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LY BIZ] 임대료 잡으려다 세입자 잡는다

    • 노아 스미스 스토니브룩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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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18.01.27 03:07

      [On the Real Estate]

      폭탄 터트리는 것처럼 도시 파괴
      규제하면 세입자 80% '난민' 전락
      차라리 인상분만큼 복지혜택 줘라

      노아 스미스 스토니브룩대 교수
      노아 스미스 스토니브룩대 교수
      임대료 규제 정책은 경제학개론 수업에서 가장 먼저 배우는 내용 중 하나다. 선의로 도입한 정책이 역효과를 부를 수 있다는 교훈을 가르쳐 준다. 수요·공급 이론에 따르면 정부 개입으로 임대료를 규제하면 주택 공급이 줄어 저소득층부터 도시에서 밀려난다. 주택 공급이 부족하면 주변 지역 임대료도 오른다. 결과적으로 일부 혜택을 받은 계층도 있겠지만 전반적으로 득보다 실이 더 크다는 게 요지다.

      오죽하면 스웨덴 경제학자 아사르 린드벡이 임대료 규제를 "폭탄 던지는 걸 제외하고 도시를 파괴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했겠는가.

      그런데 경제학개론에서 배운 게 현실에선 종종 다를 때가 있다. 예컨대 노동시장은 수요·공급 모델로 설명되지 않는 부분이 있다. 최저임금을 올린다고 실업자가 쏟아지지 않을 수도 있다. 고속도로를 더 지었더니 오히려 교통체증이 심화되는 경우도 있었다. 그렇다면 임대료 규제도 현실에선 교실에서 배운 것과 다를 수 있지 않을까.

      그래서 자료를 찾아봤다. 최근 레베카 다이아몬드 스탠퍼드대 교수가 동료 2명과 함께 미국 샌프란시스코 임대료 규제 효과를 연구한 논문을 내놓았다. 결과는 예상한 대로였다. 가끔 데이터가 불완전한 연구가 있긴 하지만 이들의 연구는 꼼꼼했다. 이들은 1980~2016년 사이 샌프란시스코에 거주한 모든 주민들 주소를 토대로 연구를 진행했다. 샌프란시스코 시가 1995년 임대료 규제 정책을 도입한 다음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조사했다.

      임대료 규제, 사실상 정책 효과 없어

      임대료 규제 정책을 도입하자 세입자가 '난민'처럼 이사 가지 않고 그 집에 계속 세 들어 있을 확률이 20% 증가했다. 그러나 임대 주택 공급은 15% 줄었다. 집주인들은 규제를 피해 임대주택을 콘도로 바꾸거나 아예 새로 다른 용도의 건물을 짓기도 했다. 결국 그 피해가 취약 계층에게 돌아갔다.

      임대주택 공급이 줄면서 거처를 못 구한 사람들은 교육 환경이 좋지 않거나 실업자가 많은 이른바 빈민가로 이사 가야 하는 처지에 몰렸다. 임대료 규제가 임대주택 공급을 줄이면서 임대료는 오히려 높아졌다. 1995년 정책 도입 이후 임대료는 5.1% 올랐다.

      임대료 규제는 장단점이 있을 수 있다. 다이아몬드 교수 연구진이 주택 수요 모델을 써가며 정책 효과를 측정한 결과, 편익과 손실이 거의 정확히 일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임대료 규제가 아무런 실익이 없었다는 뜻이다.

      경제학자 연구라고 100% 믿을 수 있는 건 아니다. 임대료 규제가 주는 보이지 않는 피해가 더 클 수도 있다. 주택 밀도가 높아지면 도시 전체 생산성이 향상된다는 연구도 있었는데 이런 가정이 맞다면 임대료 규제는 예상보다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정책 입안자들은 대개 초기에 별로 피해가 보이지 않으면 피해가 없는 걸로 간주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더 그렇다.

      사실 취약한 세입자를 보호하는 좋은 방법은 임대료 규제 말고 꽤 있다. 다이아몬드 교수와 동료들은 도시 임차인을 위한 사회 보험 제도를 도입하는 방안을 제안한다.

      집주인이 임대료를 올리면 그 인상분만큼을 상쇄할 수 있는 세금 공제 혜택이나 복지 혜택을 주거나, 이사에 필요한 비용을 대주는 것이다. 이런 제도를 운영하는 데 드는 비용은 집주인에게 부과하는 세금에서 마련, 임대료 인상이 취약한 소수에게 모든 부담이 가지 않도록 사회적으로 이를 분산하는 혜안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