갓 3년 된 中 스타트업 '이항 184' 양산… 1인 자율 비행 드론택시 새해 세계 하늘 누비나

입력 2017.12.30 03:07

드론업체 '이항' 중동·유럽에 공급 계획

지금까지 1천회 시연
120㎏까지 탑재 시속 100㎞로 25분 날 수 있어

드론택시 네트워크 전 세계 구축 야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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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창업한 중국 드론업체 이항은 드론에 인공지능을 입힌 뒤 통합관제 시스템과 연계하는 식으로 안전성을 확보해 전 세계 비행택시 네트워크를 선점한다는 포부를 가지고 있다. 사진은 이항의 무인 비행체가 시험비행을 하는 모습과 이항의 공동 창업자 겸 CEO 후화즈. / 이항·블룸버그

지난 8일 중국 남부 광저우(廣州)의 주장(珠江)강변에서 형형색색 불빛을 내는 드론(무인기) 1180대의 군무(群舞)가 펼쳐졌다. 단순한 드론 비행이 아니라 LED 조명을 달고 각종 문양을 만드는 비행 쇼다. 미국 경제 잡지 포천 글로벌 포럼 기념 공연으로 이를 기획한 중국 민간 드론 업체 이항(億航·Ehang)은 세계에서 가장 많은 드론이 함께 공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올 초 정월 대보름(元宵節·원소절)에 이항이 세운 드론 1000대 쇼 기네스 기록을 경신한 것이다. 2014년 창업한 이항은 2016년 전 세계에서 가장 먼저 드론 편대 비행 쇼를 상업화하면서 전담 자회사 이항바이루촨메이커지(億航白鷺傳媒科技)를 만들었다. 한 사람이 컴퓨터 하나로 드론 편대를 원격 조종하는 기술이 이항의 핵심 자산이다.

드론업체 이항
이항의 또 다른 핵심 자산은 2016년 1월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소비자가전전시회(CES)에서 첫선을 보인 자율 비행 드론 택시 '이항 184' 관련 기술이다. '자동차 왕' 헨리 포드는 63번째 생일인 1926년 '하늘의 모델 T'라는 별칭을 얻은 1인승 플라잉카(하늘을 나는 자동차) 시제품 포드 플리버를 처음 선보였지만, 아끼던 수석 조종사 해리 브룩스가 이를 조종하다 추락해 사망하자 프로젝트를 중단했다. 그러나 포드는 1940년 "내 말을 기억하라. 항공기와 자동차의 결합이 일어날 것이다. 당신이 웃을지 모르지만 그런 날이 온다"고 말할 만큼 플라잉카 시대 도래에 대한 믿음을 버리지 않았다. 창업 3년이 갓 지난 중국의 스타트업 이항이 그 시대를 앞당기는 주역 중 하나로 떠오르고 있다.

비행 혁명에 도전한 중국 스타트업

이항은 올 2월 두바이 도로교통국과 드론 택시 공동 추진 양해각서를 체결하면서 이항 184를 시연했다. 한 사람이 타고, 프로펠러가 8개 있고, 팔이 4개 있다는 의미로 이름 붙인 이항 184는 시속 100㎞로 25분을 날 수 있다. 탑승자가 목적지를 말하고 출발하라고 지시하면 자율 비행이 이뤄진다. 이항의 후화즈(胡華智) 공동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는 지난달 블룸버그TV 인터뷰에서 "새해 이항 184 양산을 추진할 예정"이라며 "사우디아라비아와 싱가포르, 유럽 일부 도시에 공급할 계획도 있다"고 말했다. 이항 184는 운전자가 필요 없는 1인승 자율 비행체인데, 이항은 2인승도 개발 중이다.

이항은 두바이 사막은 물론 광저우 교외의 문 닫은 테마파크와 장쑤(江蘇)성 롄윈(連雲)항에서 지금까지 1000회가 넘게 시연하고 있다. 때로는 직원이, 때로는 마네킹을 싣고 시연한다. 120㎏까지 실을 수 있고 모두 전기로 움직이는 이 드론은 3시간 이내 충전을 끝낸다. 가격은 30만달러 선으로 책정됐다. 새해엔 미국 네바다주에서도 테스트할 계획이다.

회사 측은 비상장사라는 점을 들어 실적 공개를 꺼리지만, 후 CEO가 올 6월 중국 잡지 '경제'와 인터뷰한 바에 따르면 미국에서 2016년 5월 미국 바이오 업체 렁바이오테크놀로지(Lung Biotechnology)와 이식 장기 배달용 이항184를 맞춤 제작하는 계약을 포함해 그동안 예약 주문을 받은 물량이 1000대를 웃돈다. 중국 시장조사 기관 아이미디어가 지난해 발표한 2016년 중국 드론 업종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이항은 유니콘(기업 가치 10억달러 이상 비상장 기업) 리스트에 올라 있다. 전 세계 드론 업체 가운데 유니콘은 4사로 미국의 3D로보틱스를 제외한 3사가 이항·DJI·유닉 등 모두 중국 기업이다.

"전 세계 드론 택시를 네트워크로 묶겠다"

후화즈 이항 CEO는 15세이던 1992년 칭화대 컴퓨터학과에 입학한 천재 소년으로 알려져 있다. 다섯 살 때부터 비행기 완구점 운영이 꿈이었다는 그는 모형 항공기에 푹 빠진 학창 생활을 보냈다. 2000년부터 창업가의 길을 걸은 그는 2008년 베이징올림픽,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과 상하이엑스포 통합 관제 시스템 설계에 참여했고, 이게 지금의 드론 비행 쇼와 자율 비행 드론 택시를 움직이는 통합 관제 기술의 기반이 됐다.

이항은 업계 1위 DJI처럼 항공 촬영 등이 가능한 드론을 개발하는 업체지만 DJI와 지향점이 다르다. DJI는 전통적 드론을 기반으로 사업 영역을 농약 살포, 지질 탐사, 방재용 등으로 확장하는 반면, 이항은 사람이 탈 수 있는 드론으로 비행기와 경계를 무너뜨리는 실험까지 하고 있다. 후 CEO가 전 세계에 드론 택시 네트워크를 구축하겠다는 야심을 숨기지 않는 것과 맞닿아 있다. 비행 택시의 등장은 안전을 위한 새로운 교통 관제 시스템을 요구하며, 이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게 이항의 노림수다.

충돌 없이 드론 비행 쇼를 할 수 있는 관제 기술은 플라잉카의 최대 난제인 안전성을 담보하는 인프라로 연결된다. 리즈위안(李智源) 이항바이루촨메이커지 CEO는 포천 글로벌포럼 축하 드론 쇼가 수량상 세계기록을 경신했을 뿐 아니라 각 드론 위치의 정확도를 1~2m급에서 ㎝급으로 높였다고 강조했다.

이항이 광저우 본사에 지난해 12월 세계 처음으로 구축한 전천후 드론 관제 센터는 AI 기능을 갖춘 자율 비행 드론 택시와 소통하면서 운항 경로 등을 조정한다. 공동 창업자 슝이팡(雄逸放) 마케팅최고책임자(CMO)는 "(이항 184) 드론의 핵심은 사람이 없는 게 아니고 자율 비행에 있다. 그 배후의 핵심은 AI 기술"이라고 말한다. 11월엔 중국 최대 통신 장비 업체 화웨이(華爲)와 전략적 협력 관계를 맺어 AI 드론을 향후 사물인터넷(IoT)의 인프라가 될 5G 통신망에 연결하기로 했다. 이항은 광저우 하늘을 나는 드론을 런던에서 조종할 만큼 원격 조종 기술을 확보했다.

혁신적 실험 묵인하는 정부가 후원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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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항이 지난해 말 중국 광저우에 설치한 세계 첫 전천후 드론 통합관제센터. 이항의 비행택시 드론을 실시간으로 감시하고 조종할 수 있다. / 이항

이항의 과감한 도전 배경에는 인공지능(AI)과 드론 대국으로 부상한 중국의 기술력과 현지 정부의 규제 완화 및 신기술 수용 노력이 있다. 후 CEO가 광저우에서 창업한 건 1시간 거리에 있는 선전(深圳) 등 주변의 풍부한 제조 인프라 덕에 원가 절감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창업 직후 드론 택시 첫 비행을 할 때 묵인해 준 현지 정부의 유연함도 도움이 됐다. 올해 초엔 광저우 고위 공무원이 이항 184를 직접 타고 시연할 만큼 열의를 보였다. 광저우는 저(低)고도 항로 개방 시범 도시 중 하나다. 10월엔 광둥(廣東)성 샤오관(韶關)시와 글로벌 지능 드론 스마트 도시 건설을 위한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를 맺었다. 이항은 샤오관시를 위해 드론 관제 센터를 만들어 공안·소방·방재·임업·국토·도시관리·위생·관광 등의 업무에 투입할 드론을 원격으로 실시간 관리 통제하게 된다. 슝이팡 CMO는 "자율 비행 드론 택시는 미래의 물류와 스마트도시·항공·교통 등에 혁명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내다봤다.

물론 이항의 앞날에 난관도 적지 않다. 2015년 8월 GP캐피털 등으로부터 4200만달러 투자 유치를 받은 이후 자금을 더 수혈받지 못해 지난해 20%에 해당하는 70여 명을 감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업체 간 경쟁이 치열한 민간 드론 판매가 부진해 드론 비행 쇼 외에는 뚜렷한 수입원이 아직은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광저우에 있는 이항 본사 벽에는 '인류를 새처럼 자유롭게 날게 한다'는 구호가 걸려 있다. 회사 홈페이지에 올린 이항의 존재 목적은 인류가 비행체를 사용하는 방식을 뒤엎겠다는 것이다. 어떤 사람도 어떤 순간에 어떤 지역에서도 간편하게 비행체를 사용하도록 해 미래 100년 인류 역사를 다르게 만들겠다는 야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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