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LY BIZ] 사장 결심이 회사를 바꾸고 사장 진심이 직원을 바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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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18.01.13 03:06

      '일본에서 가장 소중한 기업' 大賞… '일본레이저' 곤도 노부유키 CE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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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곤도 노부유키 일본레이저 사장은 미국 소설가 레이먼드 챈들러의 ‘터프하지 않으면 살아남지 못한다. 그러나 상냥하지 않으면 살아갈 자격이 없다’는 말을 언급했다. 그는 “기업의 가장 중요한 가치는 그 기업에서 일하는 사람을 행복하게 하는 것에 있다”고 했다./최원석 차장
      70세까지 정년 보장, 10년간 이직률 제로, 여성 관리자 비율 30%. 잘 웃는 직원에게 무조건 인센티브를 주고, 사장이 "나는 절대 누구도 해고하지 않겠다"고 외치는 기업이 있다. 연구용·산업용 레이저 광학 기기를 수입·판매하는 회사인 '일본레이저'다.

      그런데도 이 회사는 작년까지 24년 연속 흑자를 달성했다. 무차입 경영에 55명 전 직원이 주주이며 1인당 매출은 7억원이 넘는다. 2011년 1회 '일본에서 가장 소중한 기업' 대상, 2015년 후생노동성 '커리어 지원 기업' 후생노동장관상, 2017년 3회 화이트 기업(직원 만족도가 높고 이직률이 낮은 기업, 반대는 블랙 기업) 대상 등 수상 이력도 화려하다.

      원래부터 이런 회사는 아니었다. 1994년 곤도 노부유키(近藤宣之·74) 사장이 취임했을 때만 해도 도산이 눈앞이었다. 어떻게 지금 모습이 됐을까. 도쿄 니시와세다(西早稻田) 본사에서 곤도 사장을 만나 직원 행복과 기업 실적을 동시에 얻은 비법을 들어봤다. 그는 "사장의 결심이 회사를 바꾸고 사장의 진심이 직원을 바꾼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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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레이저 본사는 4층 건물의 1~3층을 임대해 사용한다. 3층은 회의실 등으로 사용하며, 2층에서 곤도(왼쪽에서 둘째) 사장을 포함해 20대부터 70대까지 전 직원이 함께 일한다. 곤도 사장 방은 따로 없다./최원석 차장
      주인 의식 갖도록 사원들 회사 주식 매입

      ―1994년 모기업인 일본전자 임원에서 자회사인 일본레이저 사장으로 왔다. 자회사 직원들 마음을 얻기가 쉽지 않았을 텐데.

      "일본레이저는 당시 경영 파탄 상태였다. 겨우 1년 만에 흑자 전환했다. 2년째부터는 본격적으로 직원들 힘을 모아야 했다. 하지만 직원들이 '곤도씨가 좋은 성과를 냈으니, 다음은 모회사 높은 자리로 돌아갈 궁리만 하겠구나. 우리는 이용당하는 거야'라고 생각할 수 있었다. 나는 모회사에서 내려온 사장으로 다섯 번째였다. 직원들에게 필사적 자세를 요구하려면 사장인 나부터 배수진을 쳤다는 것을 보여줘야 했다. 그래서 모회사 임원직을 사임했다."

      ―2007년에 아예 모회사에서 독립했다.

      "경영자는 항상 직원에게 '주인 의식을 가지라'고 말한다. 하지만 주인이 아닌데 어떻게 주인 의식을 갖겠나. 맨날 모기업 입김에 휘둘리고 이익도 모기업 우선이었다. 그래서 사원 출자 등으로 회사를 독립시켰다. 그 이후 직원 사이에서 '우리 회사'라는 의식이 커졌다."

      ―남녀, 연령, 정규·비정규직 차별이 없다고 들었다.

      "60세 정년이라 이때 퇴직금을 주지만, 65세까지는 본인이 원하면 전원 재고용한다. 65세까지는 연금이 안 나오기 때문이다. 본인만 더 일하고 싶으면 70세 넘어서도 고용한다. 현재 나 말고도 70세 넘은 직원이 한 명 있다. 그는 70세까지는 하루 7시간 30분씩 풀타임으로 일했지만, 이후로는 하루 6시간씩 주 3일 일하고 있다. 회사 로비에서 당신을 응대한 노나카 총무과장도 정규직이 아니다. 서른 살쯤부터 17년간 하루 4시간씩 파트타임으로 일했다. 처음 입사했을 때는 아이가 한 살이었는데, 그 아이가 작년 대학에 들어갔다. 노나카씨가 '엄마로서 뒷바라지도 끝났으니 하루 8시간씩 일하고 싶다'고 했고 이후 풀타임 총무과장으로 일하고 있다. 정규직이든 비정규직이든 같은 일을 같은 시간 동안 하면 대우는 거의 같다. 이십 몇 년간 파트타임으로만 일해 60세를 넘긴 직원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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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레이저 본사 2층 로비. 왼쪽에 일본 국기가 걸려 있고 안내판에 전 직원 직통 번호가 기재돼 있다./최원석 차장
      사장의 역할은 경영 전략 잘 짜는 것

      ―여성 관리자 비율이 30%이다.

      "40세에 그만둔다고 하면, 다시 20대 여성을 뽑아 그 정도 능력을 갖추게 하는 건 매우 어렵다. 따라서 본인 라이프스타일에 맞게 일할 수 있는 다양한 고용 계약을 준비해 그들이 오래 일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직원·회사 모두에게 이익이다. 또 거래처마다 담당 직원을 여럿 배치하고, 한 직원이 임신·출산 등으로 자리를 비웠을 때 그 자리를 받쳐주는 직원에게 가점을 준다."

      ―인생에 큰 위기를 여러 번 겪었다.

      "인생이라는 게 순조롭게 일직선으로 가지 않는다. 벽에 부딪히고 산에 막히고 골짜기에 떨어진다. 그런데 중요한 게 있다. 위기를 남 탓으로 돌리고 끝내면 문제는 절대 풀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우리는 수입품이 많기 때문에 엔저가 되면 어려워진다. 아베노믹스 이후 15억엔에 사 오던 물품을 20억, 25억엔에 사 오는 상황이 발생했다. 연 매출 40억엔 회사에서 구입 금액이 이렇게 오르면 버티기 힘들다. 하지만 꾸준히 이익을 내고 있다. '가지바노 바카지카라(火事場の馬鹿力·불이 났을 때 발휘되는 괴력)'라는 말이 있다. 임직원이 하나가 돼 이런 힘을 발휘했다. 가장 무서운 것은 '이런 상황이니까 적자 내도 괜찮겠지' 하는 생각이다. 새 상품을 찾아 매출을 높이고 비용은 줄이려는 노력을 끊임없이 해야 한다."

      ―코닥이 기술 변화에 대처하지 못해 망한 것처럼 사업 환경이 무너져 위기를 맞을 수도 있는데.

      "사장의 역할은 세 가지다. 첫째, 직원 모티베이션(동기 부여). 아무리 좋은 경영 전략을 세워도 실행은 직원이 하니까. 둘째는 지진·쓰나미가 일어나도 살아남을 수 있는 경영 전략을 세우는 것. 코니카와 미놀타는 합병 뒤에 카메라 분야를 매각하고 사무기기에 집중해 성공했다. 캐논·니콘 모두 필름에서 디지털로 잘 전환했지만, 니콘은 디지털 카메라에만 집중하다 또 위기를 맞은 반면, 캐논은 사무기기, 헬스, 반도체 장비 쪽으로 포트폴리오를 잘 짜서 성공을 이어가고 있다. 후지필름도 화장품·의약품을 만들어 잘하고 있다. 비즈니스를 바꿔나가는 것이 사장 일이다. 누구도 대신 해줄 수 없다. 셋째는 직원을 성장시키는 것. 세 가지 중 사장에게 가장 어렵고 중요한 일을 꼽으라면 둘째다. 경영 전략에서 실패하면 직원의 모티베이션이나 성장도 어렵다."

      사장이 직원들에게 먼저 인사 건네

      ―사장의 책임을 강조하는데.

      "사장이 바뀌면 기업은 바뀐다. 인사를 예로 들겠다. 한국도 마찬가지일 것 같은데, 직급 낮은 사람이 높은 사람에게 먼저 하는 것으로 여기기 쉽다. 하지만 우리 회사는 사원이 자리에 앉은 상태에서 사장이 먼저 돌아다니며 말도 건네고 인사도 한다. 일본어 아이사쓰(·인사)의 아이(·애)는 마음을 연다는 의미다. 사쓰(拶·찰)는 상대방에게 다가가 품는다는 뜻이다. 따라서 인사는 권한을 더 가진 사장·임원·간부가 그러지 못한 직원에게 마음을 열고 다가가는 것이다. 사장과 직원은 상하 관계가 아니라 서로 신뢰하고 존경하는 관계여야 한다. 일본도 그렇지만 '요즘 어린 친구들은 못써'라고 말하는 이들이 있다. 하지만 사람은 상대에 따라 바뀐다. 당신이 바뀌면 당신 주변 사람도 바뀐다."

      ―승계 문제는 어떻게 할 생각인가.

      "올해로 우리 회사는 50주년이 된다. 나보다 아홉 살 어린 영업본부장(전무), 그다음으로 영업본부 상무가 있고, 40대 직원 중 유능한 사람이 세 명 정도 있다. 이들이 계속 이어나갈 것이다. 사장직은 물려주고 최고경영책임자(Chief Executive Officer)가 아니라 최고여흥책임자(Chief Entertainment Officer) 자격으로 당분간 일할 생각이다. 회사 이념이 제대로 계승되도록 좀 더 지원할 필요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