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LY BIZ] 1억달러 개런티 작품 4억5000만달러 낙찰…미술시장서도 통한 마케팅의 힘

    • 이규현 이앤아트대표·'세상에서 가장 비싼 그림100'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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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17.12.02 03:03

      [이규현의 Art Market] (5) 경매 최고가 레오나르도의 '구세주'

      "아직도 영향 대단" 고전미술 아닌 현대미술 경매 내놔
      그 이전부터 작품 진위 논란 '노이즈 마케팅'도 한몫

      지난 11월 뉴욕 크리스티 현대미술 경매에서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구세주(Salvator Mundi)'가 수수료를 포함한 가격으로 4억5030만달러(약 4971억원)에 낙찰돼 화제다. 이 작품 이전 경매 최고기록은 2015년 1억7940만달러에 팔린 피카소의 '알제의 여인들'이었다. 4억5030만달러는 경매 최고기록일 뿐 아니라 개인 거래에서도 앞으로 꽤 오랫동안 깨지기 어려운 가격이다. 이 그림 거래가 더욱 화제가 된 것은 이 그림이 판매 전부터 계속 진위 및 보존 상태 문제로 가격 거품 논란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경매는 또 다른 이유에서 앞으로 두고두고 회자될 가능성이 높다. 현대미술 시장에서 마케팅의 힘이 얼마나 큰지를 보여주는 좋은 예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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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그림 ‘구세주’/크리스티
      16세기 그림을 ‘현대미술’로

      경매 회사 크리스티는 15~16세기 이탈리아 르네상스 화가인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작품을 ‘전후(戰後) 및 현대미술’ 경매에서 파는 획기적 시도를 했다. 미술사적으로는 말이 안 되는 것이었다. 쑥스러웠던지 크리스티는 전시장에서 이 작품 옆에 앤디 워홀의 1986년 작품인 ‘60개의 최후의 만찬’을 걸었다. 워홀이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최후의 만찬’ 이미지를 실크스크린으로 반복해 60번 찍어낸 작품이었다. 그리고 보도 자료를 통해 “레오나르도는 15~16세기 예술에 영향을 준 것과 마찬가지로 현대미술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대 예술가들에게 영향을 주기 때문에 ‘현대미술’로 분류해도 된다는 것이다.

      원칙대로라면 ‘구세주’는 ‘고전미술(Old Masters)’ 경매에 나와야 했다. 하지만 1998년 이후 세계 미술 경매 시장에서 팔린 작품들의 제작 연도별 가격 지수 변동을 보면 크리스티가 레오나르도를 현대미술로 분류한 진짜 이유를 알 수 있다. 전후 및 현대미술 작품의 평균 낙찰 가격은 1998년보다 2.5배 정도로 오른 데 비해 고전미술 작품의 평균 낙찰 가격은 오히려 1998년의 평균 낙찰 가격보다 내려갔다. 고전미술 경매에서 이전까지 가장 비싼 것은 루벤스의 1611년 작품 ‘유아 대학살’로, 2002년 런던 소더비에서 7700만달러에 팔린 것이다. 이후 15년 동안 기록이 깨지지 않았다. 고전미술 대가들의 수작이 시장에 잘 나오지 않기도 하지만, 컬렉터들의 나이가 젊어지면서 이들의 취향이 현대미술 쪽으로 크게 기운 영향이 크다. 결국, 레오나르도의 ‘구세주’를 원칙대로 고전미술 경매에 내놓으면 세간의 관심을 받기 어렵다. 그래서 크리스티는 무리해서 이 그림에 ‘현대미술’이라는 브랜드를 붙였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진위 논란에 관심 더 많아져

      이 작품은 경매 회사가 위탁자에게 무조건 보장해주는 개런티 금액 1억달러로 경매에 나왔을 때부터, 아니 경매에 나오기 전부터 논란이 있었다. 1500년쯤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그린 것이 분명하다는 전문가가 많지만, 조수들이 그린 것으로 보는 전문가들도 있기 때문이다. 보존 상태가 좋지 않아 진품으로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1958년 런던 소더비에서 처음으로 경매에 나왔을 때엔 45파운드에 낙찰됐다. 세계 미술 시장이 호황이었던 2005년 미국에서 한 딜러 컨소시엄이 이 그림을 레오나르도 다빈치 것으로 확신하고 산 가격이 1만달러였다. 그러다가 2013년에 이들이 스위스의 유명한 딜러인 이브 부비에에게 7500만~8000만달러에 판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부비에가 러시아의 컬렉터 드미트리 리볼로프레프에게 1억2750만달러에 재판매했다. 리볼로프레프는 나중에 이 거래에 문제를 제기하는 소송을 냈다. 이번 경매에는 리볼로프레프가 내놓은 것인데, 자신이 산 가격보다도 낮은 1억달러의 개런티에 내놓았다. 가격 거품, 소송 분쟁, 심한 훼손으로 인한 6년간의 수복 과정. 이로 인해 생긴 ‘악명’ 때문에 이례적으로 위탁자가 산 가격보다 낮게 나온 것이다.

      하지만 무관심보다는 악명이 낫다. 각종 논란은 오히려 노이즈 마케팅 역할을 했다. 이 그림이 중동이든 아시아든 어느 미술관 또는 어느 회사 로비에 걸린다고 생각해보자. 그림을 보기 위해 전 세계에서 사람들이 어마어마하게 몰려들 것이다. 돈을 얼마를 쓴다 한들 어느 기관이나 개인이 그런 세기의 관심을 받을 수 있을까?

      유명 미술관 전시 통해 진품 공인

      미술 시장에서 아주 좋은 마케팅 방법 중 하나는 권위 있는 장소에서 전시를 해 ‘전시 기록’을 만드는 것이다. 이 그림은 2012년 런던의 국립 미술관인 내셔널갤러리에서 전시되었다. 이로써 레오나르도 다빈치 작품이라는 점은 공인된 것이나 다름없다. 그리고 그 전시 직후인 2013년에 비로소 레오나르도의 이름에 어울리는 가격인 7500만~8000만달러에 거래됐다.

      현대미술 시장에서 작품 가격은 눈에 보이는 것만으로 평가할 수 없다. 작가의 역사적 가치, 희소성, 소장 기록, 전시 기록, 작품에 붙은 사연 등이 가격을 결정하는 요인이다. 거기에 더해 이번 경매는 경매 회사가 마케팅의 힘으로 수많은 논란을 어떻게 극복하고 오히려 이용까지 했는지 잘 보여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