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LY BIZ] 전통 기업, 최소 100개 프로젝트는 물밑에서 진행하고 있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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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17.12.30 03:07

      2018 경영 대응법

      /리타 맥그래스 컬럼비아대 교수
      "아이디어 10개 중 7개는 실패할 각오를 해야 합니다. 전통 사업 모델을 가진 기업이라면 10개 아니, 최소한 100개의 과감한 프로젝트가 물밑에서 진행되고 있어야 합니다."

      전략 경영 분야의 전문가 리타 맥그래스(McGrath·사진) 미국 컬럼비아대 교수는 런던의 한 콘퍼런스에서 WEEKLY BIZ와 인터뷰를 갖고 경영자들이 2018년 급변하는 환경에 대처하기 위해서 "저비용으로 수많은 혁신 실험을 벌이고, 실패하더라도 그 실험에서 교훈을 얻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리타 교수는 경영학계의 오스카상이라 불리는 '싱커스50(Thinkers50)'에 오른 경영학자로 불확실한 환경에서 기업이 어떤 전략을 실행해야 살아남을 수 있을지 연구하는 분야의 전문가로 꼽힌다.

      맥그래스 교수는 "혁신은 고객의 문제와 이를 해결할 아이디어를 발견하고, 그렇게 발견된 해결 아이디어를 잘 육성하고 발전시키는 단계로 구분된다"며 "보통 많은 기업이 아이디어를 발견하는 단계까지는 성공을 거두지만 '육성·발전' 단계에서 많은 아이디어가 사장(死藏)된다"고 지적했다. 전 세계 곳곳에서 스타트업 붐이 일며 아이디어 경쟁이 치열해진 지금과 같은 경영 환경에선 단순히 아이디어를 제시하는 것을 넘어서 기업이 처한 현실을 감안해 이를 재빨리 소비자의 눈앞에 구현해내는 실천력이 더 절실하다는 것이다. 그는 "오직 혁신 실험과 성공을 위해 재원을 따로 분배해야 한다"며 "아이디어를 육성하고 발전하는 단계까지 이르렀다면 속도를 붙여 일시적 경쟁 우위를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후발 주자 추격에 대응할 시간은 5년

      맥그래스 교수는 많은 전통적 기업이 '전략적 변곡점'에서 변화의 흐름을 제대로 포착하지 못해 도태되거나 스타트업에 시장점유율을 빼앗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략적 변곡점이란 기술·규제 등 경영 환경이 급변해 기업의 전통적인 비즈니스 모델이 위협을 받는 시기를 뜻한다.

      맥그래스 교수는 '전략적 변곡점'의 한 예로 면도날 시장을 꼽았다. 약 3년 전까지 미국의 면도날 시장은 소비재 대기업인 P&G가 수십 년간 독보적 지위를 누렸다. 그러나 2012년 '달러 쉐이브(Dollar Shave)'라는 스타트업이 매달 면도날을 집앞까지 정기적으로 배달해주는 서비스를 선보이자 P&G 경영진은 당황하기 시작했다. 서비스 출시 이후 4년 만에 남성 면도날 소비자의 약 10%가 달러 쉐이브를 활용했기 때문이다. 정기 배달 회원 수만 320만명에 달했다. P&G의 최대 라이벌인 유니레버는 지난해 이 회사를 10억달러(약 1조원)에 사들였다.

      맥그래스 교수는 "면도날처럼 잠잠해 보이는 시장에서도 각종 기술 발전으로 언제든지 후발 주자가 선두 주자의 독점 지위를 흔들 수 있다"며 "결국 사라질 사업 모델에 인력·자본을 집중하는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바꾸지 않는다면 생존이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유튜브·구글 등의 사례에 비춰볼 때 후발 주자가 아이디어를 발전시켜 선두 주자를 위협하는 데는 약 5년의 세월이 걸린다"며 "변화는 갑작스레 찾아와 경영진을 당황하게 하는 게 아니다"고 강조했다. 기존 기업에 부족한 것은 혁신에 대한 의지이고, 변화에 대응할 시간은 충분하다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