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LY BIZ] 年117조원 시장… 돈 냄새 진동하는 '강아지 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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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18.01.13 03:06

      진화하는 펫코노미(Petconom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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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려동물을 가족처럼 여기는 ‘펫팸족’이 늘면서 사물인터넷, 인공지능을 총동원해 반려동물의 건강과 즐거움을 돕는 기업도 증가하고 있다. 사진은 반려견이 혼자서도 공놀이를 할 수 있게 만들어진 자동 공놀이 기계 아이페치./ 아이페치
      손정의 소프트뱅크 사장이 세운 세계 최대 IT 투자펀드인 비전펀드의 투자 소식은 항상 전 세계 투자자와 기업인의 관심거리다. 사우디아라비아 공공투자기금(PIF), 애플, 폭스콘 등이 함께 출자해 미래의 주역 기술을 가진 기업에 투자하기 때문이다. 지난달 중순에는 이 비전펀드가 개 산책 앱 '왜그(Wag)'를 만든 스타트업 '왜그랩스(Wag Labs)'에 3억달러 투자를 검토 중이라는 소식이 화제가 됐다. 미래를 이끌 산업과 기술을 사냥하는 벤처 투자가들이 펫코노미(반려동물 산업) 성장과 그 관련 기술에서 돈 냄새를 맡았다는 증거이기 때문이다. 시장조사업체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전 세계 반려동물 관련 용품·식품 지출액은 2012년 960억달러(약 102조원)에서 2017년 1100억달러(약 117조원)로 14% 증가했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창업자, 마크 베니오프 세일즈포스 최고경영자(CEO)부터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까지 지극한 반려견 사랑으로 이름난 경영인은 이전부터 많았다. 하지만 최근 펫코노미의 사업성과 성장세를 주목한 경영인들이 눈에 띄게 이 부문에 진출하고 있다. 지난해 초 강아지 의료서비스업체 VCA를 인수하며 반려동물 시장으로 발을 뻗은 제과업체 마스(Mars) 같은 대기업은 물론, 다양한 기술과 신개념 서비스로 반려동물 관련 시장을 공략하는 스타트업도 쏟아지고 있다.

      Eat : 먹거리

      반려동물 산업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분야는 전체 시장의 70% 이상인 먹거리 부문이다. 특히 반려동물을 가족처럼 생각하는 '펫팸족'이 늘면서 반려동물 먹거리에 아낌없이 돈을 쓰는 사람도 증가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민텔의 조사에 따르면 미국에서 반려동물을 기르는 사람 가운데 72%가 반려동물을 '가족의 일원'으로 인식했고, 79%는 '반려동물의 먹거리 품질은 사람 음식만큼 중요하다'고 답했다. 반려동물 식품 업계에선 이들을 겨냥한 고급 먹거리 업체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미국 뉴욕의 반려견용 음식 배달업체 '올리(Ollie)'는 홈페이지에 반려견의 건강 정보를 기입하면 여기에 근거해 맞춤형 식사를 1주일, 2주일 단위로 배달해준다. 모든 식품은 미국 농무부(USDA)로부터 인증받은 전문 업체가 조리하며, 반려견의 견종과 나이, 체중, 갖고 있는 질병이나 알레르기와 식성을 모두 고려해 식단을 짠다. 2016년 설립된 이 기업은 지난해까지 총 1700만달러(약 182억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올리 외에도 '더파머스독' '어니스트 키친' '놈놈나우' 등 저마다 USDA, 미 식품의약청(FDA) 인증을 받은 식자재만 사용한다고 선전하는 고급 반려동물용 음식 배달업체가 경쟁을 벌이고 있다.

      Play: 놀거리

      산책처럼 반려동물의 즐거움을 위해 꼭 필요한 활동을 스마트하게 지원하는 서비스도 늘고 있다. 반려동물을 기르지만 시간에 쫓겨 놀아주지 못해 미안해하는 사람들을 겨냥한 서비스다. 최근 가장 주목받는 기업은 반려동물 업계의 '에어비앤비'나 '우버'로 불리는 로버다. 2011년 앱을 통해 반려동물을 돌봐줄 사람이나 호텔을 찾는 주인과 돌보미를 연결해 주는 서비스로 출발했다. 작년에는 경쟁업체 도그베이케이를 합병했고 지난해까지 총 1억5590만달러(약 1668억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소프트뱅크의 비전펀드가 투자를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진 왜그 역시 이와 비슷한 반려견 산책 서비스 업체다.

      혼자 남아 집을 지키는 반려견의 즐거움을 위한 놀이 기구도 진화하고 있다. 2013년 킥스타트 크라우드펀딩에서 목표액 2만달러의 네 배가 넘는 8만8000달러(약 9400만원)를 유치한 자동 공놀이 기계 '아이페치(iFetch)'는 연매출 560만달러(약 60억원)를 내는 기업으로 성장했다. 아이페치는 기계의 구멍에 공을 넣으면 보호자가 설정한 거리(3~9m)에 따라 공이 자동으로 발사되는 기계다. 반려견이 공을 물어 와 직접 구멍 안에 넣으면 혼자서도 즐겁게 놀 수 있도록 설계됐다. 반려동물의 지적 훈련을 위한 놀이기구도 나왔다. 퀄컴이 투자자로 참여한 '클레버펫'은 반려견이 퀴즈를 풀 듯 센서를 두드려야 간식을 먹을 수 있는 스마트 장난감이다. 먼저 주인이 사료·간식 등을 구멍에 미리 넣어 두고 기계를 잠근다. 그 뒤 반려견이 기계의 터치패드에 들어오는 조명을 보며 퀴즈를 풀 듯 일정한 순서와 시간 동안 센서를 누르면 문이 열려 간식이 나오는 놀이기구다.

      Love: 사랑과 관심

      반려동물은 무생물과 달리 사람의 관심과 사랑을 끊임없이 갈구한다. 다행히 사물인터넷(IoT) 발전 덕분에 반려동물용 홈카메라가 보급되면서 반려동물과 온종일 함께 있지 못하는 현대인의 죄책감도 조금은 덜 수 있게 됐다. 여기에 인공지능(AI)까지 더하면서 반려동물 관리 서비스는 점점 더 세심하게 발전하고 있다.

      올해 라스베이거스 소비자가전제품 박람회(CES)에서는 반려견용 홈카메라 업체 펫큐브가 놀이 기능과 사료 급여 기능을 하는 홈카메라에 사진 촬영, 주인에게 전화 걸기 기능까지 더한 신제품을 선보였다. 펫큐브의 홈카메라는 인터넷 연결을 통해 주인이 외부에서도 앱을 통해 반려동물의 행동을 관찰하는 것은 물론, 레이저를 쏘아 보내 이리저리 움직이며 반려동물과 장난을 치거나 원격으로 급여통을 열어 간식을 줄 수도 있도록 설계됐다. 여기에 반려동물이 버튼을 눌러 주인과 영상통화를 할 수 있도록 하는 기능, 반려동물의 모습을 촬영해 휴대전화로 전송하는 기능까지 더했다.

      사람보다 수명이 짧은 반려동물의 건강 상태를 추적·관리하는 서비스도 급속도로 발전하고 있다. '반려동물계의 23앤드미'로 불리는 기업 엠바크는 반려견의 침으로 DNA를 분석, 그 혈통과 유전적으로 발병 확률이 높은 질병을 알려준다.

      반려동물의 움직임과 위치를 추적·관찰할 수 있는 웨어러블 기기와 가구도 인기다. 반려동물이 착용하는 목걸이 형태의 기기가 흔해진 것은 물론, 반려동물의 체중과 건강, 수면 패턴을 체크할 수 있는 스마트 침대까지 등장했다. 반려동물 건강관리 설루션 업체인 미국 스타트업 페트릭스는 올해 CES에서 반려견·반려묘가 누우면 체온과 체중, 수면 시간 등을 체크해 건강 상태를 알려주는 스마트 침대를 선보였다. 이 침대를 통해 수집한 정보를 토대로 각 반려동물에 적합한 운동·식단 등을 처방해 알려주는 서비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