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LY BIZ] 혁신 전략 전문가 테디 홀 "빅데이터에 결정적 약점 있다"… 4가지 사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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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18.02.10 03:06

      2년뒤 217조원 시장 "진정한 혁신은 빅데이터 밖에서 이뤄질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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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태경 기자

      21세기의 원유, 디지털 시대 금광(金鑛)…. '빅데이터'에 붙는 수식어다. 빅데이터는 그 막대한 정보량을 바탕으로 무한한 사업 기회와 확장을 가능하게 하는 것으로 간주되면서 전 세계 기업과 국가가 앞다투어 분석에 혈안이 되어 있다. 시장조사업체 IDC는 세계 빅데이터 거래·분석 시장 규모가 2016년 1301억달러(약 139조원)에서 2020년 2030억달러(약 217조원)로 팽창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런데 혁신 전략 전문가 태디 홀(Hall·50) 리핀컷 시니어 파트너는 좀 삐딱하다. "빅데이터만 바라보지 마라. 진정한 혁신은 빅데이터 바깥에서 나온다"고 주장한다.

      그는 펩시, 콜게이트, 콘아그라 등 글로벌 소비재 기업의 혁신 전략 프로젝트와 시장조사업체 닐슨의 '획기적인 혁신 보고서' 발간을 주도했다. 또 세계 최고 경영학자로 꼽히는 클레이턴 크리스텐슨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교수와 15년 동안 기업 혁신 비결을 연구해 '일의 언어'를 함께 펴내기도 했다. 지난달 22일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만난 홀 파트너는 '빅데이터를 벗어나 혁신하는 법'에 대해 기업 사례를 들어가며 설명했다.

      ①빅데이터 벗어나야 새 고객층 보여

      1980년대 '패미컴'으로 콘솔형 비디오 게임업계를 주도했던 닌텐도는 대용량 게임을 구현하는 고사양 비디오 게임기 시대에 접어들자 고전하기 시작했다. 경쟁사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은 총 판매량 1억대를 넘기며 승승장구했지만, 닌텐도가 그 대항마로 출시한 '닌텐도 64', '게임큐브'는 저조한 판매량을 기록하며 참패했다. 고사양 게임기 개발에 매달리던 닌텐도는 잇따른 참패 뒤에야 게임 마니아가 아닌 고객들에게 시선을 돌렸다. 비디오 게임이 너무 어려워 즐기지 못하던 고령자, 여성, 아이들이 함께할 수 있는 게임을 고민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 고민의 결과물이 2007년 출시된 '닌텐도 위(Wii)'다.

      이 제품은 판매량 1억대를 기록하며 닌텐도의 새로운 전성기를 열었다. 홀 파트너는 "닌텐도가 빅데이터로 기존 고객 성향만 분석할 때는 '온 가족이 즐기는 게임'은 떠올리지도 못했다. 기존 고객이라는 렌즈를 벗어난 뒤에 새 고객을 찾은 것"이라고 말했다.

      ②분석 때 작은 이질적 현상을 주목하라

      미국 소프트웨어 개발사 인튜이트는 자영업자·중소기업용 재무 소프트웨어 시장 점유율 1위 업체다. 출발은 개인 재무관리 소프트웨어 '퀴큰(Quicken)'이었다. 연필·펜으로 가계부를 적던 개인을 위해 개발한 퀴큰은 간결한 디자인과 쉬운 사용법으로 인기를 끌었다.

      프로그램 고객 만족도를 조사하던 인튜이트는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퀴큰 사용자 상당수가 개인이 아닌 중소기업 경영자나 자영업자였던 것. 중소기업·자영업자용 회계 소프트웨어가 여럿 나와 있는데 왜 가계부용 소프트웨어를 쓰는 걸까. 알고 보니 중소기업이나 자영업자는 복잡한 회계 업무에 거부감을 갖고 있었다. 전문가만 알아볼 수 있는 정교한 프로그램 대신, 회계를 배운 적이 없는 사람이 숫자만 적어넣어도 장부를 작성할 수 있는 걸 원하고 있었다. 경쟁업체가 더 정교한 회계 소프트웨어 개발에 집중하는 사이 인튜이트는 전문 교육을 받지 않은 일반인이 회계 업무를 쉽게 해결할 수 있는 도구 발명에 주력했다. 그렇게 탄생한 '퀵북스(QuickBooks)'는 현재까지 미국 자영업자·중소기업 회계 소프트웨어 시장에서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③데이터 이면 숨겨진 사연을 찾아라

      건식 사료와 습식 사료 가운데 어떤 사료를 먹일까. 고양이를 기르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고민해 볼 문제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본사를 둔 고양이 사료 제조업체 빅하트펫(Big Heart Pet)은 신제품 개발을 고민하던 중 각 사료의 판매량을 분석하는 대신, '왜'라는 질문을 던졌다. '왜 건식(또는 습식) 사료를 먹입니까.' 소비자들과 인터뷰한 뒤 알아낸 사실은 둘 중 하나를 특별히 선호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는 점. 건식 사료는 보관·관리가 쉬워 편하지만, 고양이는 습식 사료를 선호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 때문에 많은 소비자가 자신의 편의와 고양이 행복 사이에서 갈등하고 있다는 것이다.

      빅하트펫은 두 가지를 혼합한 사료 개발에 나섰다. 그렇게 나온 사료가 2012년 출시된 '미유 믹스 텐더 센터(Meow Mix Tender Center)'. 겉은 바삭해 손에 묻어나지 않지만 내용물은 습기를 머금은 제품이다. 이 제품은 출시 2년 만에 1억달러 이상 매출을 올렸다. 홀 파트너는 "빅하트펫이 네슬레 퓨리나, 마스 등 글로벌 대기업과 경쟁에서 밀리지 않은 이유는 소비자가 뭘 원하는지 파악할 때 판매량 같은 숫자에 의존하지 않고 그 이면을 찾아낸 덕분"이라고 했다.

      ④시장을 데이터보다 더 크게 설정하라

      경영학자들은 기업의 성장과 쇠퇴를 생명체의 생애 주기에 비유하곤 한다. 창업기와 성장기에는 폭발적으로 성장하지만 일단 성숙기에 접어들면 후발 주자에 쫓기며 성장 속도가 느려지다가 쇠퇴한다는 것. 이를 돌파하려면 또 다른 성장 동력을 찾아야 한다.

      홀 파트너가 좋은 예로 든 기업은 아마존이다. 온라인 서점으로 출발한 아마존은 창업 초기 다양한 출판사를 전자상거래 시장에 끌어들였고, 뒤이어 음반·영상물 제작사, IT기기 판매상부터 각종 잡화와 중고품 거래상까지 아마존 장터에 입점시켰다. 자체 온라인 쇼핑몰 운영을 위해 늘려놓았던 서버는 다른 소비자가 이용하고 싶어하는 클라우드 서비스 공간으로 발전시켰다. 홀 파트너는 "계속해서 혁신을 이루는 기업은 빅데이터만 바라보지 않는다. 빅 데이터 분석 대상에 국한된 집단이 아닌 더 큰 고객 시장을 겨냥해야 새로운 사업 기회가 열리고 성장의 계기를 찾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