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LY BIZ] 정규직 생산성 낮아… 노동 유연성 사회적 합의 실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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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17.12.02 03:03

      외환 위기 20년… 4대 개혁 제대로 됐나

      노동(Labor market)
      고용보험 체계 강화해 유연성·안정성 동시에 확보하고
      OECD 평균 밑도는 재취업 비율 올려야

      20년 전 IMF가 구제금융의 담보로 한국에 요구한 노동시장 개혁 과제는 크게 두 가지다. ①노동 인력 재배치를 촉진하기 위해 고용보험 체계를 강화할 것 ②노동시장의 유연성을 강화할 것. 당시 대한민국 경제에 불이 붙어 있는 상황에서 노동 개혁 과제는 금융 부문 구조조정과 같은 큰 과제에 밀려 상대적으로 덜 주목받았다. 하지만 노동시장 개혁 과제는 최근 가장 중요한 정책 과제로 급부상했다.

      지난달 한국을 찾은 IMF 연례협의단은 노동시장 개혁을 최우선 정책 과제로 주문했다. 타르한 페이지오글루(Feyzioglu) 단장은 "노동 정책의 근간으로 '유연 안정성(flexicurity)'을 도입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유연성(flexibility)과 안정성(security)을 동시에 확보하라는 주문이다. 듣기 좋은 말로 포장돼 있지만, 20년 전 IMF가 했던 권고에서 한 발짝도 나가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노동 개혁을 외환 위기 후 가장 진척이 없었던 개혁 과제로 꼽는다. 노동력을 효율적으로 쓸 수 있는 사회적 합의를 유도하고, 이를 정책화하는 데 실패했다는 것이다. 김소영 서울대 교수는 "비정규직을 도입한 것이 약간 도움은 됐지만, 아직 정규직 생산성이 매우 낮은 편"이라며 "일을 못 하는데도 급여가 낮아지거나 퇴출되는 경우가 거의 없기 때문에, 실업 문제도 더 심해진다"고 말했다.

      조선 산업 살려면 노동시장 유연해야

      4차 산업혁명, 공유 경제 등의 추세가 더 확산돼 노동시장의 지각변동이 벌어지기 전에 대응 체계를 갖춰 놓아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박재완 전 기획재정부 장관은 "노동시장이 여전히 정규직·전일제·호봉제 중심의 임금 체계인 데다, 노동 관행이 남성 노동자, 정규직 위주에만 머물러 있다"며 "중국에 추격당하고 있는 조선 산업 등에서는 노동 유연성이 높아져야 연착륙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OECD 회원국의 1인당 노동생산성
      한국은 고용의 유연성과 함께 안정성도 부족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실업급여의 임금 대체율은 50.5%에 불과하다. OECD 평균(63.4%)을 크게 밑돈다. 회사에서 내몰리면 몇 개월 안에 생계를 걱정해야 하는 처지가 된다는 뜻이다. 구조조정에 대한 강력한 저항이 생길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지난 정부 때 최저임금의 90%인 실업급여 한도를 80%로 하향하는 대신, 실업급여 지급 기한을 늘리는 방안이 마련됐지만 노동계 반발을 넘지 못했다.

      문재인 정부 들어 노동시장 유연성을 높이는 노동 개혁은 멈춰섰다는 것이 공통적 평가다. 20년 묵은 파견법을 적용한 기업의 직접 고용 강제 등 경직된 노동 정책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업무 능력이 현저히 떨어지는 저성과자는 해고가 가능하다는 '공정 인사 지침'과, 사회 통념상 합리적이면 임금 피크제 도입과 같은 임금 체계 개편을 사측이 주도할 수 있는 '취업규칙 해석 및 운영 지침' 또한 폐기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