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고 싶은 말 3분의 1을 줄여라 설득력 높이려면

입력 2017.12.16 03:04

가장 효율적인 話法

아침 회의 시간, 한 달 동안 준비한 기획안을 공유했는데 별다른 반응이 없다. 10분 후 동료가 기획안을 다시 설명하자 "좋은 아이디어"라는 평가를 받는다. 분명 같은 기획안인데 반응이 다른 이유는 무엇일까.

사회생활에서 말이 미치는 영향은 생각 이상으로 크다. 상사에게 올리는 업무 보고, 부하 직원 지도, 고객사와의 연락, 영업, 회의에서 발표와 설명은 수시로 이뤄진다. 말을 잘하면 오해가 줄고 소통이 원활해져 일이 빠르게 진행되고, 상사나 부하 직원의 신뢰를 얻는다. 좋은 의견을 프로젝트에 반영할 수 있어 업무의 질을 높일 수 있다.

하지만 "입만 열면 갑자기 머리가 하얘진다" "아는 내용도 설명을 제대로 못 한다"는 고충을 토로하는 직장인이 많다. 일상에서 설득력 있게 의견을 전달하고 공감과 지지를 이끌어내는 발표를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다행히 말은 연습을 통해 개선할 수 있다. 미국의 유명 토크쇼 진행자 래리 킹(84)도 생애 첫 라디오 방송에서 긴장한 탓에 말이 떨어지지 않아 방송 사고를 낼 뻔했다고 한다. 그는 "평소 말을 잘하는 편이었는데도 방송 첫날 입속이 사막처럼 말라붙고 혀가 굳었다"고 회상했다. 그는 말이 서툰 사람은 물론, 잘하는 사람도 꾸준한 연습을 통해 의사소통 능력을 기르고, 나아가 자신만의 대화법을 개발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1. 결론부터 말하라

미국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아마존의 제프 베이조스 창업자는 지난 5월 한 행사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20년 전 아마존이 이렇게 성장할 것을 알고 있었느냐고 물었는데,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진행자의 두서없는 질문을 한 줄로 요약하고 질문에 대한 답변을 제공한 뒤, 이어 사업을 키운 과정을 설명했다. 업무상 나누는 대화에서도 베이조스처럼 앞으로 말할 주제와 결론을 먼저 전달하는 두괄식(頭括式) 화법을 구사해야 효과적으로 소통할 수 있다. 마지막에 결론을 언급하면 듣는 사람은 이야기를 듣는 내내 상대방이 무슨 말을 하려는 건지 방향을 잡지 못해 중도에 관심을 잃을 가능성이 크다.

‘횡설수설하지 않고 정확하게 설명하는 법’의 저자인 고구레 다이치는 “상대방은 백지상태로 이야기를 듣기 때문에 처음에 주제를 소개해 듣는 사람이 ‘앞으로 이런 이야기를 하겠구나’하고 준비를 할 수 있어야 한다”면서 “그다음에 결론을 말해야 전달력이 향상된다”고 한다. 이후 결론을 뒷받침하는 이유 2~3가지를 설명하라고 조언한다. 듣는 사람이 지루해하지 않으려면 3가지를 넘기지 않는 게 좋다. 사람의 단기 기억은 정보를 최대 3~4개밖에 저장하지 못하기 때문에 핵심 내용은 3개면 충분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2. 상대가 원하는 주제를 얘기하듯 전달

아무리 중요한 이야기도 상대방이 관심을 갖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 고구레 다이치는 “사람은 자신과 관련 있는 이야기에만 관심을 갖기 때문에 상대방에게 ‘내 일’이라고 생각하도록 말해야 한다”고 한다. 상사, 부하 직원, 동료, 협력사 관계자 등 대화하는 사람에 맞춰 내용을 전달하는 방식을 바꾸면 듣는 사람의 집중도가 높아진다는 것이다. 일례로 바쁜 상사에게 “고객사 관련해 상의하고 싶은 문제가 있다”고 말문을 열면 “급한 일이 아니면 다음에 이야기하자”는 반응이 돌아올 수 있다. 대신 같은 내용을 “오늘 중으로 대응하지 않으면 대규모 반품을 해야 하는 문제가 생긴다”고 말하면 잠깐 시간을 내서 들어줄 가능성이 커진다. 미국 정치 컨설턴트인 프랭크 런츠는 “첫마디로 적절한 분위기를 만들고 듣는 사람과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개인적인 경험담을 곁들이면 같은 이야기도 더 생생하게 전달할 수 있다. 지식 강연 프로그램 테드(TED)에서 가장 조회 수 높은 영상 25개는 발표자가 주제와 관련된 일화를 소개하거나 청중의 참여를 유도하는 질문을 던지면서 시작한다. ‘학교가 창의력을 죽이는가’라는 주제의 강연으로 TED 역대 조회 수 1위(4900만건)를 기록한 교육자 켄 로빈슨은 다양한 일화와 유머를 섞어 입시 중심의 획일적인 교육제도가 창의성과 혁신을 억누른다는 주장을 설득력 있게 전달한다.

3. 구체적 표현 사용해 짧고 간결하게

조직 내 오해는 대부분 쉽게 풀어서 설명하지 않거나 여러 가지 의미로 해석될 수 있는 단어를 사용하기 때문에 발생한다. 특히 업무 관련 대화에서는 모호한 표현을 구체적인 동사나 수치로 바꿔 설명해야 의미를 명확하게 전달할 수 있다. ‘새 소프트웨어를 도입하면 업무 처리가 원활해질 것이다’라는 표현 대신 ‘새 소프트웨어를 도입하면 업무 처리 시간이 평균 20분 단축될 것이다’로 구체화하는 식이다.

나아가 설명에 필요하지 않은 군더더기 말은 생략해 짧고 간결하게 말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주장한다. 미국 커뮤니케이션 코치인 카민 칼로는 “메시지가 설득력을 갖추려면 단순해야 한다”면서 “할 말의 3분의 1을 줄이면 더 강력하고 명확한 말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한다. 래리 킹은 사람들이 대화 도중 습관적으로 사용하는 ‘있잖아’ ‘솔직히’ ‘음’ 등의 의미 없는 단어와 소리가 “문장의 맥을 끊어 말을 못한다는 인상을 준다”고 말한다.

4. 핵심 내용은 2~3번 반복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은 2007년 대선 유세를 다니면서 “우리는 할 수 있다(Yes, we can)”라는 희망적인 구호를 문단 끝마다 붙인 연설로 표심을 얻었다. 흑인 인권 운동가 마틴 루서 킹 목사는 1963년 연설에서 “내게는 꿈이 있습니다(I have a dream)”를 8번 반복해 인종차별 없는 세상을 호소했다. 이런 반복은 그리스 시대부터 이어져 온 수사학으로, 반복한 내용에 친숙함을 부여해 상대방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다. 대중을 상대로 하는 연설이 아닌 일상에서도 강조하고 싶은 내용을 2~3번 반복하면 전달력을 높일 수 있다. 일본 광고회사 덴쓰의 카피라이터인 우메다 사토시는 저서 ‘말이 무기다’에서 “말할 때 처음이나 마지막처럼 중요한 부분에서 반복을 사용하는 것이 효과적이다”면서 “반복할 주장은 가장 전하고 싶은 것이어야 하고 최대한 짧아야 이목을 집중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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