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도시들 스타트업 어떻게 키우나

입력 2018.01.27 03:07

컨설팅업체 RCKT 닐스 제거 창업자
"12개 허브 도시서 기업·학교 등 연결"

컨설팅업체 RCKT 닐스 제거 창업자
컨설팅업체 RCKT 닐스 제거 창업자
독일 수도 베를린은 독일의 실리콘밸리로 통한다. 벤처캐피털 등 민간 투자 80~90%가 베를린에 집중된다. 이곳에 자리 잡은 스타트업 컨설팅업체 RCKT 닐스 제거(Seger) 공동 창업자는 WEEKLY BIZ와 인터뷰에서 독일 스타트업 생태계가 베를린에 조성된 이유에 대해 "역설적이지만 특별한 기반 산업이 없는 지역이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알리안츠·뮌헨리(재보험사)가 있는 뮌헨, 메르세데스-벤츠·포르셰 등이 위치한 슈투트가르트, 도이체방크·코메르츠방크의 프랑크푸르트 등은 오히려 스타트업에 집중할 필요가 없었다는 얘기다. RCKT는 독일 최대 인터넷·전자상거래업체 로켓인터넷의 자회사다.

물론 그것만으론 설명이 부족하다. 베를린에는 베를린 훔볼트대와 베를린 자유대 등 명문 대학들과 유럽연합(EU) 기관들이 자리 잡고 있어, 국내외 인재를 유치하기 유리한 구조다. 상대적으로 다른 독일 내 대도시와 비교하면 임대료가 싼 점도 강점이다.

정보통신기술(ICT)과 블록체인, 사물인터넷(IoT) 등 신기술이 주도하는 4차 산업혁명을 이끄는 첨병은 스타트업이다. 새로운 기술뿐 아니라 다양한 사업 아이디어로 무장한 창업가들. 하지만 이들이 가진 아이디어와 신기술을 사업화하기 위해 투자를 유치하는 작업은 다른 차원이다.

제거 창업자가 강조한 것도 이런 다른 입장에 처한 기업·기관을 연결해주는 '허브(Hub)'다. RCKT는 현재 독일 정부가 추진하는 '디허브 이니셔티브(de:hub initiative)' 사업을 지휘하고 있다. 디허브 이니셔티브는 12개 거점 도시를 선정, 각 도시에 설치된 전담기관 '허브 에이전시'가 해당 지역 스타트업과 중소기업, 대기업, 대학, 연구기관, 벤처캐피털을 서로 이어주고, 나아가 다른 거점 도시 기업과 기관도 연결해준다. 자금과 인력이 상대적으로 열악한 스타트업을 경영·기술 전문가, 잠재 고객인 대·중소기업과 제휴하게 도와주기도 한다.

제거 창업자는 "독일 내 스타트업 생태계의 큰 문제는 베를린 이외 지방 중소도시"라면서 "지방 중소도시에 흩어진 강소기업들이 4차 산업혁명 시대에도 성장할 수 있도록 체계를 잡아주고 있다"고 말했다.

도시별로 스타트업·연구소·벤처캐피털 연계

이런 움직임을 좀 더 관찰하기 위해 베를린에서 기차로 1시간 거리인 작센주(州) 최대 도시 라이프치히를 찾았다. 디허브 이니셔티브 거점도시 중 하나인 라이프치히는 한때 동독 내 3대 공업 도시로 꼽혔다. 그러나 통일 이후 30여 년 가까이 흐른 지금까지 서독 도시들과 경제 격차를 좁히지 못했다. 작센주를 비롯한 작센안할트주, 튀링겐주 등 과거 동독 지역은 서독 출신 주와 비교해 1인당 GDP(국내총생산)가 30~50% 적다.

그런 라이프치히가 지금 스타트업 도시로 거듭나고 있다. 라이프치히 대표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육성기관) 스핀랩(SpinLab)은 과거 면직물 공장 부지에 사무실을 마련했다. 쇠락한 방직공장 지구 겉모습은 얼핏 낡은 벽돌과 회색 철골 구조물뿐이었지만 건물 입구마다 미술 작업실과 공방, 스타트업 간판과 명패가 빼곡하게 붙어 있었다.

에릭 베버(Weber) 스핀랩 창업자는 "베를린과 마찬가지로 라이프치히나 다른 옛 동독 도시들은 비교적 낮은 부동산 가격, 유서 깊은 대학과 연구기관 등 지식 기반시설이 잘 갖춰져 경영 자문과 금융 지원만 충분하다면 스타트업 창업에 최적화된 지역"이라고 말했다.

스핀랩의 6개월짜리 스타트업 지원 프로그램은 HHL라이프치히경영대학원이 경영·마케팅 전략 수립에 도움을 준다. 작센주 정부뿐만 아니라 도이체방크, 포스트방크, 포르셰, KPMG 등 협력사 지원도 받을 수 있다. 베버 창업자는 "이번 기수 프로그램에는 함부르크, 뉘른베르크, 슈투트가르트 등에서 찾아온 6개 예비창업팀이 참여하고 있는데, 이중 5팀이 스타트업을 설립했다"며 "그동안 스핀랩에서 교육받은 예비창업자의 상당수가 라이프치히에 뿌리를 내렸다"고 설명했다. 잘 짜인 스타트업 지원 프로그램으로 독일 전역의 인재를 라이프치히로 불러모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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