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LY BIZ] 세계 경기 호황 언제든 고꾸라질 수도… 한국, 지금이 구조개혁에 매진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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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17.12.02 03:03

      휴버트 나이스 前 IMF 아시아태평양 국장
      고령화·저성장 고착화 한국경제 최대 취약점
      불평등 해소 점진적으로 추진하되 기업 경쟁력 높이는 데 각별한 노력 기울여야

      휴버트 나이스 前 IMF 아시아태평양 국장
      블룸버그
      휴버트 나이스(82) 전 국제통화기금(IMF) 아시아·태평양 국장은 외환 위기 당시 한국과 IMF의 구제금융 협상에서 IMF 측 대표를 맡았다. 짧은 스포츠머리가 트레이드마크인 그는 매번 협상장에 무표정한 얼굴로 등장, 한국에 뼈를 깎는 희생을 요구했다. 그래서 '저승사자'라는 별명도 얻었다.

      나이스 전 국장은 20년이 지난 지금 WEEKLY BIZ와 가진 인터뷰에서 한국 경제의 최대 취약점으로 인구 고령화와 생산성 저하에 따른 저성장 기조 고착화를 꼽았다. 나이스 전 국장은 "현 상황에서 한국은 생산성을 높여 향후 노동력 감소에 따른 충격을 막는 게 더 중요하다"며 "구조 개혁으로 다가올 변화에 대응할 여건을 갖춰야 한다"고 밝혔다. 특히 규제 개혁으로 서비스 산업의 생산성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한국이 자금 유출에 따른 대외 충격보다는 구조 개혁에 더 매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휴버트 나이스 前 IMF 아시아태평양 국장
      "문 정부, 기업 경쟁력 향상에 신경 써야"

      나이스 전 국장은 현재 세계 경기 호황으로 한국 경제가 선방하는 상황에 대해서도 우려를 나타냈다. 그는 "현재의 호황은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는 정치 분쟁이 심각해지면 언제든지 고꾸라질 수 있다"며 "아직도 수출이 경제 주축인 한국이 결코 안심할 수 없다는 뜻"이라고 했다. 문재인 정부의 정책 방향과 관련, "소득 불평등을 줄이는 정책은 단기 성과에 집착하기보다는 장기적 시각에서 점진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나이스 전 국장은 "문재인 정부의 정책 방향은 향후 내수 부양 및 경제 체질 개선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며 "다만 한국 경제의 중심이 기업인 만큼 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데도 각별한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나이스 전 국장은 IMF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였던 고(故) 마이클 무사의 동료이다. 무사는 IMF가 외환 위기를 겪던 아시아 국가에 내린 처방을 자신이 복용하던 심장약인 와파린에 비유하곤 했다. 무사는 "와파린은 쥐약만큼 강한 독성을 갖고 있으나 사람이 적정량을 섭취하면 혈액 응고를 도와 뇌졸중을 막아준다"며 "IMF의 처방도 와파린과 마찬가지로 부작용의 위험을 감수해야 하지만, 적정 수준의 고강도 처방은 경제 회복에 도움을 준다"고 했다.

      나이스 전 국장도 무사와 생각이 같았다. 그는 당시 한국 정부에 고금리·고환율·고강도 긴축 프로그램을 반드시 밀어붙여야 한다고 봤다. 그는 "한국 경제가 불과 수년 만에 빠르게 회복한 점은 예상 밖이었다"며 "한국에 시장 중심 경제가 뿌리를 내리고 세계화의 첨병이 된 것은 IMF 처방의 성과라고 생각한다"고 자평했다. 그러나 그는 고금리 정책 등 당시 IMF 처방이 "디테일까지 완벽했던 것은 아니다"고 인정하면서도 "당시의 고금리 처방 역시 원·달러 환율이 더 치솟는 것을 막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였다"고 해명했다. 미국이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때 저금리 정책을 사용한 것과는 상황이 다르다는 것이다. 그는 "한국 등 대다수 아시아 국가는 외환 위기를 거치면서 충분히 교훈을 얻었다고 생각한다"며 "그 결과 2008년 금융 위기 때 타격이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