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도 선택과 집중… 투자 대상 3~4개로 좁혀라

입력 2017.12.30 03:07

'흙수저'에서 10년 만에 700여 채 부동산 '금수저'로… 英 투자자의 재테크 원칙

이민자 유입으로 작은 집 수요 급증 확신
40채 투자한 상태서 금융위기 닥쳤으나
냉정한 마음으로 80채 추가 투자

'흙수저'에서 10년 만에 700여 채 부동산
"돈이 당신을 위해 일하게 만드는 것이 중요합니다."

최근 영국에선 부동산 투자로 빚 5만파운드(약 7200만원)를 청산하고, 10년 만에 자산을 부동산 700여 채로 불린 한 투자자의 재테크 강연이 화제다. 영국 북부 도시 피터스버러(Petersborough) 출신의 롭 무어(Moore·37·사진)가 그 주인공. 그가 세운 투자 교육 업체엔 투자 노하우를 전수받으려는 수강생 수만 명이 붐비고, '레버리지' 등 그의 재테크 저서는 베스트셀러 서가를 장식하고 있다.

영국인들이 그의 재테크 비법에 귀를 기울이는 것은 무어 역시 10년 전엔 '흙수저'였기 때문이다. 대학에서 건축학을 전공했던 그의 20대는 실패의 연속이었다. 대학 졸업 직후 호프집(pub)을 열었다가, 식당 내 금연법이 시행돼 손님이 뚝 떨어져 1년 만에 사업을 접었다. 이후 건축, 미술 등의 분야에서 두 차례 더 사업에 도전했으나 연거푸 실패해 빚만 눈덩이처럼 불었다.

그의 인생을 뒤바꿔놓은 결정적인 계기는 부동산 투자였다. 2006년 고향으로 돌아와 부모님 집에 얹혀살며 인근 중개사 사무실에서 허드렛일을 하다가, 소형 주택 수요가 많다는 것을 깨닫고 직접 투자에 나서야겠다는 생각이 번뜩 들었다. 투자금을 모으려 부모님을 수개월 가까이 끈질기게 설득했고, 같이 투자할 친구를 찾아 그의 양아버지에게까지 손을 벌려 투자금을 모았다. 그렇게 이곳저곳에서 모은 돈으로 소형 주택 10채를 매입해 1년 만에 모든 빚을 청산했다고 그는 설명한다.

무어는 그의 투자 궤적을 무작정 따라 하는 것이 성공 방정식은 아니라고 강조한다. 어느 정도 운(運)이 따라줬기 때문에 재기(再起)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었다고 인정한다. 그러나 "비트코인과 같은 '반짝 투기판'에 뛰어들 것이 아니라면, 자산의 미래 가치를 꿰뚫고 위험을 관리하는 기술을 길러야 성공할 수 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언뜻 보면 무모했던 그는 어떤 원칙을 갖고 투자에 나섰던 것일까. 그가 말하는 투자 위험 관리 기법을 월스트리트 구루들의 위험 관리법 조언과 함께 정리했다.

투자 대가들의 투자 리스크 관리법

1. LTV는 50~70% 이내로 유지

무어가 무일푼 상태에서 자산을 빠르게 증식할 수 있었던 것은 돈을 빌려 투자한 덕분이었다. 자신의 자본뿐 아니라 타인 자본의 힘을 빌려 수익률을 수배 이상 높이는 방식이다. 그가 돈을 빌려서까지 투자에 나선 것은 이민자 유입 등 인구 증가로 인해 소형 주택 수요가 급증할 것이라고 확신했기 때문이다. 무어는 5만파운드의 빚을 갚고 레버리지(차입) 투자로 3년 만에 자산을 100만파운드 이상으로 늘렸다.

그러나 무어는 돈을 빌리더라도 레버리지 비율은 총투자금의 70% 안팎으로 낮춰야 한다고 강조한다. 최악의 상황엔 순식간에 파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무어는 "높은 수익률에 눈이 멀어 자제심을 잃으면 반드시 후유증이 돌아온다고 믿는다"며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 부동산 투자를 시작했음에도 레버리지 비율이 높지 않아 생존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투자 구루들 역시 레버리지 사용에 원칙을 갖고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대표적으로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은 2010년 주주총회에서 "레버리지 투자에 성공하면 당신은 아내의 사랑과 친구의 존경을 한 몸에 받는다"며 "그러나 레버리지 투자에 중독돼 자제심을 잃으면 큰 위기 때 파산할 확률이 높다"고 지적했다. 버크셔 해서웨이는 자금 조달 금리가 연 2~3% 안팎에 불과해 싼값에 돈을 빌릴 수 있지만 레버리지 비율을 60% 안팎 수준으로 유지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2. 3~4개 투자 대상에 집중

인덱스 투자자의 창시자인 존 보글은 개인 투자자가 포트폴리오를 구성할 땐 60%는 주식에 투자하고, 40%는 채권에 투자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한다. 이른바 '60/40 투자법'이다. 시장 평균보다 더 높은 수익을 올리려 복잡하게 이것저것 투자할 것 없이 우량 주식과 채권에 돈을 묻어두는 것이 가장 현명하다고 조언한다.

무어 역시 부동산에 투자할 때도 투자 대상을 3~4개로 좁혀 집중적으로 투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한다. 무작정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려 이것저것 투자하다 보면 오히려 위험을 키우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는 "투자 1년 차 때는 고향인 피터스버러의 4만~7만파운드짜리 원룸 주택 매입에 집중해 종잣돈을 마련했다"며 "2~3년간 부동산 투자 경험이 쌓인 후에야 전문가의 조언을 받아 투자 대상을 단독 주택, 아파트, 사무실 등으로 넓혔다"고 말했다.

3. 극단적인 감정을 억눌러라

성공한 투자자들의 공통점은 하락장에선 두려움을 떨쳐내고, 상승장에선 흥분을 가라앉힌다는 점이다. 대표적으로 존 템플턴은 2차 세계대전이 터지자 뉴욕 증시에 상장된 회사의 주당 1달러 미만짜리 주식들을 매입하기 시작했다. 시장 참가자들의 두려움이 극에 달할 때야말로 투자의 적기라는 판단에서다. 투자 회사 중 34곳은 파산 신청으로 주식이 휴지 조각이 됐지만, 그는 전쟁이 끝난 1945년 총 400%의 수익을 올려 당대 월스트리트 최대 거부가 됐다.

그러나 개인 투자자가 하락장에서 두려움을 떨쳐내기란 쉽지 않다. 무어가 부동산 투자를 본격적으로 시작한 것은 글로벌 금융 위기 직전인 2006년 무렵이었다. 그 역시 글로벌 금융 위기의 여파를 비켜갈 수는 없었다. 그가 보유한 주택 가격도 하락세를 면치 못했으나, 값이 싸진 부동산 매물이 쏟아지는 것은 그에겐 기회였다. 무어는 "글로벌 금융 위기 이전까지 약 40채에 투자했는데, 두려움을 떨쳐내고 80채에 추가로 투자했다"며 "언제 올지 모르는 폭락에 미리 덜덜 떨기보다는 극단적인 감정의 기복을 관리해 일관성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4. 현금을 쥐고 기회를 기다려라

상당수 투자 전문가는 금융 위기가 코앞에 닥쳐올 때까지 현금 확보 시기를 저울질하지 말고, 항상 일정 수준의 현금 등 유동자산을 보유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모두가 현금화를 시작하는 순간은 이미 때늦은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무어는 "2~3년 내 금융 위기가 올 가능성은 적어 보이지만, 위기 도래 시기를 정확하게 예측하는 것은 신의 영역이라고 생각한다"며 "일정 수준의 현금을 보유하고 있어야 다음 폭락장에서 기회를 찾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현재 보유 자산의 약 30%를 유동자산으로 보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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