매장을 이동형에서 상설형으로 바꿨고, 지금은 점포가 전 세계 3000여개에 육박한다. 다이소는 경영 목표를 세우지 않고 회의도 거의 없다. 경영 철학은 "임기응변만이 살길"이다.

      ④바람 : 경쟁 상대를 벤치마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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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땅·물·불·바람·하늘 등 5권으로 이뤄진 오륜서(五輪書).

      바람은 경쟁의 상대성을 나타낸다. 들판에 언제나 바람이 불 듯이 경쟁자는 쉬지 않고 명멸하고 승부는 상대적이다. 도전은 끝이 없다. 최고수도 항상 경쟁자 흐름을 살피고 자신을 되돌아보아야 입지를 유지할 수 있다. 도전자는 앞선 자들 장단점을 파악하여 역량을 키워야 고수가 될 수 있다. 이를 경영 용어로 '벤치마킹'이라 한다.

      우리 근대 산업화 과정은 벤치마킹 성공 사례의 신화다. 삼성전자는 일본 산요 기술을 받아 흑백 TV를 만들었고, 컬러 TV나 VCR, 반도체 등 모두 선진 기업에 도움을 받았다. LG전자도 일본 히타치 기술로 TV를 만들었고, 컬러 TV는 미국 RCA 기술이었다. 삼성·LG전자는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했고 해당 분야를 선도하는 반면, 히타치와 산요, RCA는 문을 닫았거나 TV 생산을 중단했다.

      현대자동차 멘토는 일본 미쓰비시 자동차였다. 미쓰비시 기술 지원은 포니 이후 1980년대 엘란트라, 쏘나타, 그랜저로 이어졌다. 현대차는 이후 독자 엔진을 개발하면서 기술 자립도가 높아져서 오늘날 연간 700만대 이상을 생산하는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했다. 반면, 미쓰비시는 연산 100만대 수준으로 정체되어 있다가 2016년 르노닛산에 인수됐다.

      ⑤하늘 : 영원한 비전

      하늘은 무한한 가능성과 영원불멸을 상징한다. 무사의 삶이란 수련을 통해 병법의 도를 깨달아 하늘의 경지에 도달하는 여정이다. 기업도 인간의 삶을 자유롭고 풍요롭게 하는 가치를 제공한다는 드높은 비전을 지향점으로 삼는다.

      파나소닉 창업자 마쓰시타 고노스케는 '경영의 신(神)'으로 추앙받는다. 마쓰시타는 사업가로서의 사명을 '가난을 극복하고, 물자를 풍족하게 생산해 사람들이 수돗물처럼 마음껏 쓰게 한다'로 삼았다.

      인간을 이해하고 조직을 다룰 줄 알았던 마쓰시타는 경영을 논리와 기법이 아니라 사상과 예술의 영역으로 승화시켰던 구도자였다. 그러면서 자신을 끝없이 낮춰 '경영의 신'으로 칭송받고 있다. "모든 직원이 위대한 사람이다. 겉으로는 직원들을 꾸짖을 때가 잦았지만 속으로는 늘 상대방이 '나보다 위대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경영은 끊임없는 창의적 연구를 통해 무(無)에서 유(有)를 창조하는 것이다. 경영이란 본래 그 가치가 매우 높은 예술적 행동이다. 따라서 경영자는 종합예술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