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LY BIZ] 2000년 이후 성장 지속시킨 건 기업의 힘… 대기업 편중은 심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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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17.12.02 03:03

      기업(Corporate sector)
      제조업 부채비율 1997년 396%서 작년 80%로 줄어
      수출 1·2위 품목은 여전히 반도체·자동차

      서울올림픽이 열렸던 1988년 한국은행이 표본 조사한 제조업체 부채비율은 296%였다. 부채비율은 1997년 396%까지 치솟았다. 기업들이 제때 갚을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빚을 져가며 과다하게 사업을 벌이던 중 외환 위기가 불어닥쳤다. 위기 전 무너진 한보철강의 부채비율은 2000%가 넘었다.

      IMF는 한국 기업들이 높은 부채비율을 축소하고, 정부는 은행의 기업에 대한 대출 결정에 개입하지 말라고 권고했다. 이후 정부가 주도한 5대 그룹 빅딜(사업부문 맞교환)과 30대 대기업 워크아웃(기업 개선 작업)은 기업들의 군살을 강제로 빼게 했다. 대기업의 판도가 바뀌고, 30대 기업 중 절반 넘는 기업의 명단이 바뀌는 작업이었다. 2001년 182%까지 떨어진 제조업체 부채비율은 지난해 80% 정도를 기록했다. 박재완 전 기획재정부 장관은 "부실기업이 도태되고 남아있는 기업들도 채무비율이 낮아져, 당시의 기업 개혁이 2000년 이후 최근까지 경제성장을 지속시키는 데 기여했다"고 말했다.

      위기를 도약의 기회로 삼아 세계 1위 제품을 만들어 내는 기업들도 생겨났다. 삼성은 자동차를 포기하고, 전자의 발전기 부문을 페어차일드에, 중공업의 건설 장비 부문을 볼보에, 물산의 소매 유통 부문을 테스코에 각각 매각했다. 주력 사업을 전자·금융·무역 등으로 압축한 뒤 원천 기술 경쟁력 확보에 주력했다. 20년 전 51조원이던 삼성의 자산 총액은 작년 말 현재 363조원으로 늘어났다.

      출자총액 제한 제도 / 중소기업 적합 업종 / 파견 근로
      하지만 위기 극복 과정에서 쏠림 현상이 심해졌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수출의 비중은 1993~1998년 연평균 38%였던 것이, 2000년 이후 80%대로 확대됐다. 대외 경기 변동이 수출에 영향을 주고, 경제 전체의 흐름에 직격탄이 되는 상황이다. 1995~2015년 동안 총 수출 중 7대 주력 수출 품목이 차지하는 비중이 41%에서 51%로 늘었다. 20년 전과 마찬가지로 수출 1, 2위 품목은 여전히 반도체와 자동차다. 필 에스컬랜드 한미경제연구소 총괄이사는 "한국은 여전히 산업 재벌 대기업의 수출에 의존하고 있다"며 "서비스 부문에서 중소기업의 비중을 높이고, 중소기업이 세계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정책들이 더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부채 규모를 인위적으로 줄이고 현금성 자산 확충에 몰두하다 보니 투자가 둔화된다는 지적도 있다. GDP 대비 설비 투자 비중은 1993년 12%에 달했으나 최근에는 8%대로 떨어졌다. 또 기업들은 주식시장에서 자금을 직접 조달하고 있다. 신장섭 싱가포르국립대 교수는 "기업이 주식시장에 자금 조달을 의존하면 시야가 단기적으로 변하고 주주 배당에 골몰하게 된다"며 "중소·중견 기업이 자금을 원활하게 조달할 수 있는 창구가 확대되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