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모든 가정에 제가 들어갈 겁니다"

입력 2018.01.27 03:07

中 로봇 원격조종업체 '다타커지' 손정의 회장도 공동 창업자 참여

클라우드 대뇌에 무선으로 로봇 연결 '베이징 보모'를 뉴욕서 자유자재로
특허 개발자에게 상속 가능한 수익 무조건 10% 배당… 지재권 출원 年 200건 달해

中 로봇 원격조종업체 '다타커지' 손정의 회장도 공동 창업자 참여
본사에 있는 동판 '특허의 벽' 중국 베이징 왕징 소호빌딩 3호 B동 33층 다타커지 사무소에는 2015년 설립 이후 등록한 특허증을 동판으로 만들어 붙인 ‘특허벽’이 있다. 다타커지는 특허 개발 직원에게 기술료 수입의 10%를 확보할 수 있는 권리를 주고, 상속도 허용하는 제도를 만들었다. 사진 속의 로봇은 손정의 회장의 소프트뱅크가 만든 개인용 서비스 로봇 ‘페퍼’로, 다타커지의 클라우드 서비스 기술을 접목했다. / 그래픽=김현국
"일본 소프트뱅크 손정의 회장이 해외에서 공동 창업자로 참여한 유일한 회사입니다."

중국 로봇 스타트업 다타커지(達科技) 왕빙(汪兵) 공동 창업자 겸 부총재는 회사를 소개할 때 이 말을 빠뜨리지 않는다. 다타커지를 상징하는 사건은 이 말고도 많다. 2015년 3월 중국 남부 선전(深圳)에서 창업할 때 유치한 자금 3100만달러는 창업 기업에 대한 최초 투자로는 역대 최대 규모다. 지난해 2월 1억달러를 다시 유치하면서 인정받은 기업 가치는 5억달러(약 5350억원)였다.

애플 하도급업체로 세계 최대 전자제품 위탁 생산업체인 폭스콘이 주주로 참여하는 회사이기도 하다. 작년 12월 미국 시장조사 기관 CB인사이트가 전 세계 2000여 AI(인공지능) 스타트업 중 100대 기업을 뽑았는데 거기에 든 중국 기업 8곳 중 하나였다. 현재 일본·미국·대만·홍콩 등에 지사를 두고 있다. 2016년엔 매출이 1억위안(약 164억원)에도 못 미쳤지만 올해는 10억~20억위안을 예상하고 있다.

최근 베이징 사무실에서 만난 왕 부총재는 다타커지를 "로봇 제조업체가 아니라 이를 운용하는 서비스 회사"라고 설명했다. '로봇 업종의 차이나모바일'을 지향한다는 것이다. 클라우드에 두뇌 프로그램을 놓고, 전용 통신망을 통해 로봇을 조종하는 클라우드 로봇 운영 회사다. 뉴욕에서 베이징 로봇을 조종할 수 있는 글로벌 전용망을 이미 구축했다. 이 개념을 만든 공동 창업자 황샤오칭 최고경영자(CEO)는 세계 최대 이동통신 사업자인 차이나모바일의 이동통신연구원 원장을 지냈다.

황 CEO와 친분이 있던 손정의 회장은 휴머노이드형 로봇 페퍼 등 소프트뱅크 주력 로봇 사업과 연계할 수 있다는 기대감에 황 CEO에게 다타커지 공동 창업자로 나설 것을 먼저 제안했다고 한다. AI 로봇의 윤리와 안전 위협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점도 손 회장 구미를 당겼다. 클라우드의 두뇌와 로봇을 연결하는 무선 제어기를 로봇에서 떼 내기만 하면 AI 로봇도 '깡통'이 된다. 황 CEO와 손 회장이 함께 제시한 비전은 '2025년에 가정마다 맞춤형 로봇 보모를 둘 수 있게 한다'이다.

생물학자와 나눈 대화서 아이디어 얻어

中 로봇 원격조종업체 '다타커지' 손정의 회장도 공동 창업자 참여
손정의와 황샤오칭 CEO 지난해 7월 도쿄에서 열린 소프트뱅크 행사에서 손정의(왼쪽) 소프트뱅크 회장이 다타커지 황샤오칭 CEO와 악수하고 있다.
황 CEO가 클라우드 로봇 운용 서비스에 착안한 건 2011년 미국 스탠퍼드대에서 생물학 교수와 나눈 대화 덕분이다. 그 교수는 인간 두뇌 수준의 전자 두뇌를 로봇에 장착하는 것이 불가능한 이유를 설명했다.

"인간 두뇌엔 뉴런이 1000억개 있다. 칩이 1000억개 있는 컴퓨터로 보면 된다. 뇌 하나가 소모하는 전력은 40W이고 중량은 평균 1500g이다. 하지만 칩으로 이런 기능의 뇌를 만들려면 2000t 중량에 27㎿ 전력을 소모한다. 이는 중소 도시에 해당하는 10만 가구 전력 소비량이다. 이렇게 큰 두뇌를 로봇 어깨에 걸치는 건 불가능하다."

황 CEO는 가볍고 전력 소모가 적은 인간 두뇌의 강점을 살리면서 정보 처리 속도가 컴퓨터의 100만분의 1이라는 약점을 보완할 묘수를 클라우드에서 찾았다. 클라우드의 대뇌를 수많은 로봇이 공유하는 구조다. 이는 AI의 핵심인 딥러닝과 자기 학습에도 도움을 준다. 특정 로봇의 경험을 클라우드의 뇌 조종을 받는 모든 로봇에 주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회사의 영문명은 클라우드마인드(cloudminds)다. 왕 부총재는 "미 HBO 공상과학(SF) 드라마 '웨스트월드'가 다타커지를 광고하는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서비스 안내에서 마약 검측 로봇까지

다타커지의 매출이 올해 급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것은 새해 실용화 프로젝트가 잇따르리라고 보이기 때문이다. 우선 올여름 물이나 차를 따르는 기본적 보모 기능 로봇 운용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맹인 안내견을 대신할 로봇 서비스도 시작할 계획이다. 사람 얼굴과 물체를 식별하고 음성 대화를 할 수 있는 AI 기술이 동원된다. 페퍼와 접목해 이동통신 사업자 영업점이나 은행 지점 안내 데스크를 할 수 있는 서비스도 올 상반기 중 개시할 예정이다. 차이나모바일과 중국은행부터 시작하기로 했다. 선전의 부동산 개발 업체 진디(金地)도 분양 안내를 위해 다타커지의 클라우드 로봇 운용 서비스를 활용하기로 했다. 다타커지와 협력 중인 로봇 제조업체만 이미 20여 곳에 이른다.

새해 내놓을 신제품에는 불순물 검측 장비도 있다. 다타커지가 만든 휴대폰에 마약과 독극물, 화약 등을 감지할 수 있는 측정 모듈을 결합, 클라우드의 대뇌가 이를 분석하는 식이다. 검측 속도가 빠르고 가격 경쟁력이 있다는 게 왕 부총재 설명이다. 공항 보안 검색에서 활용할 수도 있다. 초음파 진단기 서비스도 개발해 집에서 쉽게 진단할 길을 열 계획이다. 왕 부총재는 "두 다리만 없을 뿐 휴대폰과 결합된 검측기 역시 클라우드 뇌의 제어를 받는 AI 로봇"이라고 설명했다.

개발자에게 특허 수입 10%… 상속 가능

베이징 왕징에 있는 사무소 한쪽 벽면에 특허를 획득한 증서를 동판으로 만들어 붙인 특허 벽이 있다. 중국 기술 업체를 가면 흔히 볼 수 있지만 이들 특허는 다타커지만의 특허 인센티브 제도를 통해 나온 것이다. 특허 벽에 쓰인 '지식재산권 파트너' 제도가 그것이다. 모든 임직원이 지재권을 출원할 수 있고, 로열티 수입의 10%를 수익으로 받는다. 특허 수익권은 자손에게 상속할 수도 있다. 400여 직원 중 70%가 연구 인력이고, 매년 지재권을 200여 건 출원하는 배경이다. 지재권의 85%는 특허다. 왕 부총재는 "구글보다 클라우드 관련 지재권이 더 많다"고 강조했다.

2016년 말 기준 구글은 관련 지재권이 36건인 반면, 다타커지는 88건에 달했다고 한다. 다타커지는 특허를 늘려 경쟁사들과 특허를 공유하는 방식으로 특허 방어망을 구축한다는 전략이다.

다타커지는 글로벌 연구망 구축에도 열심이다. 스탠퍼드대·버클리대와 공동 실험실을 운영하고 있으며, 올해는 MIT와 카네기멜론 공대와도 공동 실험실을 열 예정이다. 왕 부총재는 "한국에도 고급 인재가 많은데 해외로 나오지 않는 것 같다"며 "한국 인재는 물론 한국 기업과도 협력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美 유학파 1세대로 영화 '스타트렉' 팬

황 CEO는 해귀파(海歸派·해외 유학파)의 본보기라고 할 수 있다. 중국 정부가 해외 인재 유치를 위해 도입한 천인(千人) 계획에 따라 처음 귀국한 미국 유학파 중 하나다. 중국 화중(華中)과기대에서 전기공학을 전공하고, 미 일리노이대에서 컴퓨터과학으로 석사 학위를 받았다. AT&T 벨연구소에서도 일했다. 그가 공동 창업자로 참여했던 UT스타캉은 중국 유학생이 만들어 나스닥에 상장한 첫 번째 기업이다.

황은 자신의 중국판 트위터 웨이보 계정의 배경을 영화 '스타트렉'으로 쓸 만큼 스타트렉 팬이다. 그 드라마에 나오는 인조인간 '데이터'를 좋아해 회사 이름도 데이터의 중국어 발음인 '다타'를 사용했다. 공동 창업자 6명 중 2명을 보안 전문가로 영입할 만큼 보안을 중시하고 있다. 다타커지는 2019~2020년 상장을 추진하고 있다. 왕 부총재는 "단순한 재무적 투자자는 사양한다. 해외 시장 진출 때 현지 파트너를 찾아줄 수 있는 전략적 투자자를 찾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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