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이휠" 세계 1위 부자 베이조스에게 짐 콜린스가 조언한 한마디

입력 2017.12.16 03:04

불확실성의 시대… 경영사상가 짐 콜린스에게 묻다

가장 잘할 수 있는 일이 뭔가
사업이 선순환할 수 있는 구조는 무엇인가
예측 불가능한 미래 앞에서 스스로에 질문 던져라

"현재 직면한 잔인한 현실 5가지 적어보라… 불확실성 타개할 수 있는 길 보인다"

많은 기업가가 다음 행보만 집중
현실 직시 단계 무시해 기업 혼란 빠뜨려

위대한 리더는 용인술의 달인
어떤 결정 내리기 전 "누구와 해결할까"
답 먼저 찾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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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사상가 짐 콜린스는 지난 20년 동안 위대한 기업이 되는 비결을 ‘고슴도치 전략’, ‘플라이휠 효과’와 같은 독창적인 개념으로 전파해 왔다. 짐 콜린스의 사진과 그가 정립한 7가지 대표적인 경영 개념을 합성했다.

닷컴 버블 붕괴 이듬해인 2001년 상반기, 미국 전자상거래 기업 아마존은 사업의 미래를 확신하지 못하고 있었다. 온라인 도서·음반 판매의 강자로 인정받았지만 전자제품·장난감 등 새로 확장한 사업에선 맥을 추지 못했다. 아마존의 2000년 매출은 27억달러 정도로, 월마트의 60분의 1에 불과했다. 닷컴 버블의 붕괴도 아마존을 위협했다. 1999년 12월 주당 107달러까지 올랐던 아마존의 주가는 2001년 들어 10달러대를 오가고 있었다.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최고경영자(CEO)는 그해 7월 경영 구루 짐 콜린스(Collins·59)를 본사로 초청해 의견을 물었다. '아마존, 세상의 모든 것을 팝니다' 저자 브래드 스톤은 "콜린스의 강연을 들은 뒤 베이조스와 아마존 중역들은 사업의 동력을 찾아 선순환을 그렸다"고 썼다. 그 뒤로 아마존은 다양한 분야로 발 뻗으며 세를 확장했다. 아마존의 시가총액은 2015년 이후로 월마트를 넘어섰고, 2017년 12월 현재 베이조스는 재산이 1000억달러를 넘어 세계 1위 부호다. 콜린스는 불확실성에 둘려싸여 있던 베이조스에게 도대체 어떤 조언을 했던 걸까.

지금 우리 기업을 둘러싼 환경도 호락호락하지 않다. 예측 불허로 튀는 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 방향, 기하급수적인 기술 발전, 기후변화 대응책을 둘러싼 불확실성은 연일 커지고 있다. 콜린스는 한국의 경영자들에게 어떤 대안을 제시할까. 베이조스에게 줬던 혜안을 직접 듣기 위해 미국 콜로라도 볼더에 있는 그의 연구소를 찾았다.

질문 던지자 베이조스 스스로 답 찾아

볼더는 로키산맥으로 둘러싸여 하이킹족이 즐겨 찾는 작은 도시다. 연구소는 도심 건물 3층 한쪽에 세들어 있었다. 건물 밖에는 아무런 간판이나 표지도 없어 길을 헤매야 했다. 건물 3층으로 올라가 문을 열자 비로소 흰 벽에 빨간색으로 새겨진 연구소 이름이 보였다. '좋은 기업에서 위대한 기업으로 프로젝트(good to great project)'. 인터뷰를 위해 회의실로 들어온 콜린스의 상의도 글씨처럼 강렬한 빨강이었다. 군살 없이 날렵한 몸에 꼭 맞는 트레이닝복 상의를 입은 모습은 언뜻 '스파이더맨'을 연상케 했다. 그에게 '불확실성 속에서 올바른 방향키를 쥐는 법'을 물었다.

"아마존은 스스로 답을 찾았는데 왜 나한테서 영감을 받았다고 썼는지, 그 책을 보고 깜짝 놀랐어요. 내가 한 일은 그들에게 '플라이휠'의 기본 개념을 설명하고 질문을 던진 것뿐입니다. 가장 잘할 수 있는 일, 열정을 가진 일이 무엇인지 명확하게 정립하고, 그 방향에 따라 사업이 선순환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라는 것이었죠." 플라이휠은 콜린스가 책을 통해 발표한 개념으로, 서서히 축적된 성과가 누적돼 다음 단계 도약의 동력이 되는 선순환 고리를 말한다.

"그들의 플라이휠은 내가 찾아 준 것이 아닙니다. 나는 질문을 던지고, 그 답을 찾는 이틀간의 치열한 토론 끝에 베이조스와 아마존 경영진이 찾아낸 겁니다. 아마존은 자신들이 하려는 일이 '최고의 온라인 상점'이 아니라, '세계에서 가장 다양한 상품을 파는 유통사'를 만드는 것이라는 점을 명확히 했습니다. 그리고 목표를 이루기 위해 돌려야 할 '플라이휠'을 구상했죠. 고정비를 줄여 할인 판매를 할 여력을 만들면, 고객 방문이 늘어나죠. 고객 방문이 늘수록 아마존에 입점을 원하는 거래상이 늘어납니다. 이 선순환이 반복되며 가속이 붙습니다. 그 뒤로 아마존은 무작정 취급 품목을 늘리는 대신, 웹인프라를 개선해 입점 업체를 늘리는 등 플라이휠의 동력을 강화하는 쪽으로 사업을 확장해 나갔습니다. 아마존은 거의 20년 동안 플라이휠을 돌려 가속을 붙인 겁니다."

콜린스는 "앞을 예측할 수 없어 한 번의 결정이 중요한 때일수록, 한 가지 비법이나 해결이 아니라 서로 연결되어 선순환을 만드는 고리를 찾는 것이 중요해진다"고 강조했다. "앞으로도 세계를 둘러싼 불확실성은 중력처럼 작용할 것"이라고 말하는 그에게 이 시대 기업인이 지녀야 할 사고법에 대해 물었다.

"불확실성 속에서 미래를 고민하는 사람에게 내가 제안하는 첫 단계는 항상 똑같습니다. 종이 한 장을 꺼내고, 지금 직면한 '잔인한 현실' 다섯 가지를 적어 보라는 겁니다."

불확실성의 시대… 경영사상가 짐 콜린스에게 묻다

짐 콜린스는 앞에 놓인 A4 용지에 펜을 들어 'brutal facts(잔인한 현실)'란 단어를 또박또박 적어 내려갔다. 불확실한 미래 앞에서 콜린스를 찾은 최고경영자(CEO)는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CEO 말고도 수없이 많다. 2009년 9월에는 뮤추얼펀드 뱅가드의 빌 맥냅 CEO가 경영진을 모두 이끌고 볼더로 찾아왔다. 맥냅 뱅가드 CEO는 포천과 인터뷰에서 "뱅가드 확장의 청사진을 콜린스와 워크숍에서 마련했다"고 했다. 2009년 뱅가드의 운용 자금은 1조달러가량으로 업계 1위 블랙록의 3분의 1에 불과했지만, 올해 10월 말 기준 4조8000억달러로 블랙록(5조9000억달러)을 추격하고 있다.

콜린스는 닷컴버블 붕괴 직후의 전자상거래 기업(아마존),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의 자산운용사(뱅가드)가 '올바른 결정이 어떤 건지 모르겠다'며 자신을 찾아왔을 때 늘 같은 방법을 조언했다고 했다. 그는 자신이 만든 여러 조어를 동원해 말을 이어갔다. "현실을 직시한 뒤 자신이 추구해 나갈 '고슴도치 전략(hedgehog concept)'을 정립합니다. 고슴도치 전략을 향해 나아가도록 힘을 실어 줄 '플라이휠(flywheel)'을 구축하면, 자신의 선택이 옳은지 그른지 판단하기 수월해지죠. 나는 이 개념을 설명해줬을 뿐입니다. 답은 당사자들이 스스로 찾았지요."

콜린스는 '나는 천성적으로 끊임없이 배우고 질문하는 것을 좋아하는 교육자'라고 소개했다. 그리고 한 가지 질문을 던질 때마다 눈을 반짝이며 질문을 요리조리 분해한 뒤 단계별로 설명해나갔다. 답변 도중에 떠오른 아이디어를 놓고 토론까지 벌어져 인터뷰는 두 시간을 꼬박 채웠다.

'나만의 '고슴도치 전략'을 명확히

―아마존과 뱅가드의 플라이휠은 무엇이 달랐나.

"세상 어디에도 똑같은 플라이휠은 없다. 아마존도, 뱅가드도 마찬가지다. 이들은 '어떤 플라이휠이 있어야 할까'를 묻지 않고, '어떤 플라이휠이 우리 사업에서 큰 효과를 내고, 그 이유는 무엇인가'를 찾는 데 집중했다. 아마존은 '낮은 고정 비용→염가 판매→방문객 증가→입점상 증가'의 순환고리를 만들었다. 뱅가드는 '저렴한 뮤추얼펀드 수수료→고객의 장기투자 수익률 증대→강력한 고객 충성도→운용 자산 증가→규모의 경제 효과로 수익 증대'라는 플라이휠을 구축했다. 일단 플라이휠을 구축한 뒤의 행보는 비슷하다. 단순 반복만 하는 게 아니라, 새로운 영역으로 뻗어나가면서도 플라이휠에 맞춰 확장해 나갔다. 아마존은 이제 처음 플라이휠을 구축하던 당시의 전자상거래 기업으로 볼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한 사업군에 발을 뻗었고, 뮤추얼펀드에 집중했던 뱅가드는 상장지수펀드(ETF)로 진출했다. 언뜻 보면 완전한 변신 같지만, 실제로는 자신들의 플라이휠 구조를 유지하고 있다."

―플라이휠 구조에 맞는지 아닌지 판단하기 어려운 전략도 있지 않나.

"물론이다. 과거의 경험 분석만으로는 미래에 대처하기 어렵다. 어떤 것이 성공할지 실패할지는 실제로 해보지 않고는 누구도 알 수 없다. 늘 염두에 둬야 하는 것은 회복 불가능한 수준의 위험을 짊어지지 말라는 것이다. 애플이 MP3 플레이어 시장에 뛰어들던 때를 생각해보라. 원래 애플에서 아이팟은 회사의 사활을 건 프로젝트가 아니라, 회사의 여러 전략 가운데 아주 작은 부분에 불과했다. 애플은 아이팟과 아이튠스를 세상에 선보인 뒤 어느 정도 효과가 측정된 뒤에야 이를 차근차근 확장해 나갔다. 세상에 선보인 뒤 적합하다는 판단을 얻었고, 그 뒤로 본격적인 행보에 나섰다. 실제로 시장에서 실험해 통한다는 확신을 얻은 뒤 불을 댕겼다. 기업가는 흔히 모험심 강한 사람이라고 여기기 쉽지만, 정말 좋은 기업가는 한 번 시도에 죽음을 무릅써야 할 정도의 위험은 절대 짊어지지 않는다. 여러 차례 실험하되, 실패해도 괜찮은 '총알'을 여러 차례 쏘아보며 확신을 얻은 뒤 대포를 쏜다."

기업 생존전략 짤 때 용인술 발휘해야

―위대한 리더들은 어떻게 길을 찾았나.

"좋은 결정에는 몇 가지 요소가 있다. 가장 첫 번째로 해야 할 일은 현실을 직시하는 것이다. 많은 기업가가 지금까지 해왔던 일이나 강점, 현실을 보지 않고 '다음 행보'에만 집중한 나머지 기업을 혼란에 빠뜨렸다. 단순 명료한 시각으로 현실을 직시하는 행위는 다음 단계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두 번째로 해야 할 일은 직시한 현실을 토대로 엄격한 지침으로 삼을 '고슴도치 전략'을 찾는 것이다. 고슴도치 전략은 내가 열정을 지닌 일, 최고가 될 수 있는 일, 수익을 낼 수 있는 일을 모두 충족하는 단순 명료한 지침을 찾는 일이다. 이 전략이 확실하게 정립돼 있으면 아무리 불확실한 상황에서도 어떤 선택이 옳고 그른지 판단하기가 쉽다. 그다음은 고슴도치 전략을 실행하는 '플라이휠' 구축이다. 일단 플라이휠을 제대로 구축하고 나면, 몇 년이든 수십 년이든 이 틀에 맞춰 행하는 모든 선택이 축적되며 성장에 가속이 붙는다."

그동안 콜린스가 연구해 온 기업들의 역사를 모두 합치면 6000년이 넘는다. 그는 적합한 인재를 잘 배치하는 것도 리더의 덕목이라고 강조한다. 그는 "수없이 많은 기업의 흥망성쇠를 분석하던 중 발견한 것은 위대한 기업의 리더는 '어떤 문제엔 어떤 인물이 적합하다'는 것을 알고 배치하는 데에 뛰어난 용인술의 달인이라는 점"이라고 했다.

―'사람 먼저, 문제는 다음'이라고 해 왔는데.

"정말 좋은 결정을 내리기 위해서는 '이 일을 누구와 해결해야 할까'에 대한 답을 먼저 찾아야 한다. 콜먼 모클러 질레트 CEO는 그의 용인술 미학을 기업의 생존 전략을 짤 때도 발휘했던 인물이다. CEO 시절 질레트는 일회용 면도기 시장에서 경쟁업체에 계속 밀리며 선택의 기로에 섰다. 저가 면도기 시장에서 가격 경쟁을 계속해 나갈지, 값이 더 비싸고 품질 좋은 강철 면도날에 집중할지 선택해야 할 때였다. 모클러 CEO가 한 일은 각각의 입장을 대변하는 두 사람의 이야기를 계속해서 듣는 것이었다. 판단이 서기까지는 아무런 의견을 표명하지 않고, 철저한 중립적 태도를 유지했다. 충분히 서로의 논리가 맞선 뒤, 그는 둘 가운데 더 설득력 있는 논거를 제시한 사람에게 면도기 사업의 책임을 맡겼다. 결국 리더가 한 일은 전략을 짠 것이 아니다. 면도기 사업이라는 과제에 적합한 인물을 앉힌 것이었다. 리더는 스스로 결정도 하지만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사람이 누구냐를 결정해야 할 일에 책임을 지게 될 일이 많다. 그렇기에 처음부터 좋은 사람들과 함께 일하고 누가 어떤 문제에 적합한지 아는 것이 중요하다."

성과·영향력·지구력 갖춰야 위대한 기업

―그동안 연구했던 것은 과거에 성공을 거둔 기업이었다. 유니콘 기업들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

"지금은 유니콘 기업의 성패를 판단하기에 이른 시기다. 길어봐야 2~5년 정도 된 기업들의 성패를 판단할 수는 없다. 아직 그 기업은 기틀을 다지는 시기일 수도 있다. 시가총액이나 기업 가치 평가는 그 기업의 성패를 보여주지 못한다. 미래에 위기가 닥친다면 판별하기 쉬워질 수 있다. 만약 명확한 플라이휠을 갖추지 않고 돌아가는 회사라면 닷컴버블 당시 많은 닷컴회사가 붕괴했듯 사라질 것이다."

―기업의 수명이 짧아지고 있다. 예전에 갖고 있던 '위대한 기업'의 판단 기준은 여전히 변함없나.

"크게 바뀌어야 한다고는 생각지 않는다. 성공하는 기업과 위대한 기업은 분명히 차이가 있다. 내가 생각하는 위대한 기업은 세 가지 조건을 모두 충족해야 한다. 첫째, 훌륭한 성과다. 운동선수가 올림픽 금메달, 세계선수권 우승 등으로 누구도 반박할 수 없는 성과를 내는 것과 비슷하다. 기업이라면 투자 대비 수익으로 좋은 성과를 보여줘야 한다. 투자받은 규모나 주가는 진정한 성과로 볼 수 없다. 둘째, 누구도 대체할 수 없는 영향력을 갖춰야 한다. 상상해 보자. 애플이 세상에 없다면 어떨 것 같나. 디즈니가 없다면 어떨까. 그럼 우버가 없다면 어떨까. 우버를 대체할 수 있는 기업이 과연 없을까. 이런 기준으로 판단해보는 것이다. 기업 존재가 사라지면 곧장 세계에 타격을 주는 기업이라면 대체할 수 없는 영향력을 갖췄다고 본다. 셋째, 지속적인 지구력이다. 내 기준으로는 15년 이상 지속적인 성과와 역량을 보여주는 기업이라야 한다. 벤저민 그레이엄이 '주식시장은 단기적으로 투표 계산기에 불과하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가치의 저울'이라고 하지 않았나.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기업의 실질 가치가 드러나게 된다."

네트워크 시대에도 '고슴도치 전략'이 중요

―그동안 대규모 조직을 통해 탐구했던 경영 이론을 네트워크 조직 문화에도 적용할 수 있다고 보나.

"네트워크 시대에는 반드시 기업을 세우거나 기업에 입사해야 할 필요가 없다. 조직을 이루지 않고도 일할 수 있다. 그러니 조직의 시대보다 '권력'의 역할이 줄어든다. 명령을 내리는 것보다, 네트워크 간의 '운동(movement)'을 일으킬 수 있는 개인의 영향력과 리더십이 중요해진다는 얘기다. 교육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해 세운 비영리 단체 '티치 포 아메리카'의 웬디 콥 창립자가 좋은 예다. 교원 면허 없는 우수한 대졸자들을 저소득층 지역 학교로 파견하는 프로그램에 수천 명이 자원자로 나섰다. 좋은 영향력에는 자발적으로 사람들이 모여든다. 그러므로 내가 젊은 세대에 하고 싶은 조언은 조직 내에서든 밖에서든 지침으로 삼을 수 있는 '자신만의 고슴도치'를 찾으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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