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LY BIZ] 여러차례 합병 거쳐 4대 은행으로 재편… 경쟁력은 "우간다보다 낮은 수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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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17.12.02 03:03

      금융(Financial sector)
      '관치 금융' 여전 경쟁력 저해 제1 원인
      동북아 금융허브 핀테크 육성 등 금융 정책 번번이 실패

      한국 경제의 과제
      1990년대 중반까지 국내 은행권은 '조·상·제·한·서'라는 말로 압축됐다. 조흥·상업·제일·한일·서울은행 등 광복 이후 정립된 주요 은행 5곳의 구도를 설립 연도 순으로 지칭한 표현이다. 1990년대 말 전체 예금의 80%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막강한 과점(寡占) 지위를 누렸던 '조·상·제·한·서' 체제는 외환 위기로 순식간에 무너졌다. 한보·대우·쌍용 등 대기업이 줄도산하면서 이 대기업들에 돈을 빌려준 은행들도 부실에 허덕였기 때문이다.

      위기 이후 정부는 민간은행 시스템을 복원하기 위해 IMF의 권고대로 속도감 있게 부실 금융회사의 구조 조정을 추진했다. 국내 은행권은 20년간 여러 차례의 합병을 거치면서 KB국민·신한·KEB하나·우리 등 '4대 은행'으로 재편됐다. 재편 과정에서 대부분 금융회사가 부실을 털어냈고,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건전성 지표를 크게 높였다. 위기 이전 300억달러 수준이던 외환보유액은 현재 3800억달러 수준으로 늘어났다. 2선 외환보유액으로 불리는 국가 간 통화스와프(교환)도 1100억달러 이상 확보해 외환 부문 경쟁력은 대폭 개선됐다.

      그러나 국내 금융권의 경쟁력은 여전히 답보 상태다. 2년 전 세계경제포럼(WEF)의 경쟁력 평가에선 한국이 아프리카 우간다(77위)보다 낮은 성적표(80위)를 받아 논란이 일기도 했다. 설문 조사에 의존한 방식이라 객관적 지표로 보기엔 어렵다는 의견도 있으나, 중소·벤처기업 등에 자금이 제대로 흘러가지 못한 채 담보 위주 영업에 치중한 국내 금융 현실을 고스란히 반영한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국내 금융권이 경쟁력을 키우지 못했던 가장 큰 원인으로 '관치 금융'이 지목된다. 정부 입김이 세다 보니 은행장 등 최고경영자(CEO)가 정권 입맛대로 임명됐고, 정권의 목표에 따라 은행들이 특정 기업·산업군에 자금을 지원하는 후진적 관행이 계속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 시절엔 정권에 가까운 인사들이 대형 은행 수장을 맡아 '금융권 4대 천왕'이라는 해괴한 조어(造語)까지 생겨났다.

      금융 산업을 억지로 키우려는 시도 역시 번번이 실패했다. 노무현 정부는 한국을 동북아 금융허브로 만든다는 전략을 세웠으나, 외국 금융회사의 반응은 냉랭했다. 홍콩·싱가포르 등과 달리 한국 금융 감독기관의 정책에 일관성이 없다는 게 주된 이유였다. 박근혜 정부 역시 핀테크 육성을 주요 정책 과제로 내세웠으나, 은행·산업 분리 등 주요 규제를 풀지 못했고 경쟁국보다 기술 혁신 속도가 더디다.

      신관호 고려대 교수는 "국내 금융권이 아직도 효율적인 자금 배분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며 "관치의 흔적이 이곳저곳에서 많이 보이고, 국내 금융 체질도 선진 금융으로 보기엔 어렵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