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LY BIZ] 연내 시카고 상품거래소 先物 상장… 비트코인에 藥일까 毒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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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17.12.02 03:03

      파생상품 등장하면 위험 분산 효과 vs 적은 밑천으로 큰 매매 투기거래 부추겨

      가상 화폐 투자의 새로운 장이 열리는 것일까. 대표적 가상 화폐인 비트코인 거래가가 올 들어 10배 이상으로 상승, 1만달러를 넘어서는 등 급등세를 이어가면서 투자 열기가 금융투자업계로 조심스럽게 확산되고 있다. 세계 최대 파생상품 거래소인 시카고상품거래소(CME)의 테런스 더피 회장은 비트코인 선물(先物)을 연내 상장하겠다고 최근 발표했다. 파생상품 청산 거래 허가를 받은 가상 화폐 거래소인 레저엑스(LedgerX)는 옵션(미리 정한 가격에 따라 특정 금융 자산을 사거나 팔 수 있는 권리) 등 비트코인 관련 파생상품 거래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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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티이미지코리아
      파생상품 출시가 비트코인 가격과 투자 전망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해서는 투자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긍정론자들은 기초 파생상품이 등장하면 비트코인 투자에 따른 위험을 분산할 수 있다며, 장기적으로 가상 화폐 시장이 안정되는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기대한다. 그러나 비트코인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목소리도 여전하다. 현물을 사는 것보다 적은 액수의 증거금으로도 매매가 가능한 파생상품 시장의 특성상 투기 자본이 대규모 차입(레버리지) 거래에 나서기도 쉬워 비트코인 투자 거품을 더 키울 것이라는 주장이다.

      만기는 주(週) 단위, 현물 인도 불가능

      상장을 앞둔 비트코인 선물은 통화(通貨) 선물과 비슷하지만 다른 점들이 있다. CME그룹은 가상 화폐 거래소 제미니(Gemini)의 미 달러화 표시 비트코인 거래가를 기준으로 주(週)물과 월(月)물, 분기(分期)물을 각각 상장하겠다고 밝혔다. 월, 분기별로 최종 거래가 이뤄지는 일반적인 통화 선물에 비해 비트코인 선물의 상품별 투자 기간이 상대적으로 짧은 것이다. 달러나 유로 선물처럼 해당 경제 권역의 경제 상황이나 통화정책을 분석할 수 없어 가격 예측이 어렵기 때문이다. 미국 달러화 선물 등은 만기일에 실물 통화를 인수할 수도 있지만, 비트코인 선물 거래는 만기일에 선물과 현물 간 차액을 정산하는 현금 결제 방식으로만 이뤄진다. 비트코인의 발행량과 유통량이 수요에 비해 부족한 점 등이 반영됐다.

      투자 전문가들은 선물 같은 파생상품이 비트코인에 대한 '가격 발견 기능'을 할 것이라고 예상한다. 김연추 한국투자증권 투자공학부 팀장은 "가격이 고평가돼 있다고 보지만 보유한 비트코인이 없어 거래에 참여하지 못했던 투자자들이 선물을 매도하게 되면 비트코인 현물 가격도 하락할 수 있고, 장기적으로 비트코인의 적정 가격을 찾는 효과도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선물·옵션 등 파생상품이 등장하면 이를 활용해 펀드나 상장지수펀드(ETF) 등 비트코인에 간접 투자할 수 있는 다양한 금융상품도 만들어질 수 있다.

      긍정론: 월가 뭉칫돈 유입 기대

      가상 화폐 지지자들은 파생상품 출시를 기초 자산인 비트코인이 주류 금융권에서 투자 자산의 하나로 인정받았다는 의미로 해석한다. 비트코인 투자가 더 활성화될 것이란 기대감도 크다. 2009년 처음 등장한 이후 비트코인 가격은 급등락을 거듭해 아무리 고수익을 추구하는 사모펀드라도 선뜻 손을 대기 어려웠다. 하지만 선물 등 파생상품을 활용해 시세 등락에 따른 투자 위험을 분산할 수 있다면 헤지펀드 등 자산운용사들이 비트코인 투자에 나서기 쉬워진다. 1030억달러(약 112조원) 규모의 자산을 운용하는 영국 투자회사 맨그룹의 루크 엘리스 최고경영자(CEO)는 "선물이 상장된다면 비트코인을 투자 자산에 편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동안 번번이 무산됐던 간접 투자 상품 출시도 가능해질 전망이다. 가상 화폐 거래소 제미니를 설립한 벤처투자가 윙클보스 형제가 2013년 심사를 신청한 비트코인상장지수펀드(ETF)는 올 3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로부터 불(不)승인 결정을 받았다. 비트코인 시장에 대한 법규가 미비하다는 점 등 높은 투자 위험이 최대 걸림돌이었다. 파생상품이 상장되면 자산운용사들은 비트코인 대신 비트코인 선물에 투자하거나 선물을 기초로 한 상장지수펀드(ETF) 등 다양한 투자 상품을 출시할 수 있다. 개인투자자들도 자산운용사를 통해 비트코인에 간접적으로 투자할 수 있게 된다.

      실물 비트코인을 사고 파는 것보다 거래 안전성도 높다. 비트코인 초창기 전체 거래량의 70%를 취급했던 일본 소재 거래소 마운트곡스의 경우 해킹과 관리 문제 등이 결합돼 수십만 비트코인을 분실하는 사태 끝에 2014년 파산했다. 한국 최대 비트코인 거래 사이트 빗썸은 지난달 거래 폭주로 서버가 마비됐다. 반면 CME를 통한 파생상품 거래는 이 같은 운영·관리 문제에서 상대적으로 안전하고,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와 미국선물협회(NFA) 등의 감독을 받는다. 총자산 기준 세계 6위 은행인 미국 JP모건도 비트코인 선물 거래 중개 서비스 도입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제이미 다이먼 JP모건 회장이 가상 화폐는 '사기(fraud)'라며 17세기의 튤립 투기를 연상시킨다고 여러 차례 날선 비판을 했지만, 비트코인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을 무시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신중론: "짐바브웨달러만큼 위험"

      비트코인 투자에 신중한 의견도 많다. 대부분 가상 화폐 자체에 부정적인 금융 전문가들이다. 결제 기능이라는 통화의 기본적 가치가 부족한 만큼 최근 비트코인 가격 상승은 투기 자금 유입에 따른 일시적 현상이라고 보는 입장이다. 티잔 티엄 크레디스위스 CEO와 로이드 블랭크페인 골드만삭스 CEO가 비트코인 투자의 거품을 지적했다. 프레데렉 우데아 소시에테제네랄 CEO도 "가상 화폐는 투자의 익명성 때문에 위험이 매우 크다"고 우려했다. 온라인상으로만 존재하는 무형 자산이라는 점, 가상 '화폐'라고 불리지만 결제 능력이 불확실하다는 점, 감독 기관이나 거래 규정이 없다는 점 등이 주로 지적되는 약점이다.

      선물 상장만으로 비트코인이 투자 자산으로 공인받았다고 평가하기엔 이르다는 의견도 있다. CME는 민간 기업인만큼 잠재적인 투자 수요 등 거래 수수료 수익을 계산해 비트코인 선물의 상장을 추진하는 것이란 뜻이다. 실제로 전 세계 거래소의 통화 선물은 미국 달러화, 유로화, 일본 엔화 등 주요 통화에 집중돼 있다. 무역 대금 등 실제 결제 수요가 가장 많고 투자 위험도 낮기 때문이다. 신흥국 통화 중에서는 중국 위안화, 러시아 루블화, 멕시코 페소화, 브라질 헤알화, 남아프리카공화국 랜드화, 인도 루피화 선물 정도가 거래된다. 이에 반해 비트코인은 기초 자산의 가치를 객관적으로 평가할 자료가 없기 때문에 투자 위험도가 북한 원화나 짐바브웨달러화와 맞먹는다는 분석도 나온다.

      임승관 KB자산운용 인덱스운용본부장은 "비트코인은 통화적인 성격을 갖고 있지만 본질적인 가치가 무엇인지는 확실치 않은 상황"이라며 "선물 가격은 (기초 자산의 평가 가치가 아닌) 선물 거래 수요·공급만으로도 가격이 움직일 수 있고 국내에서는 비트코인에 대한 제도적인 규제가 없어 비트코인 선물이 상장된다고 해서 곧바로 관련 투자 상품을 만들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