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LY BIZ] 반도체, 中추격 걱정보다 전공인력 감소가 큰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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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17.12.02 03:03

      홍성주 SK 하이닉스 미래기술연구원 원장

      - 성숙산업이자 성장산업
      무역흑자 半이상 차지, 5G·AI 결합되면 메모리 수요 급증할 것
      메모리 이외 분야에선 한국 경쟁력 미미
      반도체 장비 생산은 美·日·네덜란드 주도, 소재도 日·美·獨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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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 반도체 산업이 사상 최고의 호황을 구가하면서 우리 경제의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러나 반도체 호황이 얼마나 오랫동안 지속될지, 중국에 추격당하지 않을지 불안해하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사진은 SK하이닉스 이천 공장에서 엔지니어들이 반도체 장비를 점검하는 모습./SK하이닉스
      한국 반도체 산업이 사상 최고 호황을 구가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올 들어 매분기 사상 최대 영업이익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다. 반도체 덕분에 수출과 투자가 크게 늘고 있고, 증시가 활황을 이어가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최근 한국 경제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3.0%에서 3.2%로 상향 조정하기도 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반도체 착시'에 대한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반도체를 제외하면 수출과 투자, 상장기업 영업이익 등이 모두 작년 수준에 머무르거나 소폭 개선에 그쳤다. 반도체 경기가 둔화하면 한국 경제가 크게 어려워질 수 있다.

      반도체 산업 육성을 위한 중국의 과감한 행보가 이런 불안감을 더 키우고 있다. 미국에서 일본으로, 다시 한국으로 넘어온 반도체 산업 주도권이 머지않아 중국으로 넘어갈 수 있다는 것이다.

      홍성주 SK 하이닉스 미래기술연구원 원장
      홍성주 SK 하이닉스 미래기술연구원 원장
      경기도 이천에 있는 SK하이닉스의 미래기술연구원에서 홍성주 원장(부사장)을 만나 한국 반도체 산업의 현재와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홍 원장은 인터뷰에서 여러 차례 "반도체 산업은 성숙 산업이지만 성장 산업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정점에 올라서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앞으로도 더 성장·발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반도체 장비와 소재 산업으로 생태계를 더 키우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공급이 수요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

      ―현재의 반도체 호황이 언제까지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나.

      "단기 시황을 예측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구글신(神)은 모든 것을 알고 있다'는 책이 있지만 '반도체 경기는 구글신도 모른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길게 보면 반도체 산업은 매우 비전 있는 산업이다. 데이터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인류 문명이 탄생한 이후 2003년까지 생성된 모든 정보를 합친 것과 양이 같은 정보를 지금은 단 이틀 만에 만들어낸다.

      앞으로 5G 시대가 열리고, 인공지능(AI)이 결합되면 지금보다 더 많은 데이터가 생성·공유되고, 데이터를 저장하는 메모리에 대한 수요도 크게 늘어날 것이다. 전체 메모리 반도체 수요는 2016년 203 엑사바이트에서 2021년 922 엑사바이트로 5년 만에 4배 이상 늘어날 전망이다." 1 엑사바이트는 10억 기가바이트로, 미 의회 도서관 인쇄물의 10만배를 저장할 수 있는 용량이다.

      ―반도체 치킨게임으로 많은 업체가 사라졌고, 살아남은 소수 기업이 지금 그 덕을 보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D램은 과거 회사가 20~30곳 있었지만 지금은 3사만 남았다. 치킨게임으로 많은 기업이 도태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지금의 반도체 호황을 공급 조절로만 설명할 수는 없다. ICT 세상이 열리면서 반도체 수요가 예상보다 더 빠르게 늘어나고 있는 반면, 기술 개발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구조가 훨씬 복잡해지고, 반도체 제조 공정의 스텝 수가 수백 개나 될 정도로 늘어났다. 반도체 세대교체 기간도 과거 1년에서 (기술 개발의 어려움 때문에) 점점 길어지고 있다. 엄청난 투자를 하고 있지만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이다."

      대규모 투자로 추격 나선 중국

      ―중국의 '반도체 굴기(�起)'는 어떻게 평가하나.

      "중국은 이미 2015년에 전 세계 반도체 소비의 58.5%를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세계 반도체 시장에서 중국 기업들의 점유율은 1.9%에 지나지 않는다. 중국의 최대 수입 품목이 반도체다. 그래서 반도체 직접 생산을 추진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이를 위해 중국은 반도체 산업을 키우기 위한 대규모 펀드 조성과 투자를 실행하고 있고, 역량을 확보하기 위한 M&A(인수합병)와 인력 확보도 적극 추진하고 있다. 반도체 자급률을 2020년에 40%, 2025년에 70%로 높인다는 목표다. 다만 반도체 산업 육성 의지가 강력하더라도 단기간에 성과를 내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우선 내년 하반기로 예정돼 있는 제품 양산 결과를 봐야 어느 정도 판단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 정부가 반도체 산업 지원을 위해 조성한 펀드만 1000억달러(약 110조원)를 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2019년까지 중국에서 건설 예정인 반도체 공장이 15개에 이른다. 이와 관련, 홍 원장은 "대규모 투자 못지않게 오랜 기간 축적한 노하우와 기술이 중요하다"며 "중국과 기술 격차를 어떻게 유지할 것인지가 관건"이라고 했다.

      ―뉴메모리 같은 새로운 반도체 기술 개발은 어떻게 되고 있나.

      "반도체 회로 선폭을 더 가늘게 하는 미세 공정 기술 개발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그래서 현재는 단층 구조가 아니라 수십 층을 쌓아올리는 3차원(3D) 기술 경쟁이 치열하다. 인텔이 발표한 '3D크로스포인트' 같은 새로운 타입의 반도체 개발도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가시화된 것은 없다. '그래핀' 같은 새로운 소재의 반도체 개발도 추진되고 있지만 그것 역시 쉬운 일이 아니다. 당분간은 반도체 기술의 핵심이 바뀌고, 완전히 형태가 새로운 반도체가 등장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 반도체 인력난

      ―한국 반도체 산업의 취약점은 뭔가.

      "한국 반도체 산업은 메모리 중심으로 기술 역량이 잘 갖춰져 있다. 그러나 메모리 이외 분야의 경쟁력은 크게 떨어진다. 반도체 장비는 시장 규모에서 한국이 세계 1~2위이지만 생산은 미국·일본·네덜란드 업체들이 주도하고 있다. 반도체 소재 역시 일본·미국·독일 업체들이 주도하고 있다. 한국은 반도체 소재를 제대로 생산하는 기업이 없다고 해도 크게 틀리는 말이 아니다.

      특히 반도체 전공 인력이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는 게 큰 문제다. 인구 감소 영향 등으로 공학 계열 대학 졸업생이 계속 줄어들 전망인 데다 반도체 전공 학생의 비율도 꾸준히 감소하고 있다. 대학에서 학생들을 지도할 교수를 제대로 충원하지도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메모리 부문뿐만 아니라 장비·소재 업체들도 인력 부족이 심각하다고 호소하고 있다. 인력 측면에서 한국 반도체 산업이 장기적으로 큰 위기를 맞을 수 있다."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반도체는 성숙 산업이기도 하지만 성장 산업이기도 하다. 반도체는 인류의 꿈을 만들어가는 인공지능(AI) 기술과 4차 산업혁명에서 핵심적 역할을 한다. 더욱이 반도체를 대체할 수 있는 다른 산업이 잘 보이지 않고 있다. 반도체 산업의 경쟁력을 지키는 게 한국 경제에 매우 중요하다.

      메모리 반도체는 지금도 잘하고 있지만 전체 생태계가 더 커질 필요가 있다. 반도체를 넘어 장비와 소재 산업을 포함하는 큰 그림을 그려야 한다. 반도체 산업이 올해 우리 나라 무역 흑자의 절반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국가 경제에 기여하고 있다. 장비·소재 산업으로 생태계가 확대되면 더 큰 시너지가 나타날 것이다. 그 출발점은 인력이다. 학생들이 반도체 전공에 흥미를 느끼고, 대학이 반도체 전공 교수를 채용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 정부와 기업, 대학이 힘을 합쳐 장비, 소재 산업을 키우기 위한 프로젝트 등을 적극 추진하면서 반도체 산업의 미래가 밝다는 메시지를 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