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LY BIZ] 한국 금융사 장기 업적 평가 필요하다

    • 최방길 경희대 특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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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17.12.30 03:07

      [OnTHE Finance]

      최방길 경희대 특임교수
      최방길 경희대 특임교수
      한국 금융업은 외환 위기 후 20년 동안 많이 발전했다. 하지만 세계적 수준과의 경쟁력 격차는 여전히 좁혀지지 않고 있다. 금융업의 경쟁력 강화는 과연 불가능한 일인가.

      OECD 통계에 따르면 2014년 말 회원국 국내총생산(GDP) 대비 금융업의 부가가치 비중은 8.3%였다. 미국은 금융업이 발달했지만 다른 산업의 비중이 워낙 커 금융업 부가가치 비중이 7.1% 수준이다. 반면 한국은 이 비율이 5.6%에 불과하다. 한국 금융업이 회원국 평균 수준만 높아져도 경제성장에 크게 기여할 수 있다는 뜻이다.

      그러면 금융업의 어떤 부문을 키워야 할까. 금융 산업은 크게 5가지 영역으로 나눌 수 있다. 개인 금융, 기업 금융, 자본시장(증권업), 자산 운용, 결제이다. 개인 금융과 기업 금융, 결제 부문에서는 대체로 세계 평균 수준만큼 하고 있다. 반면 자산 운용은 아직 걸음마 단계이고, 자본시장은 세계시장에 얼굴을 내놓기에는 민망한 수준이다. 그러니 자산 운용과 자본시장 부문의 경쟁력을 강화해 수익을 높여야 한다.

      그러나 한국 금융시장은 이미 포화 상태이다. 더구나 저성장, 고령화, 인구 감소 등의 이유로 시장 규모가 정체되고 있어 장기 성장을 기대하기 어렵다. 그래서 한국 금융은 해외로 진출해야 한다. 그 이유는 필자가 전략적 제휴를 맺었던 프랑스 최대 금융 그룹 BNP파리바와 비교해 보면 잘 나타난다. BNP파리바그룹은 수익의 70%를 해외에서, 30%를 국내에서 거둔다. 이 회사의 시가총액이 약 100조원인데, 이 비율에 따라 나눠보면 회사 가치(시가총액) 중 70조원은 해외에서, 30조원은 국내에서 창출되는 셈이다. 반면 해외 수익 창출 능력이 미미한 한국의 최고 금융 그룹은 시가총액이 대략 25조원 안팎이다. 한국의 GDP가 프랑스의 56% 수준인데도 한국 금융사가 국내 시장에서 프랑스 금융사만큼 가치를 창출한 것을 보면 한국 내수 시장은 이미 완전 포화 상태인 셈이다. 해외 수익 비중(초국적화지수)이 6.7%인 한국 금융사가 60~70%의 세계적 수준까지 가려면 잘할 수 있는 사업부터 해외로 진출해 기업 가치를 더 늘리는 수밖에 없다.

      장기 성장 목표 주주·감독 당국에 공개를

      국내외 전문가들은 100점 만점을 기준으로 했을 때 한국 금융회사의 역량이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당시 10 수준이었고 지금은 20 정도라고 냉정하게 평가한다. 현재의 경영 방식을 고수해 매년 10점씩 상승한다면 70~80점을 얻어 국제 경쟁력이 생기는데 50년 이상의 긴 시간이 걸린다는 계산이 나온다.

      문제는 어디에 있을까. 첫째, 금융 그룹 수장들은 말로는 수없이 해외 진출을 외치지만 체계적이고 혁신적인 준비는 시작도 하지 않고 있다. 둘째, 은행들은 범용 지식을 가진 직원만 양성하는 순혈주의 인적 관리 체제와 상명하복식 문화를 고수해 금융 전문가가 탄생하지 못하고 있다. 셋째, 주주권이 분산되어 있기 때문에 이사회 구성이나 운영에서 최고 경영자의 영향력이 너무 크다. 그 결과 최고 경영자들은 장기 경쟁력 강화를 외면하고 단기 업적으로 쉽게 연임한다. 견제 장치가 없어서 '셀프 연임'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이다.

      이 모든 난관을 뚫으려면 금융회사와 감독 당국의 상호 소통이 강화되어야 한다. 금융회사 경영진이 해외 사업과 선진 지배 구조 정착을 포함해 10년 이상의 장기 성장 목표를 이사회 승인을 받아 주주와 감독 당국에 공개해야 한다. 이해 당사자의 소통 강화로 이행 상황을 점검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러한 장기 성장 실천이 금융 경영자 자질 판단의 1차 근거가 되어야 한국 금융 산업이 새해 화두인 혁신 성장의 한 축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