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내륙 외딴 마을에 세계 최대 캐비아 공장이… 누가, 언제, 어떻게?

입력 2018.02.10 03:06

저장성 항저우에 1959년 만들어진
수심 26m 담수호 2m짜리 30만 마리

'유럽 최고급 식재료 中서 생산할수 있다'

쉰룽사이테크社
세계시장 35% 장악
생육부터 가공까지 최첨단 생산 공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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쉰룽사이테크의 저장성 항저우(杭州) 첸다오(千島)호수 가두리 양식장에서 철갑상어가 헤엄치고 있다. 오른쪽 사진은 양식장 직원이 신체검사를 위해 마취한 철갑상어를 들고 있는 모습. / 강현수 인턴기자

중국 최대 도시 상하이에서 남서쪽으로 350㎞ 떨어진 저장성 항저우(杭州)에 있는 첸다오(千島) 호수. 잣나무와 조록나무, 진달래, 국화 등이 어우러진 숲이 둘러싸고 있고 선착장에서 호수 한가운데까지 쾌속정으로 이동하는 데만 30분 걸리는 거대한 호수다. 표면적 약 570㎢에 평균 수심 26m, 최고 수심 120m에 이르는 첸다오호(湖)는 1959년 만들어진 인공 담수호다. 이 호수에선 세계 캐비아(철갑상어 알을 가공한 것) 시장을 주름잡는 대규모 철갑상어 양식장이 운영되고 있다.

쉰룽사이테크社
호수 한가운데엔 목재 다리가 떠 있다. 그곳에서 인부들이 사면에 설치된 그물을 끌어올리자 2m 길이 철갑상어 수십 마리가 펄떡펄떡 꼬리지느러미를 흔들며 따라 올라왔다. 첸다오호에서 철갑상어를 양식하는 업체는 쉰룽사이테크(魚尋龍科技). 세계 캐비아 시장점유율 1위 업체(35%)이다. 첸다오호에서 철갑상어 30만 마리를 키우고 있다. 호수에 설치한 철갑상어용 초대형 가두리만 1500여 개에 이른다.

쉰룽사이테크의 캐비아 브랜드는 '칼루가퀸(Kaluga Queen)'이다. 프랑스와 스위스, 영국 등 유럽 각국과 미국, 일본, 홍콩 등으로 수출한다. 올해로 창립 15주년을 맞는 신생 중국 기업이 러시아·이란 등 전통적인 캐비아 수출 강국을 제치고 1위 업체로 성장한 비결은 뭘까.

1급수에서 천연 사료로 양식

캐비아는 송로버섯, 향신료 사프란 등과 함께 서양 고급 식재료의 대명사로 꼽힌다. 품종에 따라 길이 1~3m, 무게 50~300㎏으로 성장하는 철갑상어 한 마리가 산란하는 양은 체중의 9% 정도. 최상급으로 치는 벨루가 품종은 직경 3~4㎜인 짙은 회색빛 알을 낳는데, 100g당 2000~3000달러(약 210만~320만원)에 팔린다.

쉰룽사이테크社
아무르 철갑상어 캐비아 제품. / 쉰룽사이테크
철갑상어는 큰 강 하류와 바다를 오간다. 민물에서 양식할 수 있는 어종이다. 문제는 수온이나 소음 등 주변 환경에 민감한 종이라는 점. 창업자인 왕빈(王斌·47) 쉰룽사이테크 대표(CEO)는 식수로 사용될 만큼 수질이 좋고 인근에 공업 시설이 없어 소음 공해도 없는 첸다오호를 점 찍고, 정부로부터 사용권을 따내는 데 공을 들였다. 수질과 대기 오염을 최소화하고 환경 보호 조치를 시행하는 조건으로 30년 사용권을 받아냈다.

첸다오호 양식 사용권을 받은 업체는 쉰룽사이테크가 유일하다. 차오유원 양식장 총관리자는 "양식장 물을 여과하기 위해 정수 탱크를 개발해 설치하고, 사료 찌꺼기나 배설물이 호수 바닥에 가라앉지 않도록 관리한다"며 "철갑상어 사료는 친환경 재료로만 만들어 사람이 먹어도 안전하다"고 설명했다.

철갑상어 양식 과정은 전부 수작업으로 이뤄진다. 대기나 수질을 오염시킬 수 있는 기계 장비는 쓰지 않는다. 섭식률, 계절, 날씨, 수온에 따라 사료 투입량을 조절, 낭비와 오염을 차단한다. 사료 찌꺼기와 배설물, 이끼 등은 모샘치(방어)나 대두어(흑연), 연어 등 다른 어류가 먹어치우도록 이중 그물망을 만들었다. 양식장 옆에 설치한 정수 탱크는 호수 아래쪽 물을 기압으로 빨아들여 여과한다. 중국 인건비가 상대적으로 저렴하기 때문에 이 모든 과정을 수작업으로 처리할 수 있다.

상어 몸에 전자 칩 삽입해 개별 관리

철갑상어 생육부터 캐비아 가공에 이르는 과정 곳곳을 과학화하는 데도 공을 들였다. 철갑상어는 생후 2~3년이 되어야 성별을 구분할 수 있다. 쉰룽사이테크는 암컷으로 감별된 철갑상어는 몸에 전자칩을 삽입해 가두리 양식장에서 키우고, 수컷은 곧바로 식용 고기로 가공한다.

초기에는 시행착오를 거듭했다. 한레이(韓磊) 쉰룽사이테크 부사장은 "수온에 예민한 철갑상어의 습성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5만 마리 중 절반 이상이 폐사한 일도 있었다"며 "호수 옆 섬에 초대형 냉수 탱크를 지어, 수온이 올라갔을 때 철갑상어들이 더위를 피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찬물을 선호하는 철갑상어 특성을 감안, 수온이 상승하는 7~9월에 양식장 그물을 수심 20m까지 내렸다가, 가을 즈음 다시 수면 가까이로 올린다.

세계 최대 철갑상어 양식장을 운영하면서 쌓은 빅 데이터는 쉰룽사이테크 경쟁력을 한층 강화하고 있다. 그물로 잡아올린 철갑상어를 한 마리씩 뜰채로 건져 마취한 다음, 발육 상태를 측정하고 송곳처럼 긴 알 채집기를 배에 꽂아 알 성숙도를 확인한다. 단순히 무게나 몸길이만 기록하는 게 아니라 몸 색깔, 알 크기·색, 식습관 같은 다양한 정보를 정리한다.

사료에는 외국에서 직접 공수한 원료에 자체 개발한 영양 보충제를 첨가했다. 철갑상어 체내 지방은 줄이고 단백질은 강화하기 위해서다. 쉰룽사이테크는 칼루가종(種)과 아무르종을 교배해 '하이브리드(hybrid) 철갑상어'라는 품종으로 개량했다. 캐비아 품질은 칼루가와 비슷하면서도, 성장 기간은 그 절반 수준인 7년 내외다.

속도 관리도 관건이다. 가공 공장에서 '캐비아 채취-불순물 처리-세척-검사-포장'으로 이어지는 전 과정을 15분 안에 끝내는데 모든 과정을 초단위로 계산해 진행한다. 한레이 부사장은 "이 과정이 약간이라도 늦어지면 품질이 급감한다"며 "러시아·이란의 수제 가공법과 유럽의 현대식 가공법을 접목한 자체적인 캐비아 가공 기술도 개발했다"고 설명했다. 왕빈 대표는 "최상급 수질을 자랑하는 호수에서 과학적으로 철갑상어를 양식하니 최고급 캐비아가 생산되는 게 당연하지 않으냐"고 말했다.

블라인드 테스트로 품질 인정받아

쉰룽사이테크社
쉰룽사이테크는 2005년 칼루가퀸이라는 브랜드를 출시해 해외시장 문을 두드렸지만, '메이드 인 차이나' 이미지를 극복하는 데 애를 먹었다. 중국산이라면 값은 싸지만 품질이 떨어진다는 인상이 강하던 시절이었다. 전환점이 된 건 독일 항공사 루프트한자가 1등석 기내식에 사용할 캐비아 공급 업체를 블라인드 테스트 방식으로 선정한 것이다. 공개 입찰에 전 세계 25개 브랜드가 참여했는데, 칼루가퀸이 1위를 차지했다. 이후 품질을 인정받으면서 수출길도 열려 루프트한자를 비롯, 리츠칼튼과 포시즌스, 하얏트 같은 세계적 호텔에도 공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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