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LY BIZ] "네트워크로 생산 연결하니… 오토바이 한 공장서 1300개 모델이 쏟아지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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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18.01.27 03:07

      Industrie 4.0 독일 혁신성장 '3각 편대'

      노베르트 가우스 지멘스 수석부사장
      철도 부품에 2000개 센서 달자 정시 운행률 99.94% 달해

      탄야 뤼커트 SAP 사장
      IoT와 빅데이터를 활용하는 S/W… 글로벌 2000 기업 87%가 우리제품 써

      스테판 람파쿠카 로보틱스 CEO
      미래에 로봇은 누구나 생산하지만 서비스 제공은 아무나 못해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제조업 분야 기업의 명운은 디지털 복제(digital twin)와 사물인터넷(IoT), 이 두 가지를 얼마나 잘 구현하고 활용하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독일의 대표적 전자업체인 지멘스에서 디지털·자동화 연구개발(R&D)을 총괄하고 있는 노베르트 가우스(Gaus) 수석부사장은 '디지털 복제'라는 단어를 꺼냈다. 먼저 기업 내 모든 부문의 활동 데이터를 광범위하게 수집해 인터넷 공간(디지털)에 기업 복제품(twin)을 만든다. 그리고 기업 활동을 입체적으로 실시간 모니터링하고 문제가 생기면 데이터를 분석해 해결책을 찾는다는 개념이다.

      "디지털 복제 시스템을 구축하면 제품 디자인부터 엔지니어링, 생산, 판매, 서비스, 유지·보수 등으로 이어지는 제품의 전 과정 데이터를 바로 디자인·생산 단계로 재투입할 수 있습니다. 시간과 자원을 줄여 생산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셈이죠. 자동차업체 마세라티가 이런 식으로 시간과 공정을 30% 단축했습니다. 우리 고객사이기도 합니다. 지금처럼 소비자 수요가 빠르게 변하는 시대엔 제품 개발 주기를 30% 줄일 경우 수십~수백억 유로의 매출을 더 올릴 수 있습니다."

      디지털 복제를 위해선 인터넷 연결과 센서 등 IoT 기술이 중요하다. 가우스 부사장은 "기기들이 자체적으로 데이터를 생산·처리·가공할 뿐만 아니라 다른 기기와 서로 정보를 교환할 수 있어야 디지털 복제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가우스 부사장은 스페인 철도회사 렌페(Renfe)의 사례를 들었다. 렌페는 열차가 15분 이상 지연되면 요금을 일부 환불해주는 잘 짜여진 보상 제도를 갖고 있었다. 문제는 연착이 너무 잦다는 점. 구원투수로 나선 지멘스는 지연 보상제를 통해 고객 만족을 꾀하기보다 정시 운행률을 높이는 게 경쟁력 강화의 핵심이라고 판단했다. 그리고 정시 운행률을 99.94%로 끌어올리는 방법을 찾아냈다. 핵심 설비와 부품 등에 최대 2000여 개 센서를 장착, 모니터링하다가 운행에 지장을 주는 부품이 발견되면 즉각 미리 교체하는 식이다.

      스마트 팩토리, 제품 개발주기 대폭 줄여

      가우스 부사장은 독일 혁신성장 전략의 핵심을 포괄성, 개방성, 표준화, 중소기업 지원 등 4가지로 요약했다.

      "'제조업 4.0' 로드맵은 독일 경제 주요 이해관계자들이 모두 참여했기 때문에 포괄적이고 실질적인 대책을 수립할 수 있었습니다. 이런 혁신의 성과와 연구 결과는 모든 기업에 열려 있어야 합니다. 또 정부 규제 기관이 동참해 초기 단계부터 포괄적인 산업 표준을 정립해야 합니다. 산업표준과 법규는 제품 기획부터 생산, 판매에 이르는 제조업 전 과정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입니다."

      가우스 부사장은 국가 차원의 혁신 성장 로드맵에는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이 필수라고 강조했다. "지멘스는 지난 20여 년 동안 혁신 성장을 위해 100억유로(약 13조2000억원)를 투자했고, 데이터 분석 전문가와 사이버보안 전문 인력만 200명이 넘습니다. 하지만 중소기업에는 이런 재원이 부족합니다. '제조업 4.0'은 중소기업이 자체 공장에 대규모 신규 투자를 하지 않고도 다양한 혁신과 실험이 가능한 기반시설을 만드는 데 역점을 두고 있습니다."

      시내에서 출발한 버스가 SAP교육센터, SAP본관, SAP캠퍼스 등 이름에 ‘SAP’가 붙은 정류장 다섯 곳에 정차했다. 인구가 1만5000여 명에 불과한 발도르프에 본사를 둔 SAP는 미국 마이크로소프트(MS), 오라클에 이어 매출 기준 세계 3위 소프트웨어 기업이다. 전 세계 130개 지사에 고용된 직원만 8만8000명에 달한다. SAP는 영업 관리와 고객 분석 등 기업 업무에 필요한 응용소프트웨어(EAS)에 특화돼 있다. 포브스가 선정한 글로벌2000 기업 중 87%가 SAP 제품을 사용하고 있다고 한다. SAP의 사물인터넷(IoT)·디지털공급망 총괄인 탄야 뤼커트(Rueckert) 사장은 “4차 산업혁명의 중심은 소프트웨어”라며 “소프트웨어가 IoT와 빅데이터를 활용할 분석 도구를 제공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기업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 그는 “디지털 변신이 필수”라고 지적했다. 스마트 팩토리에선 모든 공정과 생산에 관련된 변수들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개선책을 적용할 수 있다. 이를 위해선 생산 관련 각종 데이터와 습기·온도 등 작업에 영향을 미치는 모든 요소를 모니터링하고 통제할 수 있어야 한다.

      뤼커트 사장은 “소프트웨어는 이런 데이터를 투명하게 분석해주는 현미경”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소프트웨어를 통해 사업 영역을 확장한 기업을 예로 들었다. 유서 깊은 오토바이 제조 기업은 다양하게 변화하는 소비자 기호에 맞춰 한 공장에서 1300개 모델을 생산할 수 있도록 라인을 재설계했다. 소프트웨어가 다양한 소비자와 생산 라인을 직접 연결하는 고리 역할을 했다.

      공기압축기 생산 업체 케저컴프레서(Kaeser Compressor)는 기존 장비에 부착된 센서로 수집한 기기 운용 데이터를 활용, 부품 교체 시기와 시스템 장애 등을 미리 예측하는 서비스를 개발했다. 이젠 단지 공기압축기만 만들어 파는 게 아니라 서비스업도 겸하고 있다.

      소프트웨어·하드웨어·통신이 결합해야

      다만 뤼커트 사장은 “소프트웨어만으로는 이 같은 혁신을 이루기 어렵다”고 인정했다. IoT나 스마트 팩토리 등 4차 산업 핵심 분야들은 하드웨어와 센서, 통신 기반 시설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했다. 인공지능(AI)은 30년 전, 다양한 사물과 기기에서 데이터를 수집한다는 IoT 개념은 10여 년 전에 등장했지만, 기업들이 본격 성과물을 만든 건 최근이다. IoT만 해도 하드웨어나 센서 기술이 부족해 현장에서 성능을 발휘하지 못했다.

      그는 “5년 전만 해도 센서는 단가가 너무 높아 광범위하게 활용할 수 없었지만 지금은 다르다”면서 “데이터를 수시로 업데이트하는 과정에서 배터리 소모가 커 수명이 짧았는데 배터리 기술 발전으로 이런 단점을 극복하고 있다”고 전했다. 데이터 저장 기술도 마찬가지. 전 세계 데이터의 90%는 지난 3년 동안 생산됐는데, 최근 데이터 저장 계층화 기술 등이 개발되면서 대용량 데이터 저장과 비용 절감이 가능해졌다.

      뤼커트 사장은 “스마트폰 성능이 발달하며 웬만한 컴퓨터 연산은 다 할 수 있게 됐고, 문자 전송에 그치던 통신기술은 5세대(G) 이동통신을 눈앞에 두고 있다”면서 “4차 산업혁명이 빠르게 현실로 파고들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