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노동개혁 잃어버린 20년 외환위기 그 후… 세계 전문가 20인 진단

입력 2017.12.02 03:03

금융·기업·공공·노동 4대 부문 평가
몇 년 동안만 개혁… 이후 15년 이상 제자리
공공부문 개혁 미흡, 기업·금융부문은 보통 수준
외환위기는 '외부 폭발'… 다가올 위기는 '내부 폭발'일 것

"한국이 20년 전 개혁을 성공적으로 이뤄내 기쁘다. 1998년만 해도 경제 체질을 개선해 G20(주요 20국) 일원이 될 것이라고 상상하지 못했다."

파리에서 만난 미셸 캉드쉬 전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형형한 눈빛으로 1997년 외환 위기 이후 지난 20년 한국 경제가 보여준 저력이 놀랍다는 말을 반복했다. 그의 말대로 한국은 양적으로 성장했다. 1995년부터 2016년까지 명목 국내총생산은 2.5배, 상품 수출액은 4배 늘었다. 같은 기간 국내 금융 자산은 8.3배 커졌고, 주식시장 시가총액은 10.7배 증가했다. 당시 부족했던 외환보유액은 현재 10배 이상 늘었다.

20년 전 IMF는 구제금융을 주는 대가로 혹독한 개혁을 요구했다. 정부는 IMF 요구에 따라 금융·기업·공공·노동 등 4대 부문 개혁을 밀어붙였고 몇 년간 가시적 성과도 냈다. IMF는 개혁 기조를 유지하라고 권고했다. 이후 개혁 추동력은 지속됐을까. WEEKLY BIZ는 국내외 전문가 20명에게 4대 개혁이 20년 전 IMF 목표에 어느 정도 도달했는지 물었다. '매우 양호' '양호' '보통' '미흡' '매우 미흡' 등 5단계 척도로 평가해 본 결과 노동 개혁이 가장 미흡(1.7점)했다. 공공 부문 개혁(2.3점) 역시 낮은 점수를 받았다. 기업 개혁(3.2점)이나 금융 개혁(2.7점)도 보통 수준에 불과했다.

전문가들은 단절된 개혁 행보, 특히 노동 부문에 걱정을 많이 했다. 김준경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은 "위기 직후 몇 년 동안은 개혁을 효율적으로 했다. 이후 15년 이상 그대로다"고 말했다. 외환 위기가 외부 충격에 의한 폭발이었다면, 다가올 위기는 안에서 주저앉는 내폭(implosion)일 것이란 전망도 적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노동시장 유연성 제고, 산업·금융 경쟁력 강화, 소득 불평등 해소 등을 시급한 과제로 꼽았다.

캉드쉬 전 총재는 "정부가 문제를 회피하면 위기는 또 온다. 시스템의 약점에 끊임없이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경고했다. 외환 위기 20년, 대통령이 다섯 번 바뀌는 동안 한국 경제 개혁 작업은 얼마나 진행됐을까. WEEKLY BIZ가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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