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긴장완화, EU에 '역할' 맡겨보라

    • 라몬 파체코 파르도 런던 킹스칼리지대교수

입력 2018.02.10 03:06

[WEEKLY BIZ Column]

라몬 파체코 파르도 런던 킹스칼리지대교수
라몬 파체코 파르도 런던 킹스칼리지대교수
평창올림픽과 관련해 남북 관계의 전개에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한국 정부는 북한에 대해 압력을 행사하면서도 경제·외교적 관여 정책이 모두 가능하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 시점에서 유럽연합(EU)은 가장 든든한 조력자가 될 수 있다.

물론 대북 정책을 구상할 때 EU가 곧장 떠오르지 않는 건 당연하다. EU는 북한 핵 다자 회담에 참여하지 않았을 뿐더러 북한과 무역 규모도 크지 않다. 2016년 무역액은 2700만유로(약 359억원)에 불과하다. 동북아시아에 군사적으로 존재감을 드러낸 일도 없다. 하지만 EU가 한국 현 정부의 이상적 파트너가 될 수 있는 이유가 있다.

첫째, EU의 대북 정책은 '비판적 관여(critical engagement)'다. 대북 제재를 채찍으로 사용하면서 결정적으로 다양한 교류도 함께 펼친다. 여러 EU 회원국은 평양에 대사관을 두고 북한과 공식 대화 창구를 유지하고 있다. 이 창구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게 강점이다. 최근 국제사회 대북 제재로 EU와 북한 사이 교역·투자 규모는 미미하지만 김정은 정권이 중국·베트남처럼 경제를 개방하면 EU 기업은 북한 인프라나 섬유·의류·교육에 적극 투자할 준비를 갖추고 있다.

둘째, EU는 동북아 군사·전략적 이해관계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롭다. 덕분에 남한과 북한 사이에서 '정직한 중재자(honest broker)' 역할을 할 수 있다. 남북 관계에 민감한 다른 지역에서도 조정자 역할을 해낼 수 있다. 실제 EU는 미 오바마 정권 때 이란 핵 협상 타결, 필리핀 민다나오섬 평화협정 과정에서 조정자 역할을 수행한 경험이 있다. 이러한 역할을 한반도에서도 할 수 있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셋째, EU는 약속을 고수한다. EU는 전통적으로 특정 이슈에 대한 합의를 이끌어내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지적을 많이 받았다. 대신 EU가 중재해 한 번 합의가 이뤄지면 이를 정치적 수단으로 악용하는 사례가 드물다.

이란 핵 협정이 그랬다. 미 트럼프 대통령이 핵 협정을 뒤엎기 위해 수차례 시도했지만 EU는 이에 맞서 이란 핵 협정 지지를 발표했다. 또 EU는 1997년부터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에 참여하며 북한의 경제 개혁, 대외 개방을 유도하기 위한 지원을 계속해오고 있다. 한반도 긴장 완화와 남북 관계 개선에 EU가 든든한 조력자가 될 수 있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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