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LY BIZ] 외환위기 이후에도 재벌이 한국 경제에 큰 영향력… 한국 경제의 약한 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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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17.12.02 03:03

      사카키바라 에이스케 前 日 대장성 재무관
      소득 불평등 해결 위해 복지 지출 확대하면서 세금도 함께 늘려야
      20년 전 IMF긴축·변동 환율제 강요위기 더 번진 측면

      사카키바라 에이스케 前 日 대장성 재무관
      조선일보DB
      사카키바라 에이스케(榊原英資·76) 아오야마가쿠인대 교수는 1997년 아시아 외환 위기 당시 일본 대장성(현 재무성)의 재무관(차관급)으로 위기 진화 총괄역을 맡았다. 당시 외환시장 영향력이 워낙 커 '미스터 엔'으로 불렸다. 그는 WEEKY BIZ 인터뷰에서 한국 경제가 외부 충격의 트라우마를 극복하고, 내부 구조 개혁에 매진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특히 외환 위기 이후에도 재벌 기업이 한국 경제에 큰 영향력을 갖고 있는 점을 한국 경제의 '약한 고리'라고 지적하면서, "재벌이 흔들리면 한국 경제가 흔들리는 경제 구조를 개혁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소득 불평등 문제 역시 한국 정부가 적극적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라고 했다. 사카키바라 교수는 "기업 수익은 큰 폭으로 확대됐지만, 근로자들의 임금은 이전 수준이 그대로 유지되고 있어 소득 격차가 벌어지는 현상은 점점 더 심해져 가고 있다"며 "소득 격차를 줄이기 위해서는 결국 정부가 복지 지출을 확대하면서 세금도 함께 늘리는 수밖에 없다"고 했다.

      사카키바라 에이스케 前 日 대장성 재무관

      사카키바라 교수는 "아시아 국가들이 20년 전처럼 외환 위기를 다시 겪을 가능성은 작다"고 전망했다. 미국 금리 인상 등으로 자본 유출이 가속화해 아시아 역내에서 국지적 위기가 발생하더라도, 한국 등 아시아 국가들이 그동안 위기에 대응할 수단을 충분히 마련해 왔기 때문에 20년 전과 같은 외환 위기 상황은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또한 일부 서구권 경제학자가 예측하는 '중국 부채 붕괴'에 따른 위기 발생 가능성도 매우 낮다고 일축했다. 부채 수준이나 부동산 가격 수준 모두 중국 경제성장이 감당할 수 있는 범위라는 것이다.

      한·중·일 경제협력 유지해야

      사카키바라 교수는 20년 전 IMF의 처방에 대해서는 아쉬운 점이 많았다고 회고했다. 외환 위기로 각국 경제가 고꾸라지던 와중에 IMF가 긴축 정책과 변동 환율제 도입을 강요해 경기 회복을 더 어렵게 만들었다는 게 그의 시각이다. 그는 "IMF가 원리주의 태도로 위기에 대응하는 바람에 위기가 번졌다"고 말했다.

      사카키바라 교수는 외환 위기 당시 IMF처럼 아시아 국가에 자금을 지원하는 아시아통화기금(AMF) 설립을 제안했으나, 미국의 반대로 무산된 점을 가장 아쉬웠던 대목으로 꼽았다. 당시 로버트 루빈 미국 재무부 장관은 중국 관료들에게 AMF 설립에 참여하지 말라고 회유하는 한편, 로런스 서머스 당시 재무부 차관은 자신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친구인 줄 알았는데 실망이다' 식으로 압박했다고 한다.

      아시아 국가들은 외환 위기가 끝날 무렵인 2000년에야 치앙마이 이니셔티브라고 하는 조직을 만들어 위기 때 달러를 빌려주는 시스템을 만들었다. 사카키바라 교수는 정치 분야가 삐걱거릴지라도 한국, 일본, 중국 등 아시아 국가가 경제 분야 협력 체제는 갖춰야 위기에 대응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