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LY BIZ] 세상 곳곳엔 허점이 있다, 반드시… 시장 주도자 스카이프 잡은 왓츠앱의 '틈새 공략법'처럼… 찾으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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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18.01.13 03:06

      USB 발명자 도브 모란 그로브벤처스 회장의 '아이디어 발굴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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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태경 기자
      '이스라엘의 벤처 영웅' 도브 모란(Moran·63) 그로브벤처스 회장은 기업가이자 발명가다. USB 포트에 꽂아 쓰는 저장 장치인 USB 플래시 드라이브, 구글이 추진하던 모듈형 스마트폰 '아라'의 원조격인 모듈형 휴대전화 '모두(Modu)'를 만든 주인공이다. USB 플래시 드라이브 사업은 16억달러를 받고 샌디스크에, '모두'는 490만달러를 받고 구글에 각각 판매했다. 그 뒤로도 모란 회장은 끊임없이 새로운 제품을 개발했다. 그가 갖고 있는 특허권만 40개다. 2015년부터는 사물인터넷(IoT), 클라우드 서비스와 빅데이터 관련 기업에 투자하는 벤처캐피털 그로브벤처스를 세워 유망 기업을 발굴하고 있다. 쉴 새 없이 새로운 아이디어를 떠올리고 미래를 이끌 기술을 탐구해온 모란 회장과 만나 창의적인 아이디어 발굴법을 물었다.

      1. 불편함에서 아이디어를 얻어라

      모란 회장이 강조하는 첫 번째 원칙은 '스스로 경험하면서 무엇이 필요한지 찾으라'는 것이다. 그는 "내가 USB 플래시 드라이브를 발명한 것은 해외 출장에서 겪은 불편함 때문이었다. 내 노트북 전원이 꺼지자 내가 준비했던 프레젠테이션 자료는 쓸 수가 없었는데, 다른 사람의 노트북을 빌려서라도 자료를 언제 어디서든 사용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내가 불편함을 느껴본 적이 없다면 USB 플래시 드라이브에 대한 아이디어도 나오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특히 첨단 기술이 주는 안락함에 안주하지 말라고 강조한다. "현재의 기술과 생활에 만족하면 아이디어는 나오지 않는다. 눈을 뜨고 뭔가 다른 것, 달라질 수 있는 것을 찾고 개선법을 고민할 때 새로운 아이디어가 나온다"는 것이다. 그 성공 사례로는 인터넷을 활용한 문자·음성 메신저 서비스 '왓츠앱'을 들었다. 2009년 중반 문자메시지가 완벽하게 오가고 스카이프를 통해 인터넷 통화, 영상 통화가 보편화됐을 때 탄생한 왓츠앱은 등장한 지 5년도 안 되는 기간에 사용자가 5억명을 넘었고, 190억달러의 가치를 인정받고 페이스북에 인수됐다. 회원 가입 절차 없이 서로의 전화번호만 있으면 바로 이용할 수 있는 간단한 이용법, 광고나 부가 서비스 없는 깔끔한 사용 환경이 입소문을 타면서 이용자가 급속도로 늘어난 덕분이다. 모란 회장은 "왓츠앱이 치열한 경쟁 속에서 성공을 거둔 것은 기존 서비스가 이용자를 만족시키지 못했던 약점, 아주 간편하고 손쉬운 사용법이라는 틈새를 파고든 덕분"이라면서 "세상을 바꾸는 미친 아이디어는 이런 틈새를 발견하고 개선할 방법을 찾는 데서 나온다"고 했다.

      2. 한 사람보다 두 사람 머리가 낫다

      모란 회장은 "아이디어가 있으면 혼자 고민하지 말고 다른 사람과 이야기해야 발전한다"고 강조했다. "머릿속에 아무리 기발한 아이디어를 담고 있어도 입 밖에 내지 않으면 객관적으로 성패를 판단할 수가 없다. 반대로 주변 사람과 아이디어에 대해 자꾸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내가 이 문제를 얼마나 이해하고 있는지, 실현 가능성은 얼마나 되는지를 자연스럽게 알게 된다"는 것이다.

      모란 회장은 기업 운영에 있어서도 1인 기업보다는 2인, 3인이 팀을 이룬 기업의 성공 확률이 크다고 본다. 그는 "빌 게이츠와 스티브 발머(마이크로소프트),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구글), 스티브 잡스와 스티브 워즈니악(애플), 엘리 하라리와 산제이 메흐로트라(샌디스크)처럼 역사적으로도 2인조가 창업한 기업의 성공 신화가 1인 기업에 비해 훨씬 많다"고 했다. 기업가가 2명 혹은 3명일 경우엔 서로가 서로를 자극하고 위기가 닥칠 때는 한데 뭉쳐 서로를 돕는 관계를 형성해 기업의 발전이 유지된다는 것이다. 모란 회장은 반대로 기업가가 다섯 명 이상으로 지나치게 많은 경우도 기업의 발전에 좋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 정도로 사람이 많아지면 서로 편을 가르기 시작하기 때문에 성공할 확률이 낮다"는 것이다.

      3. 황당한 상상도 현실로 만들어라

      그가 또 강조하는 것은 상상을 현실화하는 힘이다. 그는 "내가 모듈형 휴대전화 '모두'를 처음 상상할 때는 변신 로봇을 만드는 것만큼이나 터무니없는 모습이었다"면서 "처음 출발은 만화처럼 황당하더라도 이를 실제 내가 사용할 물건으로 만드는 과정을 차근차근 밟아 나가다 보면 손에 잡히는 현실이 된다"고 말했다. '모두'는 전화 통화 기능만 있는 핵심부를 기본으로 하되 그 핵심부에 동영상 재생용 PMP, 내비게이션, 게임기, 카메라 등을 끼워 기능을 확장시킬 수 있는 휴대전화다.

      모란 회장은 "이런 식의 창의성이 잘 발현되는 기업을 만들려면 '브레인 스토밍' 같은 시간을 없애야 한다"고도 했다. 인위적으로 아이디어를 위한 아이디어를 쥐어짜는 것보다 평소에 문득 떠오르는 터무니없는 상상을 실제 사업으로 발전시킬 수 있다는 확신을 심어주는 게 중요하다는 것이다.

      4. 마케팅 아이디어도 개발하라

      모란 회장은 한 해에 평균 800여개의 스타트업을 만나 새로운 아이디어에 관한 발표를 듣는다. 그 가운데 그로브벤처스가 투자를 결정하고 지원하는 아이디어는 4개 정도에 불과하다. 그는 "지금은 전 세계 곳곳에서 쉴 새 없이 새로운 아이디어가 봇물처럼 나오는 시대"라며 "제품 자체는 물론 판매, 마케팅, 발표 등 모든 과정에서 세계의 잡음을 뚫고 사람들에게 기억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모란 회장은 2008년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에서 벌였던 모듈형 휴대전화 '모두'의 독특한 마케팅을 예로 들었다. 당시 모두는 직원 60명에 불과한 소규모 기업이었다. 제품은 참신하다고 자신했지만 얼마나 널리 알릴 수 있을지 걱정하던 모란 회장은 MWC 전시장에서 '제대로 튀자'는 목표를 세웠다. 60명 전 직원을 바르셀로나 전시장으로 불러 엿가위처럼 요란한 소리를 내는 소도구를 하나씩 나눠 줬다. 모두 직원들은 온 전시장을 돌아다니며 짤깍대는 소리를 내 관람객의 이목을 끌었다. 불쾌하다는 듯 "전시장 어디에서든 당신네가 보였다"고 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이스라엘의 작은 벤처기업이 만든 모듈형 휴대전화는 전 세계 매스컴의 주목을 받는 데 성공했다. 모란 회장은 "제품만 기발해서는 부족하다. 그 훌륭한 제품을 다른 사람이 보게 할 기발한 방법을 연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