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LY BIZ] 美 오리건州의 셀프 주유 허용과 일자리 논쟁

    • 노아 스미스 스토니브룩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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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18.01.13 03:06

      [WEEKLY BIZ Column]

      노아 스미스 스토니브룩대 교수
      노아 스미스 스토니브룩대 교수
      새해부터 미국 오리건주(州)에서 셀프 주유가 허용됐다. 주유원이 기름을 넣어 주는 데 익숙해져 있던 일부 오리건 주민들은 인터넷에 불평 글을 썼다. "내 나이 62세인데 기름 냄새 맡으며 주유하는 건 싫다" "주유는 자격 있는 사람들이 수행해야 하는 서비스라고 생각한다"…. 그러자 조롱 섞인 댓글이 잇따랐다. "주유, 전혀 어렵지 않아요. 30달러짜리 주유 자격증 온라인 강습을 들으면 됩니다"…. 더 심한 조롱 글도 물론 많았다.

      지금껏 셀프 주유가 규제됐던 오리건만의 한바탕 소동 정도로 치부해 버릴 수도 있다. 하지만 이는 미국 사회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는 거대한 토론의 일부분이다. 오리건주의 셀프 주유 금지 규제가 만들어 냈던 일자리가 지금도 적지 않을 텐데, 정부가 그런 일자리를 얼마나 보호해야 하느냐는 문제다.

      많은 경제학자는 '일자리를 위한 일자리'는 필요 없다고 말해 왔다. 비효율적이라는 이유에서다. 그런 일자리가 없어야 사람들이 좀 더 생산적인 일에 종사할 테고, 결과적으로 전체 경제가 더 부유해진다는 논리다. 답답한 발상이다. 생산된 재화의 총합이라는 숫자보다 더 고려해야 할 것이 있다.

      일자리는 자긍심의 원천이다. 젊은이들에게는 특히 그렇다. 노동시장에 대한 일정한 규제가 없다면 기술 변화에 따라 수많은 직업이 순식간에 사라질 수도 있다. 아니면 마흔다섯 살에 완전히 새로운 직업을 찾기 위해 완전히 새로운 교육을 받아야 할 수 있다. 불황이 닥치면 많은 노동자가 일자리를 잃고 일부는 범죄자의 길로 빠져들 수 있다.

      이제 셀프 주유를 막는 지역이 미국 내에서도 몇 군데 안 남았다. 오리건주 바깥에 있는 사람들은 주유원 일자리가 그저 '일자리를 위한 일자리' '없어도 되는 일자리'일 수 있다. 그러나 주유가 위험하고 어렵다고 주장하는 오리건 주민들의 머릿속에 주유원 일자리는 쓸모없는 일자리가 아닌 가치 있는 일자리라는 정서가 깔려 있다. 이는 공동체 안의 덜 부유하고 덜 숙련된 사람들에게 소속감과 가치를 심어 주는 방법이었을 수 있다.

      일자리를 통해 자긍심을 주는 게 점점 더 힘들어지는 세상이다. 오늘은 주유원 일자리를 둘러싼 논쟁이지만 내일은 은행의 자산관리사, 지하철 건설 노동자, 대학교 교직원이 논쟁의 대상이 될 수 있다. 수많은 기존 직업의 경제적 비효율성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를 때마다, 우리는 오리건 주민들과 같은 고민을 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