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LY BIZ][Cover Story] 세계시장 도전하는 K패션… 3대 편집숍, 매출 각각 1000억원 기업 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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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17.11.18 03:03

      7개 디자이너 브랜드도 세계시장서 주목 시작
      한국 SPA업계 빅3는 자라 매출액 33분의 1… 아직 걸음마 단계, 장기적 연구·개발 필요

      브랜드

      브릭스(BRICs) 등 신흥국을 제외한다면 한국은 경제 규모 상위 15위권 국가 중 유일하게 세계적인 의류 브랜드가 없다. 산업 전반이 급성장하면서 세계에서 손꼽히는 의류 제조 기술력을 갖추게 됐고 소비자들의 패션 수요도 큰 것을 감안할 때 이례적이라는 게 업계 전문가들 지적이다. 섬유·의류 제조업은 1980년대 초까지만 해도 한국의 수출 중추였지만, 그 역량을 부가가치가 높은 글로벌 패션 분야로 확장하는 데 실패한 것이다. 한국에선 스페인 자라(ZARA)나 일본 유니클로(Uniqlo) 같은 세계적인 SPA 브랜드가 등장할 가능성은 없는 것일까. K팝과 K뷰티에 이어 'K패션'으로 성장할 잠재력을 한국의 신생 SPA 브랜드와 온라인 편집숍, 디자이너 브랜드에서 찾아봤다.

      이랜드·삼성물산·신성통상… 한국형 SPA

      한국 의류 업체들은 2000년대 들어 물밀듯 밀려온 해외 브랜드들 때문에 위기를 맞았다. 2005년 한국에 진출한 유니클로도 업계에 충격을 줬다. 당시만 해도 '비싼 옷이 좋은 옷'이라는 인식이 컸는데 유니클로가 들어온 이후 한국 소비자들도 '가격 대비 성능(가성비)'에 눈뜨기 시작했다. 자라가 2008년 서울 삼성동과 명동에, 스웨덴 H&M이 2010년 명동에 첫 한국 매장을 열었을 때는 한동안 줄을 서서 입장해야 할 정도로 소비자 관심이 집중됐다.

      해외 SPA 브랜드의 한국 매출이 해마다 두 자릿수로 늘어나자 한국 기업들도 반격에 나섰다. 2009년 이랜드가 출시한 스파오, 2012년 선보인 신성통상의 탑텐과 제일모직(현 삼성물산 패션 부문)의 에잇세컨즈 등이 대표적인 한국형 SPA 브랜드다. 이랜드는 미쏘(여성복) 등으로 브랜드를 다각화하고 동남아 의류 제조 공장을 인수할 정도로 SPA 브랜드 육성에 집중하고 있다. 신성통상은 해외 의류 브랜드 제품을 위탁 생산하며 쌓은 기술력과 자체 해외 공장을 기반으로 탑텐을 출시했다. 아직은 국내 한정이지만 한국 SPA 브랜드 중 가장 많은 160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에잇세컨즈는 가수 지드래곤과 함께 디자인한 제품을 출시하고 지난해 중국 상하이에 1호 매장을 여는 등 해외 소비자 공략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하지만 매출이나 매장 수는 물론 해외 진출 등에서도 해외 SPA 브랜드에 많이 뒤처진 상황이다. '한국 SPA 브랜드 빅3(스파오·에잇세컨즈·탑텐)'의 지난해 매출 합산액은 약 7000억원. 같은 기간 SPA 업계 세계 1위인 자라의 매출은 그 33배인 154억유로(약 20조원)였다. 자라·H&M·유니클로의 해외 매장 수는 각각 1000~2000곳 내외이지만, 한국 SPA 브랜드 3사의 해외 매장 수는 총 27곳에 불과하다.

      업계 전문가들은 한국에서 세계적인 의류 브랜드가 나오지 못한 원인으로 근시안적 경영을 꼽는다. 경영자들이 의류 브랜드 수명을 10년 정도로 보고 디자인·소재에 대한 장기적 연구·개발(R&D)을 소홀히 했기 때문이라는 것. 국내 한 의류 관계자는 "유니클로 같은 기업은 원단을 수만장 단위로 구입해 제조 원가를 낮추고, 자라는 디자이너 1700명이 매주 새로운 디자인을 뽑아내는데, 이런 시스템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면서 "열 명도 안 되는 디자인 인력으로 1년 단위로만 제품을 기획하는 한국 브랜드들은 뒤처질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성급하게 결론 낼 일이 아니라는 주장도 있다. 탑텐의 강석균 사업부장(이사)은 "출시 5년 남짓인 한국 SPA 브랜드의 성패를 논하기엔 이르다"며 "유니클로나 자라처럼 자국 시장 기반을 착실히 다진 다음 이를 기반으로 글로벌 시장을 공략해 나간다면 승산이 있다"고 말했다.

      소문 타는 편집숍·디자이너 브랜드

      유행을 신속하게 반영하는 편집숍(여러 브랜드 제품을 모아서 판매하는 유통업체)과 디자이너의 역량을 앞세운 개인 브랜드에서도 'K패션'의 가능성을 엿볼 수 있다. 한류와 온라인 쇼핑의 보편화로 한국 패션에 대한 해외의 관심도 늘고 있기 때문이다. 2000년대 중·후반 설립된 온라인 편집숍인 스타일난다·난닝구·임블리 등은 최근 연 매출 1000억원에 달하는 패션 기업으로 성장했다. 온라인 편집숍들은 해외 소비자를 겨냥해 영어·일본어·중국어 서비스를 지원하고 세계 각국으로 배송도 해준다.

      신진 디자이너들도 주목받고 있다. 세계 최대 세금 환급 대행 업체인 글로벌블루는 에이치에스에이치·준지·제너럴아이디어·블라인드니스·무홍·SJYP·노케 등 7개 브랜드를 '꼭 알아둬야 할 한국 패션 브랜드'로 추천했다. 디자이너가 본인 이름을 걸고 운영하는 브랜드들이다. 제너럴아이디어의 최범석 디자이너는 미국 최대 패션쇼인 뉴욕컬렉션에 10여 차례 참가하며 해외 인지도를 높였다. 정미선 디자이너의 노케는 미국 패션지 보그와 엘르에 실렸다. 정욱준 디자이너가 이끄는 준지는 미국 팝가수 리한나가 팬인 것으로 유명하다.

      전문가들은 K패션이 세계시장에서 자리 잡으려면 인재 영입과 해외 영업 방식 등을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춰야 한다고 조언한다. 소비 시장 분석 업체인 트렌드랩506의 이정민 대표는 "최근 한국 디자이너들이 해외에서 주목받는 것은 디자인·창의성에서 한국 패션 스타일이 세계적 수준으로 올라섰다는 뜻"이라며 "다양한 인재를 영입하고 해외시장에 대한 정보를 더 축적해 브랜드를 해외로 확장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