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LY BIZ] '태자당 절친' 류허, 시코노믹스 선봉… 금융通 허리펑 '개혁 칼자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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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18.02.10 03:06

      [최유식의 長江激流] (1) 시진핑의 집권 2기 경제 참모들

      금융부총리 유력한 류허, 다보스포럼서
      트럼프·메르켈과 나란히 연설 '기염'

      상무부장 중산은 美와 무역전쟁 담당
      퇴임 인민은행장엔 개혁파 궈수칭 물망

      최유식 중국 전문기자
      최유식 중국 전문기자
      지난 1월 23일 개막한 스위스 다보스포럼에서는 한 중국인 신사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만큼이나 주목을 받았다. 중국 대표단 130명을 이끌고 온 류허(劉鶴·66) 중국 공산당 중앙재경영도소조 판공실 주임이었다.

      그는 클라우스 슈바프 다보스포럼 회장이 직접 사회를 본 한 세션의 기조연설을 맡아 올해로 개혁·개방 40년을 맞은 중국 경제 개혁 방안과 지속적인 시장 개방, 기업과 정부 부채 문제 등에 대해 연설했다. 슈바프 회장이 직접 참석한 10개 세션의 연설자는 트럼프 대통령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 등이다. 류 주임이 이런 세계적 지도자와 어깨를 나란히 하면서 중국 경제 현안을 설명한 것이다.

      시진핑 복심 류허는 미국 유학파

      중국은 다보스포럼에 공을 들여왔다. 작년에는 시진핑 주석이 직접 참석해 "전 세계가 보호무역주의에 대해 '노'라고 말해야 한다"고 말했다. 2015년에는 리커창 총리가 왔다. 류허 주임은 작년 10월 치러진 공산당 19차 당대회에서 중국 최고 지도부의 일원인 정치국원에 선출됐다. 이번에 시 주석과 리 총리를 대신해 다보스포럼에 참석하면서 그가 오는 3월 열리는 전국인민대표대회(국회 격)에서 금융 담당 부총리로 취임할 것이라는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다.

      류허는 학자풍에 조용한 성격을 가진 경제 관료이다. 시진핑 집권 1기 때는 경제 책사로 경제 개혁을 설계하는 역할을 맡았다. 시 주석은 취임 첫해인 2013년 중국을 방문한 토머스 도닐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에게 "내게 매우 중요한 사람"이라고 그를 소개한 적이 있다. 그가 속해 있는 중앙재경영도소조는 경제정책을 결정하는 당내 최고 기구로 시 주석이 조장이다. 부총리와 장관급 인사들이 분기에 한 차례 정도 모여 회의를 갖는데, 류허는 판공실 주임(장관급)으로 이 회의를 준비하는 일을 해 왔다.

      류허는 시 주석과 출신 배경과 성장 과정이 비슷하다. 나이는 시 주석보다 한 살이 많지만 집안끼리 아는 사이로 어린 시절부터 친구처럼 지냈다고 한다. 시 주석의 아버지 시중쉰 전 부총리는 문화대혁명 당시 반당분자로 물려 하방(下放)을 당했다. 류허의 부친 류즈옌은 공산당 서남국 조직부장을 지낸 인물로 문화대혁명 때 박해를 받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두 사람은 베이징에서 태자당 자녀들이 다니는 학교에서 수학했다. 시 주석은 바이(八一)중학, 류허는 베이징 101중학을 다녔다. 둘은 문화대혁명의 소용돌이 속에 학교 과정을 채 끝내지 못하고 시골로 하방됐는데, 시 주석은 산시성 옌안, 류허는 지린성으로 각각 쫓겨갔다.

      류허는 문화대혁명이 끝난 후 베이징 인민대학 공업경제학과에 진학했다. 이 대학에서 석사과정까지 끝내고 국무원(정부) 발전연구센터, 국가계획위원회(SPC) 등지에서 장기간 근무했다. 1992년에는 미국 세턴 홀대학 MBA 과정에 등록해 1년간 공부했고, 1994~1995년에는 하버드대 케네디스쿨에서 행정학 석사과정을 이수했다. 의사소통에 문제가 없을 정도로 영어를 구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류허, 금융부총리 맞아 개혁 이끌 듯

      2003년부터 중앙재경영도소조 판공실로 자리를 옮겨 부주임으로 일했는데, 최고 지도자들의 경제 관련 연설 원고 작성과 회의 자료 준비 등이 주요 업무였다.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때는 원자바오 총리를 도와 대규모 경기 부양책을 마련하는 데 관여하기도 했다. 류허는 그동안 책 4권과 논문 200여 편을 발표했는데, 개혁 성향이 강한 인물로 평가받는다. 민간 기업과 시장의 역할을 중시하고, 국유 기업 개혁에 적극적이다. 과잉 생산 시설 해소를 위한 공급 측 구조 개혁, 시장의 역할 확대 등 시진핑 집권 1기 주요 경제정책이 그의 작품이다. 이번 다보스포럼에서도 "중국의 1인당 국민소득이 8000달러에서 1만달러로 가고 있는 이 시점은 구조 개선에 집중해야 할 시기"라면서 양적 성장에서 질적 성장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화두를 던졌다.

      류허는 올 3월 금융 담당 부총리를 맡을 것이 유력한다. 장쩌민 집권 초기 주룽지 부총리처럼 인민은행 행장까지 겸임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경제 책사 역할을 넘어 중국 경제 개혁을 이끄는 실무 사령탑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미국 언론은 이런 그를 '중국판 서머스'라고 부른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의 경제 자문을 맡았던 로런스 서머스 전 재무장관과 비슷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허리펑·중산·궈수칭도 경제 실세 전망

      시코노믹스를 뒷받침할 또 한 명의 주요 인물은 허리펑(何立峰·63) 국가발전개혁위원회(발개위) 주임이다. 우리로 치면 과거 경제기획원과 재무부, 공정거래위 등을 합쳐 놓은 것과 같은 방대한 기능을 갖고 있어 '작은 국무원'으로 불린다. 중국 경제 발전 전략 수립부터 주요 경제 프로젝트 인허가, 공정 시장 환경 조성 등을 총괄하는 곳으로 발개위 주임은 부총리급이다.

      허리펑은 시 주석이 푸젠성에서 근무할 당시 인연을 맺었다. 시 주석이 샤먼시 부시장으로 부임했을 때 샤먼시 재정국 부국장으로 있었고, 시 주석이 푸젠성 성장이었을 때도 그 밑에서 일했다. 개인적으로도 친해서 시 주석과 펑리위안의 결혼식에 초청을 받기도 했다. 그는 한때 한직인 톈진시 중국정치협상회의 주석으로 밀려났지만, 시 주석 집권으로 다시 출세 가도에 올랐다. 2014년 발개위 부주임으로 발탁됐고, 작년 초에는 주임으로 승진했다.

      미국과의 무역 전쟁을 담당하고 있는 중산(鍾山·62)상무부장은 시 주석이 저장성 당서기로 있을 때 부성장으로 근무한 인물이다. 시 주석 집권 첫해인 2013년 장관급인 상무부 국제무역담판대표로 승진한 데 이어 작년 초에는 상무부장으로 승진했다.

      퇴임하는 저우샤오촨 인민은행 행장의 후임이 누가 될 것인지도 관심사이다. 류허가 인민은행 행장을 겸할 것이라는 예상과 궈수칭(62) 은행감독위원회 주석이 발탁될 것이라는 관측이 엇갈린다.

      궈 주석은 톈진의 명문 난카이대 철학과를 졸업하고, 중국사회과학원에서 석·박사를 했다. 30대 초반에 중국 경제 체제 개혁을 담당하는 국가경제체제개혁위원회의 요직에서 일한 엘리트 관료 출신이다. 업무 능력이 뛰어나고 시야가 넓어 젊은 시절부터 두각을 드러냈다. 주룽지 전 총리의 총애를 받아 '주룽지 사단'으로 분류된다. 시 주석의 오른팔 역할을 했던 왕치산 전 상무위원과도 가깝다. 2001년 인민은행 부행장으로 승진하면서 금융 분야에 발을 들여놓은 그는 국가외환관리국장, 중국건설은행 회장, 증권감독관리위 주석 등을 거쳤다. 2013년부터 4년간 산둥성 성장으로 지방 경험을 쌓은 데 이어 작년 초 은행감독위 주석을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