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LY BIZ] 바나나 10년 내 멸종 위기… '다양화 외면'의 재앙

    • 스티븐 밈 조지아대 역사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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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17.12.30 03:07

      [WEEKLY BIZ Column]
      좋은 품종만 고집하다 전염병이 싹쓸이

      스티븐 밈 조지아대 역사학과 교수
      스티븐 밈 조지아대 역사학과 교수
      '바나나포칼립스'가 오고 있다. 바나나포칼립스는 바나나에 파멸·대재앙을 뜻하는 영어 단어 'apocalypse'를 붙여 만든 말이다. 곰팡이균에 의한 전염병인 '파나마병'으로 인해 바나나가 10년 내 멸종될 수 있다는 것이다. 파나마병은 세계로 퍼지면서 바나나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다.

      파나마병은 근대 농업이 직면한 '품종 다양성의 실패'라는 문제의 한 증상이다. 몇 세기 동안 인류는 수확량이 많은 품종을 골라 그 품종을 재배하는 데 집중했다. 1840년대 아일랜드에서는 '럼퍼'라는 감자 품종을 주로 재배했다. 그러나 럼퍼는 감자 역병(疫病)에 취약했다. 1845년 아일랜드 전역에 감자 역병이 돌자 대기근이 발생했다. 감자가 주식인 아일랜드에서는 수백만명이 굶주렸고 이 때문에 신대륙으로 이민을 떠났다. 전례에도 불구하고 오늘날 대부분 농가에서는 한 가지 품종만 고집한다. 글로벌 시장에 농작물을 판매해야 하는 농부 입장에서는 한 가지 품종을 키우는 것이 규모의 경제 효과를 보는 데 유리하기 때문이다.

      원래 바나나는 품종에 따라 수백 가지 크기와 모양, 색상과 맛이 존재했다. 그러나 19세기 후반부터 동남아시아에서 자라는 '빅 마이크(Big Mike)' 품종이 주종으로 부상했다. 빅 마이크는 맛이 달고 다른 바나나 종에 비해 멍이 잘 안 드는 데다가 운반 중에도 잘 상하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다. '유나이티드 프루트' 같은 대기업은 남아메리카의 거대 농가에서 빅 마이크를 재배하기 시작했다. 빅 마이크는 대부분의 다른 바나나 품종과 마찬가지로 열매를 맺지 못했다. 이 때문에 농부들은 꺾꽂이로 새로운 바나나 나무를 키웠다. 그 결과 개체들의 유전자마저 동일한 극단적인 단일 재배가 이뤄졌다.

      이에 대한 부작용은 20세기 초반 나타났다. 호주 바나나 농가가 곰팡이균에 피해를 입기 시작했다. 이 전염병은 파나마 농가를 폐허로 만들어 파나마병이라는 이름을 얻었다. '유나이티드 프루트'는 곰팡이균에 강한 새로운 품종을 개발하는 대신 오염된 농가를 물로 씻어내려다가 곰팡이균이 더 강해지는 역효과를 일으켰다. 이 무렵 '스탠더드 프루트'라는 기업이 '카벤디시(Cavendish)'라는 신품종을 개발했지만, 이후 카벤디시만 재배하는 것을 고집해 또 참사를 불러왔다. 곰팡이균의 변종이 카벤디시 농가에도 침투했고, 현재 카벤디시가 주종인 동남아시아 바나나 농가를 서서히 갉아먹고 있다.

      카벤디시의 종말은 시간문제다. 카벤디시를 대체할 품종이 필요하다. 이번에는 다양성을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 식품 기업과 농가가 이를 염두에 둔다면 우리가 가장 좋아하는 과일이 사라질 수 있다는 우려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