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물 기업인들이 최근 투자한 곳… 음식·교육·물류

입력 2017.12.02 03:03

공통 관심 분야 꼽아보니
Food 세계인구 2050년 100억 대안 고기 업체와 실내 수직농장 주목
Education 교육기술 시장 규모 2021년 843억달러 실생활에 필요한 평생 교육 콘텐츠 유망
Transportation 자동차 제조 3D 프린팅 스마트카 개조 기술 하이퍼루프 등에 투자금 팍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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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리처드 브랜슨 버진그룹 창업자, 리카싱 청쿵그룹 창업자, 제프 베조스 아마존 창업자./블룸버그
도시에서 자란 채소와 실험실에서 만든 고기를 먹고, 가상현실 세계에서 체험 학습을 한다. 시내에서 이동할 땐 3D프린터로 차체를 뽑아 내 만든 자율주행차를 공유하고, 원거리를 이동할 때는 시속 1200~1300㎞ 속력의 하이퍼루프로 손쉽게 이동한다.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제프 베조스 아마존 창업자, 리카싱 청쿵그룹 창업자, 리처드 브랜슨 버진그룹 창업자 등 말 한마디로 뉴스를 만들어 내는 기업인이 최근 1년 동안 투자한 회사 가운데 겹치는 분야를 토대로 그려 본 미래다. 저마다 전문 분야와 관심사가 다른 거물들이 함께 주목하는 분야는 'F·E·T'. 식량(Food), 교육(Education), 물류(Transportation)다. 삶을 바꾸는 신기술이 쏟아져 나오고 성장성도 갖춘 산업 분야이다.

F: Food

지난 8월 푸드테크(foodtech) 스타트업 멤피스미츠가 1700만달러의 투자를 유치했다는 뉴스는 올해 벤처캐피털 업계를 가장 뜨겁게 달궜던 소식 가운데 하나였다. 소·닭·오리 등 가축으로부터 얻은 줄기세포를 배양해 고기를 만든다는 이 업체에 빌 게이츠, 리처드 브랜슨, 리카싱 같은 거물의 돈이 몰렸기 때문이다. 이들이 대안 고기 사업에 투자한 것은 처음이 아니다. 게이츠와 리카싱은 식물성 단백질을 원료로 인공 고기를 만드는 '임파서블푸즈'의 주요 투자자이기도 하다.

신개념 농법에 대한 투자도 한창이다. 제프 베조스는 올해 샌프란시스코의 실내 수직농장 기업 플렌티가 진행한 2억달러의 투자 유치에 참여했다. 벽면을 따라 기둥을 줄지어 세운 '공장형 실내농장'에 케일과 상추 등을 키워 같은 면적의 전통 농장에 비해 350배 많은 수확을 할 수 있다는 것이 회사 측의 주장이다. 내로라하는 기업인과 투자자들이 식량 관련 기술에 주목하는 이유는 한정된 지구 자원에 비해 폭증하는 음식 소비량 때문이다. '고기 중독(meathooked)'의 저자 마르타 자라스카는 "2050년 100억명에 달할 인류의 단백질 수요를 채우려면 갖가지 창의적인 방법을 찾아내야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세계 거물 투자자들의 F·E·T 투자
E: Education

거물들은 '평생교육 시대'를 준비하기 위한 투자에도 나서고 있다. 교육업체 '에버파이'는 올해 4월 베조스와 에릭 슈밋 알파벳 회장, TPG성장펀드 등으로부터 1억9000만달러의 투자를 유치했다. 이 회사는 학자금 대출·세금·이자율 등 금융 지식, 인터넷 범죄, 알코올 중독 예방법부터 디지털 기록 삭제법, 개인정보보호법 등 실생활에 필요한 온라인 교육 콘텐츠를 만드는 데 집중하는 업체다. 최근에는 기업이 직원 교육에 활용할 수 있도록 정부 관계자 대하는 법, 정보 보안 기준, 부패방지법 등의 강좌를 맞춤형으로 제공해 보폭을 넓히고 있다. 에버파이의 고문을 맡고 있는 안 던컨 전(前) 미국 교육부장관은 "교육 개선 작업은 모든 사람이 다양한 커리큘럼에 더 접근하기 쉽도록 함과 동시에 변화하는 사회에 꼭 필요한 지식을 담은 커리큘럼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사회의 변화 속도가 빨라지면 빨라질수록 모든 연령대에 필요한 교육 콘텐츠도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브랜슨은 자신의 사업 운영에서도 '재미'와 독특한 개성을 추구하는 성향대로 교육업체 중에서도 재미있는 기업을 골랐다. 브랜슨의 버진그룹과 화이트캡벤처파트너스 등은 '클래스크래프트'에 280만달러를 투자했다. 이 회사의 교육 프로그램은 언뜻 보면 롤플레잉 온라인 게임 같다. 교사가 자신이 원하는 커리큘럼에 맞게 게임의 점수 체계를 정하고, 반 아이들은 마법사나 치료사 등 원하는 캐릭터를 골라 게임의 세계에서 과제를 수행한다. 리카싱이 투자에 참여한 '마르코폴로러닝'도 귀여운 애니메이션을 활용한 유아 교육용 앱을 만드는 업체다.

녹화한 온라인 강의를 시청하는 방식이 굳어졌던 이러닝(e-Learning) 중심의 교육 기술에 다양한 신기술이 더해지면서 관련 투자도 늘고 있다. 시장 조사 업체 메타리는 2016년 762억달러 규모였던 교육 기술 시장 규모가 2021년이면 843억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T: Transportation

미래를 주도할 운송 수단과 관련 기술은 늘 주목받는 투자처다. 최근 몇 년 동안 전기차에 열광했던 리카싱은 올해 1월과 11월 각각 2300만달러, 6500만달러 투자를 유치한 다이버전트3D의 주요 투자자로 참여했다. 자동차 제조용 3D프린팅 기술을 보유한 기술 개발 기업이다. 전통 자동차 공장이 즐비한 디트로이트 일대 대신 로스앤젤레스 외곽에 있는 이 회사는 식료품점 넓이 창고 안에 3D프린터와 레이저 절단기, 조립 로봇을 배치해 자동차 생산 라인을 만들었다. 다이버전트3D의 케빈 칭어 최고경영자(CEO)는 "전통 자동차 공장 하나를 세우려면 5억~10억달러가 들지만, 5000만달러 정도의 비용으로 구축한 이곳에서 연 2만대가량의 자동차를 생산할 수 있다"고 밝혔다. 코트라 미국 디트로이트무역관은 보고서를 통해 "일반적으로 자동차에는 수만 개의 부품이 제조·조립돼 들어가지만, 3D프린터로 자동차를 제조할 때는 필요한 부품을 자유롭게 디자인하여 '인쇄'해 부품 수를 수십 개로 줄일 수 있어 생산 원가를 크게 낮출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자동차 산업에서 3D프린터 활용은 계속 확대되는 추세다. 3D프린터에 넣을 수 있는 재료가 플라스틱으로 한정됐던 초기와 달리 금속까지 활용할 수 있게 된 영향이다. 시장 조사 업체 스마테크퍼블리싱은 2016년 자동차 제조·부품 업체들이 3D프린팅 기술과 재료에 쓴 비용이 6억달러 수준이었지만 2021년이면 23억달러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무인 운송, 물류 시스템 구축에 관심을 보여 온 베조스의 투자처 중에는 커넥티드카 플랫폼 회사인 모조(Mojio)가 있다. 기존 자동차를 인터넷과 연결해 도난 방지 알림, 차량 문제 실시간 점검 등이 가능한 '스마트카'로 바꿔주는 것이다. 게이츠 역시 차량·드론 등의 운송 기계를 더 똑똑하게 만들 기술을 주목하고 있다. 게이츠가 2014년과 올해 모두 투자에 참여한 에코다인은 군사용과 비슷한 수준의 고해상도 레이더 장비를 소형화하는 데 성공한 업체다. 최근에는 자체 개발한 레이더를 탑재한 드론이 접근 중인 비행 물체나 다른 장애물을 스스로 감지하고 피하는 실험에 성공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 같은 레이더 기술은 드론은 물론 주변 상황을 쉬지 않고 인지해야 하는 자율주행차에 반드시 필요한 기술이다.

항공·철도 등의 사업에 발을 뻗고 있는 브랜슨은 캡슐형 초고속 운송 수단 하이퍼루프의 지원자로 나섰다. 지난 10월에는 하이퍼루프 업계 선도 기업으로 꼽히는 '하이퍼루프원'을 인수해 '버진 하이퍼루프원'으로 간판을 바꿔 달았다. 브랜슨은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글을 통해 "버진그룹은 항공부터 철도, 우주에 이르기까지 운송 혁신 기술 개발에 열정을 쏟아 왔으며, 이번 투자는 그 사례 중 가장 최신 사례일 뿐"이라고 했다. 미국 내 35개 대도심을 잇는 계획을 추진 중인 이 회사는 2021년 하이퍼루프 상용화를 목표로 개발 속도를 높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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