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se Study] 3억명 中 중산층에 몸 낮춘 '황제酒'… 세계 시가총액 1위 주류업체 '황제株'로

입력 2017.11.18 03:03

화려하게 부활한 마오타이
관료의 접대·뇌물용 술… 반부패 운동으로 타격, 경영 혁신 계기 삼아

화려하게 부활한 마오타이
화려하게 부활한 마오타이
중국의 온라인 쇼핑몰에서 하루에만 우리 돈 43조원 가까운 거래를 발생시킨 소비 축제 '광군제(光棍節)' 직후 첫 증시 개장일인 지난 13일 구이저우마오타이(貴州茅臺) 주가가 상하이증권거래소에서 687.88위안(약 11만5700원)에 마감했다.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업체 알리바바가 전날 발표한 식품 부문 매출 순위에서 2위에 올랐다는 소식이 호재가 됐다. 올 초 주가와 비교하면 2배 이상이다. 마오타이는 부패 척결을 이끈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1인 권력 체제를 굳힌 19차 공산당 전국대표대회(19대) 폐막 이후 21% 상승했다. 상승 폭이 같은 기간 상하이종합지수(1.8%)의 11배가 넘는다.

마오타이 주가는 시진핑이 중국 국가주석으로 취임한 2013년 3월부터 반(反)부패 운동을 시작하자 직격탄을 맞아 2014년 1월 100위안 아래까지 내려갔다. 이후 마오타이의 주가 고공 행진은 실적과 궤를 같이한다. 19대 직후 공시된 마오타이의 올해 3분기 실적 보고서에 따르면 마오타이는 올 들어 9월까지 전년 동기 대비 60% 증가한 424억위안(약 7조원)의 매출을 올렸다. 순이익도 60.3% 증가한 200억위안을 기록했다. 매출과 순이익 모두 이미 작년 전체 규모를 웃돌았다. 올 4월 영국의 디아지오(Diageo)를 제치고 세계 시가총액 1위 주류업체로 등극했다. 거품 논란이 일만도 한데 마오타이 주가가 앞으로 700~800위안대로 더 오를 것이라는 관측(중신증권·HSBC·CICC)이 지배적이다. 외교 만찬은 물론 관료들의 최고 접대 백주(白酒)라 해서 '황제주(酒)'로 통했던 술이 중국 증시에서 주가가 가장 높은 '황제주(株)'로 부활했다.

마오타이 부활의 배경을 찾다 보면 중국 소비와 유통 구조의 변화를 보게 된다. 외부 변화의 스트레스를 체질 개선의 기회로 돌린 경영 혁신이 마오타이 부활의 바탕을 이루고 있다. 국유기업 마오타이의 시가총액(8641억위안)은 마오타이 양조장이 있는 구이저우(貴州)성 지역총생산(GRDP)의 73.6%에 이른다.

1. 소비층 확대

접대주에서 중산층 소비주로

시진핑 정부가 2013년 반부패 운동을 시작할 당시 마오타이 소비층의 30%는 관료였다. 그래서 반부패 운동은 마오타이에 직격탄을 날렸다. 관공서가 마오타이 소비층의 1%로 쪼그라들었다. 2013년 매출과 순이익 증가율은 각각 16.6%와 13.5%로, 전년 대비 절반 이하로 하락했다.

마오타이는 타깃 고객을 바꾸는 것으로 대응했다. 접대와 뇌물로 주로 소비되던 술을 중산층 소비주(酒)로 바꾸는 작업이 진행됐다. 마오타이의 간판 제품인 '페이톈(飛天)'은 소매 가격이 1200위안(약 20만원)으로 고급 백주에 속한다. 마오타이는 40~700위안(약 6700~11만8000원)의 중저가 백주로 라인업을 확대했다. 2015년엔 가정에서 소비 발언권이 커지는 여성을 겨냥한 백주를 선보였다. 흰색 위주이던 병 색깔도 분홍색, 붉은색, 녹색 등으로 다양화했다. 저(低)가격, 저도수, 저용량, 다양한 색상의 '3저(低) 1다(多)' 전략으로 신(新)소비층을 끌어안았다. 고급 소비층도 놓치지 않았다. 2014년에 주문 제작 마케팅 회사를 설립하고 일반 고객을 상대로 맞춤형 백주와 12간지(干支) 주류를 내놓은 게 대표적이다.

대중 마케팅도 강화했다. 마오타이전(鎭·지방행정 단위)에 복합 관광단지를 만들고, 지난해 백주 판매 담당 여행사를 세웠다. 인근 런화이(仁懷) 공항을 마오타이공항으로 개칭해 개통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마오타이의 중저가 브랜드 매출 비중은 2014년 3%에서 지난해 6%로 올라왔다. 2020년까지 10%로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2. 유통망 확대

TV 홈쇼핑과 온라인 결합

마오타이는 8개 대구역에 유통망 책임자를 두는 시스템을 운영해왔다. 이런 유통 체계를 2015년 31개 성(省)과 시(市)로 세분화했다. 일반 소비자를 주 타깃으로 하려면 중국 전역에 깔린 2800여 개 판매점에 대한 밀착 관리가 필수였기 때문이다. 마오타이가 대부분 관료 접대주로 쓰이던 시절엔 관료와 '관시(關係)'가 좋은 일부 대리상만 잘 관리하면 됐지만 상황이 바뀐 것이다.

온라인 쇼핑몰과 TV 홈쇼핑 등으로 유통 채널도 확대했다. 신유통채널을 통해 소비하는 중산층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차이충신(蔡崇信) 알리바바 부회장은 광군제 거래액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배경으로 3억명이 넘는 중산층 소비자를 꼽았다. 마오타이는 이 흐름을 놓치지 않았다. 2013년 알리바바의 온라인 쇼핑몰 텐먀오(天猫·티몰)를 시작으로 징둥(京東) 등 20여 개 온라인 쇼핑몰에 플래그숍을 입점시켰다. 2014년엔 별도로 전자상거래업체를 세웠다. 지난해 8월엔 알리바바와 전략적 협력 관계를 맺었다. 2011년 마오타이 공장을 찾은 마윈(馬雲) 알리바바 회장과의 인연이 계기가 됐다. 빅데이터 처리를 통한 고객 분석 같은 기술 지원까지 받기 시작했다. 티몰에서만 파는 마오타이 브랜드를 내놓기도 했다. 올 들어선 온라인과 오프라인 매장의 브랜드와 물류 공급체인 등을 일체화한 알리바바의 '신유통' 전략을 수용했다. 올해 광군제에서 좋은 성적표를 받은 배경이다.

3. 해외 진출 확대

매출 95% 내수의존에서 탈피

구이저우마오타이 그룹

지난 16일 구이저우 런화이에서 마오타이 해외 대리상 대회가 열렸다. 미국·러시아·일본·호주 등 전 세계 66개 국가, 104개 대리상 대표가 참가한 이 행사에서 위앤런궈(袁仁�) 마오타이 회장은 2020년까지 해외 매출 비중을 10% 이상으로 끌어 올리겠다고 선언했다. 마오타이는 현재 매출의 95%를 내수에 의존하고 있다. 매출의 90% 이상을 해외에서 올리는 디아지오와 대비된다.

마오타이는 점선면(點線面) 순서를 따른 덩샤오핑(鄧小平)의 개혁·개방 전략을 벤치마킹했다. 점(點)은 해외 화교 사회, 선(線)은 일대일로(一帶一路·육해상 실크로드) 국가, 면(面)은 서방의 주류 사회층을 뜻한다. 현재 마오타이 해외 매출의 절반은 아시아에서 나온다. 유럽(26%), 북미(12%)가 뒤를 잇는다.

물론 마오타이 앞에 탄탄대로만 있는 건 아니다. 올해 생산량 계획은 2만6000t인데, 유통되는 양은 20만t으로 추정될 만큼 만연한 짝퉁 마오타이 근절이 가장 큰 숙제다. 짝퉁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2013년엔 중국 후난TV 홈쇼핑업체인 콰이러거우(快樂購)와 함께 마오타이 공장에서 생중계 판매를 하고, 온라인 판매를 하며 알리바바 계열 금융사 앤트파이낸셜의 블록 체인 기술을 활용해 진품의 생산 이력을 확인시켜줄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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