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LY BIZ] 인류 달 착륙은 음모? 닉슨 이미지는 가짜?… "사진을 의심하라"

    • 채승우 사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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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18.02.10 03:06

      [채승우의 Photographic] <1> '포토타임' 만든 닉슨

      '공기없는 달에 성조기가 휘날린다'
      일부러 깃발 꿰매어 주름 생기게 한 탓

      닉슨, 처음으로 '포토타임' 만들어 자신 이미지 재창조
      "사진 의심해야만 진실 알 수 있어"

      채승우 사진가
      채승우 사진가
      인류는 정말 달에 갔을까. 1969년 아폴로 11호가 달에 착륙했던 사건이 가짜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소위 음모론이라는 거다. 달 착륙이 거짓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드는 증거가 여럿 있는데, 그중 하나는 달 표면에서 휘날리고 있는 성조기의 사진이다. 왜 그것이 문제일까?

      달에는 공기가 없다. 공기가 없으면 바람이 없다. 바람이 없는데 어떻게 성조기가 휘날릴 수 있단 말인가? 이 사진은 사진을 찍은 장소가 달이 아님의 분명한 증거다. 단, 정말 성조기가 휘날리는 것이라면. 사실은 이렇다. 미항공우주국 NASA는 달에 가기 위해 많은 준비를 했고, 그 준비를 기록에 남겼다. 그중 이 깃발에 대한 기록에 의하면, 성조기는 처음부터 휘날리는 모양으로 제작되었다. 우선 기역자의 깃대에 깃발을 걸고, 깃발을 꿰매어 주름을 만들었다. 그 결과 성조기가 흔들리는 모양이 된다. 적어도 성조기 사진은 인류의 달 착륙이 거짓이라는 증거는 아니다.

      이 시기에 미국과 소련 사이의 우주 정복 경쟁은 아주 치열했다. 선두는 소련이 차지하고 있었다. 1959년 소련의 우주선은 달 뒷면의 사진을 찍었고, 1961년 가가린은 보스토크 1호를 타고 지구를 한 바퀴 돌아 최초의 우주인이 되었다. 미국은 애가 탈 노릇이었다. 그러다가 1969년에 아폴로 11호가 비로소 인류 달 착륙에 성공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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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69년 인류 최초로 달에 착륙한 미국의 우주비행사 버즈 올드린이 성조기 옆에 서 있다. 닐 암스트롱이 핫셀블라드 카메라를 이용하여 이 사진을 찍었다./NA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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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72년 중국 방문을 마치고 돌아온 리처드 닉슨 대통령이 미 워싱턴DC 부근 앤드루 공군기지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대통령 전용기 ‘에어포스 원’이 뒤에 보인다./AP
      이미지 관리에 사진 활용한 닉슨

      1960년대는 이미지를 이용한 홍보에 대한 관심이 커진 시기였다. 닉슨 대통령은 최초로 '포토타임'을 지정한 대통령이라고 알려져 있다. 이전까지 사진기자들은 대통령의 기자회견에서 마음대로 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한데, 닉슨은 사진 찍을 시간을 지정했고, 사진 찍을 수 있는 장면을 제한했다. 즉 자신이 보여주길 원하는 이미지를 만들어낸 것이다. 닉슨은 1968년 선거에서 이겨 미국의 대통령이 된다. 사진 이론가 프레드 리친은 닉슨이 이미지 관리를 이용해 성공했다고 평가한다. 닉슨의 연설문 작성자 레이 프라이스는 "대통령 후보에 대한 유권자의 지지는 사실성에 있는 것이 아니라 유권자와 후보자 이미지 사이의 특별한 공감대에 있다."라고 노골적으로 말했다.

      포토타임이 생긴 1960년대에 사진의 역사에서 많은 변화가 일어난다. 기호학자 롤랑 바르트를 비롯한 중요한 사진 이론가들이 등장한 것도 이 시기부터이다. 한마디로 말하자면, 이때부터 사진이라는 미디어에 대해 본격적으로 생각하기 시작했다고 할 수 있다. 그런 일이 벌어질 수 있는 배경이 있었다. '사진의 신뢰성'에 대한 신화가 깨지기 시작한 것이다. 사진은 세상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고, 그래야 한다는 생각이 깨어지는 시기와 이미지를 홍보에 이용할 수 있다는 생각, 이미지를 적극적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이 커가는 시기가 일치하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왜 그런 모습일까" 항상 의심해야

      닉슨이 거대한 비행기 앞에 서서 연설을 하는 모습의 사진이 있다. 지금 우리는 그런 종류의 사진을 너무 많이 보고 있고, 그런 과정이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그 시작이 1960년대인 것이다. 그런 사진을 어떻게 대해야 할까? 그 답을 얻기 위해서는 그 시대의 사람들만큼 사진에 대해 생각해봐야 할 듯하다. 나사가 찍어온 달 착륙 사진에 대해서 한 가지 질문을 더 던져볼 수 있다. 왜 그런 모습의 사진을 만들었을까? 홍보를 위해서라는 것은 알겠는데, 단지 성조기를 찍은 것만이 아니라 왜 굳이 깃발이 휘날리도록 만들었을까? 아마도 그 이유는 '휘날리는 깃발이 더 깃발답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휘날리는 깃발이 승리를 말하는 깃발의 관습적인 이미지이기 때문이다.

      여기에서 사진의 한 가지 속성이라고 할 만한 것을 생각해볼 수 있다. 우리가 좋다고 생각하는 많은 사진은 '관습적'이다. 관습적이라는 말은 아는 것을 다시 보여준다는 뜻이다. 사진이 쉽게 이해되고 쉽게 와 닿는 까닭은 이미 아는 것을 다시 보기 때문이다. 사진이 보여주는 것에 대해 주의해야 하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인류의 달 착륙이 음모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드는 증거에는 사진이 많다. 그 음모론자들은 사진을 꼬치꼬치 따지고 든다. 좋은 태도라고 생각한다. 많은 사진의 선구자들이 말하는 것도 그것이다. 사진을 의심하라. 그것이 사진 보기의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