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LY BIZ] 美 러스트벨트 노동자들 이야기…올해 읽어야 할 추천 도서 1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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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18.01.13 03:06

      세계 경제·경영 대가들의 추천 도서 5選

      실리콘밸리의 남성 중심 문화 고발…여성 자서전이 2위
      아이폰 발명의 숨은 주역들 취재한 개발 역사도 큰 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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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8년 세계 경제·경영 대가들이 필독서로 가장 많이 추천한 책은 미국 위스콘신주 제인스빌의 GM공장 폐쇄 이후 이야기를 담은 ‘제인스빌’이었다. 사진은 GM공장이 폐쇄되던 2008년 12월23일 아침 제인스빌의 모습./게티이미지코리아
      2008년의 크리스마스를 이틀 앞둔 날 미국 중북부 위스콘신주(州) 제인스빌에 있던 GM 공장은 마지막 시보레 타호를 생산한 뒤 가동을 멈췄다. 89년 동안 제인스빌에서 가장 많은 사람을 채용했던 공장의 폐쇄였다. 이 지역 출신 거물 정치인인 폴 라이언 미국 현 하원 의장도 공장이 멎는 것을 막지 못했다. 2대(代), 3대에 걸쳐 GM 공장 직원으로 사는 것이 당연했던 제인스빌 주민들은 상상도 해보지 않던 삶에 적응하기 위해 고단한 훈련을 시작한다. 세계 경제·경영 대가들이 2018년 필독서로 가장 많이 추천한 책 '제인스빌: 어느 미국인 이야기(Janesville: An American story)'가 담고 있는 내용이다.

      WEEKLY BIZ는 글로벌 경제·경영 석학들에게 직접 추천받거나 외국 유명 경제 전문 매체의 추천 도서를 참고해 2017년 출간된 신간 가운데 추천 빈도가 가장 높은 책 5권을 선정했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 도미니크 바턴 맥킨지 회장, 로이드 블랭크페인 골드만삭스 최고경영자(CEO), 제이미 다이먼 JP모건체이스 CEO, 글렌 허버드 컬럼비아대학원 학장 등이 추천한 도서, 파이낸셜타임스·워싱턴포스트·포브스·포천·비즈니스인사이더·이코노미스트가 선정한 올해의 추천 도서를 각 1표씩으로 산정해 합산했다.

      올해에는 미국 전통 제조업 쇠락으로 위기를 맞았던 러스트벨트(미 중서부의 쇠락한 제조업 중심지) 노동자들의 이야기, 미 실리콘밸리의 남성 중심 문화를 고발해 화제를 모았던 여성 벤처 캐피털리스트의 자서전, 아이폰 발명의 숨은 주역, 전쟁 영웅으로 미 대통령을 지낸 율리시스 그랜트 평전 등 미국의 현재와 과거를 조명하는 책들이 주목받았다.

      글로벌 경제·경영 석학 추천 도서
      '3代 밥줄'이던 공장이 폐쇄되다

      가장 많은 추천을 받은 '제인스빌'은 산업 변화에 직격탄을 맞은 제조업 종사자들의 혹독한 새 시대 적응기를 담은 논픽션이다. 워싱턴포스트 기자인 저자는 공장 폐쇄 후 10년 가까이 새 직업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한 제인스빌 주민들과의 인터뷰를 토대로 전통 제조업 근로자들의 현실 적응기를 그렸다.

      지역 주민의 일자리를 지켜주겠다고 단언하며 세력 다툼을 벌이는 지역 정치인들, 컴퓨터를 켜는 법도 모르는 사람에게 컴퓨터로만 시험을 치르게 하는 정부 지원 직업 재교육 훈련, 실업률은 낮추지만 삶의 질은 떨어뜨리는 허울 좋은 재취업의 현실을 세밀하게 담았다. 이 책을 '2017년의 비즈니스 책'으로 선정한 파이낸셜타임스와 맥킨지는 "자동화와 구조조정 사이에서 어려운 결정을 내려야 하는 현대 기업에 시사하는 바가 많은 책"이라며 "모든 경영인이 반드시 읽어야 할 필독서"라고 평했다

      '리셋(Reset)'이 둘째로 많은 표를 얻었다. 책 저자는 2015년 자신이 다니던 회사를 고발해 실리콘밸리를 뜨겁게 달궜던 성 차별 논란에 불을 댕긴 여성 벤처 캐피털리스트 엘렌 파오다. 클라이너 퍼킨스의 벤처 캐피털리스트였던 파오는 부당하게 지연되는 승진과 남성 중심의 기업 문화를 비판하며 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벌였다. 실리콘밸리 기업들의 여론전 끝에 1심에서 패했지만, 파오는 실리콘밸리의 변화를 이끄는 인물로 각광받았다. 이 책은 그가 처음으로 펴낸 자서전이다.

      실리콘밸리 속살 보여주는 책들

      다음으로는 '궁극의 기기(The one device)' '그랜트(Grant)' '옵션 B(Option B)' 세 권의 책이 나란히 세 표씩 얻었다.

      '궁극의 기기'는 IT 전문 저널리스트가 아이폰 발명의 숨은 주역들을 취재해 펴낸 아이폰 개발의 역사다. 아이폰 개발에 참여했던 여러 엔지니어와 개발자, 디자이너들을 독점 인터뷰하며 부품과 소재 하나하나에 담긴 역사를 끌어냈다. 아이폰의 동력인 리튬이온 배터리가 실은 1970년대 석유 파동 때 엑손 과학자들의 발명품이라는 사실, 아이폰의 비산 방지 유리가 1960년대 초반 코닝 유리 엔지니어들의 작품이라는 사실 등 기초과학 상식 같은 이야기도 등장한다. 저자는 "아이폰은 천재의 번뜩이는 아이디어 하나로 혜성처럼 등장한 게 아니라 앞선 개발자와 발명가들의 작품을 모아 한 손에 들어오게 만든 융합 기술(confluence technology)의 산물"이라고 말한다.

      '그랜트'는 미국 제18대 대통령을 지낸 율리시스 S 그랜트의 평전이다. 미국 남북전쟁에서 북군의 승리를 이끈 그랜트 전 대통령은 군인으로서는 훌륭하지만 알코올중독자에 미국 역사상 최악의 대통령 10인에 선정될 만큼 무능한 인물로 알려져 왔다. 그러나 그랜트는 남북전쟁 후 테러 조직으로 타락한 백인 우월주의 집단 KKK 단속법을 만들어 조직을 사실상 괴멸시켰고, 역사상 가장 많은 흑인을 정부 모든 부서에 걸쳐 기용했다. 저자는 "그랜트는 흑인 출신의 노예 폐지론자이자 연설가였던 프레더릭 더글러스가 '가장 주도면밀하고 공명정대하며 현명한 나의 보호자'로 찬사를 보낼 만큼 흑인 인권 회복에 앞장선 지도자였다"며 그랜트에 대한 재평가를 촉구한다.

      국내에 번역돼 나온 책 중에는 셰릴 샌드버그 페이스북 최고운영책임자(COO)와 애덤 그랜트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 교수가 함께 쓴 '옵션 B'의 추천 빈도가 가장 높았다. 제목 '옵션 B'는 사람들이 바라는 최선의 삶(옵션 A)과 대비되는 개념이다. 상실과 역경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맞닥뜨리는 '차선의 삶'을 말한다. 2015년 남편의 급작스러운 죽음으로 충격에 빠진 샌드버그가 그랜트 교수의 도움으로 무너진 인간관계, 직장생활, 사생활을 회복해 나가는 과정을 담아낸 책이다. 그랜트 교수는 예기치 못한 사고로 충격을 받은 샌드버그와 아이들에게 '회복 탄력성'을 길러 역경에 대처하라고 조언한다. 기대하지 않던 '옵션 B'의 삶을 받아들이고 삶의 새로운 의미를 발견한 샌드버그의 진솔한 경험담과 그랜트 교수의 처방을 들려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