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LY BIZ] 20조원짜리 잘나가는 스타기업, 왜 NYSE 직상장을 선택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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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18.01.27 03:07

      세계 최대 음악 스트리밍 기업 '스포티파이'의 선택

      신주 발행하고 자금 조달하는 IPO 대신 '직상장' 방식 선택
      상장비용 아끼고 주식 매각도 쉬워
      구글·페북 등 나스닥에 가자 뉴욕증권거래소는 스포티파이 모셔오기 나서

      그래픽
      그래픽=정다운

      세계 최대 음악 스트리밍(streaming) 기업인 스웨덴의 스포티파이(Spotify)가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상장을 신청했다는 소식에 미국 증권가가 들썩이고 있다. 예정대로 3~4월 중 상장에 성공하면 지난해 상반기 소셜 미디어 회사 스냅챗(Snapchat)이 기업공개(IPO)를 통해 상장한 이후 IT 스타트업으로는 최대 규모 상장이 될 전망이다. 스냅챗은 당시 기업 가치가 240억달러 규모에 이르렀다. 스포티파이는 최근 중국 텐센트와 10%씩 지분을 교환한 거래에서 기업 가치를 190억달러(약 20조원)로 인정받았다. 올 1월 현재 유료 회원 7000만명으로 관련 분야 세계 1위이다. 2위는 애플뮤직(3000만명)이다. 국내에선 멜론(Melon)이 비슷한 서비스를 하고 있으며 유료 회원 수는 455만명이다.

      스포티파이 상장이 주목받는 이유는 독특한 상장 방식 때문이다. 신주를 발행하고 새로 투자자를 모집, 자금을 추가로 조달하는 IPO 방식 대신 '직상장(direct listing)'을 선택했다. NYSE 역사상 직상장은 스포티파이가 처음이다.

      IPO를 진행하는 기업들은 신주 투자자들을 모집하기 위해 투자은행을 중개인으로 고용, 대대적 투자 유치 행사를 벌인다. 그리고 이렇게 새로 조달한 자금 일부를 투자은행에 수수료로 낸다.

      시장조사 업체 딜로직에 따르면 1995년 이후 IPO를 통해 20억~50억달러가량 자금을 조달한 기업들은 평균적으로 투자은행에 각각 조달한 자금의 3.5%가량을 수수료로 지급했다. 자금 조달 규모가 작으면 수수료가 7%까지 늘어나기도 한다. IPO 당시 각각 6곳과 9곳 투자은행을 상장 주관사로 선정했던 알리바바와 페이스북은 수수료로 각각 3억달러, 1억7600만달러를 지급한 것으로 조사됐다.

      IPO보다 비용 줄고 투자 회수 쉬워져

      그러나 스포티파이처럼 '직상장' 방식을 택하면 아예 신주를 발행하지 않기 때문에 새로 투자자를 모집할 필요가 없다. 당장 자금을 추가로 조달하지 않는 대신 수천만~수억달러씩 드는 IPO 중개 수수료를 아끼는 셈이다. 그렇다고 비밀리에 모든 절차를 진행하진 않는다. 상장에 앞서 기존 주주들에게 사업 모델과 잠재적 투자 기회 등에 대해 다양한 정보를 공유해야 한다. 스포티파이는 이를 위해 모건스탠리, 골드만삭스, 앨런앤드코 등 투자은행 3곳을 상장 주관사로 선정했다. 수수료 규모는 3000만달러가량으로 알려졌다.

      직상장의 다른 장점은 기존 투자자들이 상장 직후 곧바로 주식을 사고팔 수 있다는 점이다. IPO는 새로 발행하는 주식 가치가 급락하는 일을 막기 위해 상장 후 90~180일까지 기존 투자자 주식 매매를 금지하고 있다. 반면 직상장은 신주를 발행하지 않기 때문에 이런 규제가 없다. 대신 IPO처럼 중개에 나서는 투자은행들이 주가 하락을 방지하기 위해 해당 주식을 매입하는 시장 조성 활동을 기대하기 어렵다. 상장 직후 곧장 기존 투자자가 주식을 매각해 차익을 챙기고 투기성 자금이 들어와 기업 가치가 급변할 위험도 있는 것이다.

      한국에도 직상장 제도가 있긴 하지만 실제 직상장한 사례는 1991년 케니상사, 1994년 KEB외환은행 등 두 번밖에 없다.

      현재까지 증시에 상장한 유니콘 기업(기업 가치 10억달러 이상으로 평가받는 스타트업) 가운데 직상장 방식을 선택한 건 스포티파이가 처음이다. 전문가들은 스포티파이가 그동안 사모시장에서 충분한 자금을 조달했다는 판단에 따라 직상장을 선택한 것으로 보고 있다. 2008년 창업한 스포티파이는 지난해까지 총 17차례에 걸쳐 투자금을 유치하는 데 성공했다. 유·무료 회원을 합쳐 1억4000만명에 달하는 사용자 덕분에 브랜드에 대한 자신감도 이런 결정의 배경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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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 업계 1위 스포티파이가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기업공개 없이 바로 주식을 상장하는 ‘직상장’을 신청해 미국 증권가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위는 뉴욕 월스트리트의 NYSE 전경, 아래는 다니엘 에크 스포티파이 창업자. / 블룸버그

      '유니콘 기업'에 읍소하는 NYSE

      스포티파이가 이처럼 이례적인 직상장을 추진할 수 있는 것은 최근 유명 IT 기업들을 모셔오기 위해 안달인 NYSE의 저자세 덕분이기도 하다. 세계 금융시장의 메카로 불리는 NYSE는 본래 '블루칩'으로 불리는 우량 대기업이 상장하는 거래소다. 기업 상장·감독 기준이 엄격하기로 유명했다.

      그러나 일찌감치 벤처기업에 문호를 열었던 나스닥에 상장한 애플(1985년), 아마존(1997년) 등의 기업 가치가 치솟고, 'IT·기술 기업 무대는 나스닥'이라는 이미지가 굳어졌다. 2000년대 IT계의 스타 기업인 구글(2004년), 페이스북(2012년), 트위터(2013년) 등이 일제히 나스닥에 상장하자 NYSE도 몸이 달았다. 이 때문에 규제를 완화해 가며 기업을 유치해 오고 있다. 판도라미디어(2011년), 알리바바(2014년), 라인(2016년), 스냅챗(2017년) 등이 이런 노력 끝에 NYSE에 상장한 IT 스타 기업들이다.

      현재 NYSE는 스포티파이를 모셔오기 위해 직상장 기준을 완화하는 법 개정을 미국증권거래위원회(SEC)에 신청한 상태다. SEC는 2월 중 이 개정안 승인 여부를 결정할 예정인데, 증권가에서는 아예 이 개정안을 '스포티파이 룰'이란 별칭으로 부르고 있다.

      "에어비앤비도 직상장에 관심"

      스포티파이의 직접 상장은 다른 유니콘 기업의 상장을 유도할 촉매제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도 관심거리다. 벤처기업이 IPO를 통해 초기 사업 자금을 조달하던 과거와 달리, 최근에는 사모 시장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는 방식을 선호하는 스타트업이 많아졌다.

      현재까지 우버(Uber), 디디추싱(중국 차량 공유 서비스 업체), 에어비앤비(AirBnB) 등 세계 최대 유니콘 기업들이 여전히 비상장으로 남아 있다. 굳이 투자은행들에 거액의 수수료를 내며 민감한 기업 정보를 대중에 공개하는 위험을 무릅쓰지 않아도 충분히 투자 자금을 유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사무실 공유 스타트업 위워크(WeWork)는 44억달러, 숙박 공유 업체 에어비앤비는 10억달러 신규 투자 자금을 사모 시장에서 유치했다. 게다가 스냅챗, 블루에이프런 등 지난해 IPO를 통해 주식시장에 데뷔한 스타트업들 주가는 각각 공모가의 절반 수준, 3분의 1 수준까지 하락할 정도로 지지부진하다.

      다만 스포티파이가 직접 상장에 성공해 상장에 들이는 비용을 최소화하면서 기존 투자자가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는 길을 열 경우, 비슷한 방식으로 증권시장 문을 두드릴 유니콘 기업도 늘어날 전망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에어비앤비가 스포티파이의 상장 진행 상황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반면 전통적 상장 방식 IPO를 추진하겠다고 선언한 유니콘 기업들도 있다. 클라우드 기반 파일 저장·공유 서비스 업체 드롭박스(Dropbox), 설문 조사 전문 업체 서베이몽키(Survey Monkey), 중국의 샤오미(Shaomi)가 올해 IPO를 진행할 예정이다. 또 트래비스 캘러닉 창업자 성 추문과 불법 소프트웨어 이용 파문 등으로 이미지에 타격을 입은 차량 공유 업체 우버는 내년에 IPO 상장을 통해 신뢰를 회복하겠다는 입장이다. 다라 코스로샤히 우버 최고경영자(CEO)는 "기업 정보를 모두 공개해 경쟁 업체에 사업 전략이 노출되는 등 다소 불이익이 생기더라도 이를 감수하겠다"면서 2019년 상장 각오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