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LY BIZ] "전기차·자율차가 대세라고? 2030년대도 10대 중 8대 내연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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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17.11.18 03:03

      후지모토 다카히로 日 모노즈쿠리경영연구센터장
      美 ICT 발달 눈부셔 자율주행 기술 대약진
      제조업 강한 韓·日에 기회는 충분히 있다

      "자동차 산업에선 '파괴적 혁신' 즉 '전기차·자율주행차 시대가 순식간에 도래해 기존 기반이 무너진다'는 식의 일이 일어나기 어려울 겁니다. (자율주행 플랫폼 등 지구 차원의) '고공 전투'에서는 미국의 완승이지만, (제조 등 현장의) '지상(ground) 전투'에서는 한국·일본이 여전히 강하니까요. 한국·일본에도 기회는 충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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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후지모토 다카히로 일본 모노즈쿠리경영연구센터장(도쿄대 교수)은 “자동차산업에서 일거에 이른바 ‘파괴적 혁신(disruptive innovation)’이 일어날 것이라 생각하는 것은 완전히 환상”이라고 말했다. /최원석 차장
      후지모토 다카히로(藤本隆廣·62) 도쿄대 대학원 경제학연구과 교수는 지난달 19일 도쿄대 혼고(本鄕)캠퍼스의 모노즈쿠리경영연구센터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는 "한국·일본은 그라운드의 강점을 다지면서 동시에 하이 스카이(high sky)와의 연결고리인 '저공' 즉 ITS(Intelligent Transport Systems·지능형 교통 시스템)나 플랫폼·제품 간의 인터페이스(접점) 분야에 집중해야 한다"면서 "현재 IBM·GE·지멘스 등이 로우 스카이(low sky)를 장악하고 있지만, 미쓰비시전기 등 일본의 몇몇 기업도 이 분야에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후지모토 다카히로
      후지모토 교수는 "로우 스카이 쪽에서는 한국 기업이 아직 잘 보이지 않지만, 삼성전자 같은 기업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는 일본보다 (그라운드와 로우 스카이의) 장기적 밸런스가 좋을 수도 있다"면서 "한국이 이런 산업구조를 잘 파악하고 국내외 기업을 연계해 전략적으로 싸운다면 미래에도 얼마든지 이기는 싸움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후지모토 교수는 일본 제조업 경쟁력의 원천으로 꼽히는 '모노즈쿠리(일본식 물건 만들기 철학)'의 개념을 정립해 경영학계에 처음 소개했다. 일본 최고의 자동차 산업 분석가이며 한국 업계와도 오랜 교류가 있다. 2004년 모노즈쿠리경영연구센터를 만들어 지금까지 13년째 센터장을 맡고 있다. 한국어 번역본으로는 '모노즈쿠리'(2006) '모노즈쿠리의 부활'(2016) 등이 있다. 올해 7월 신간 '현장에서 올려다보는 기업전략론'을 일본에서 출간했다.

      자율주행차 세상 몇 십 년 걸려

      ―최근 어떻게 지냈는가.

      "지난 1년간 안식년이었다. 작년 11월부터 올해 8월까지 초반 5개월은 프랑스 리옹대, 후반 5개월은 미국 하버드대에 있으면서 '인더스트리 4.0'이나 사물인터넷(IoT) 등을 연구했고, 유럽·미국 자동차 콘퍼런스에도 많이 참석했다."

      ―미국에서는 어떤 것이 인상적이었나.

      "자동차업계에 정보통신기술(ICT) 발달이 눈부시게 일어나고 있었다. 이 때문에 (실리콘밸리가 있는) 샌프란시스코뿐 아니라 (하버드대가 있는) 보스턴과 (MIT가 있는) 케임브리지도 크게 번성하고 있다. 보스턴·케임브리지에 바이오·ICT뿐 아니라 자동차 관련 혁신 기업들이 속속 생기고 있다. 케임브리지는 거리 풍경이 확확 달라질 정도다. 급여 좋은 샐러리맨들이 늘어나면서 임대료도 엄청 올랐고 고급 레스토랑도 많아졌다."

      ―유럽에서는 어땠나.

      "리옹대 근처에는 하이테크존 거리가 있는데, 이미 미니 버스 모양의 자율주행차들이 전용차로를 달리고 있다."

      ―거리 차량들이 자율주행차로 곧 바뀌는 것인가.

      "자율주행차만 따로 운행하는 정도라면 당장도 가능할 것이다. 그러나 모든 차가 자율주행으로 바뀌는 것은 몇 십 년 뒤에나 가능하지 않을까 싶다. 지금은 기술 자랑 같은 측면이 있다. 절실한 필요에서 출발했으면 한다. 시골에서 노인을 집에서 병원까지 옮겨주는 데는 자율주행차가 필요할 것이다. 일본은 베이비부머들이 80세가 돼도 운전을 하고 있다. 이들이 차 안에서 쓰러지거나 했을 때 어떻게 할 것인가가 문제인데, 이런 부분은 자율주행 기술이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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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왼쪽은 지난달 28일 도쿄모터쇼의 혼다자동차 전시관. 앞에 보이는 자동차는 평소엔 집에 붙어 방처럼 쓰이다가 필요할 때만 떨어져 나와 운송 수단이 된다. 오른쪽은 독일 폴크스바겐이 도쿄모터쇼에 출품한 미니버스 형태의 전기차./최원석 차장
      테슬라 가치 포드 추월은 비정상

      ―테슬라는 어떻게 생각하나.

      "매력적인 계획을 내놓고 있는 것은 틀림없다. 그러나 테슬라 시가총액이 포드를 넘어선다는 것은 정상이 아니다. 캐시 플로가 있는 곳에 주가 상승이 있다는 통상적인 재무 이론이 통하지 않는 상황의 극단이 테슬라인데, '지금부터 급성장할 것이다'는 스토리를 보고 사람들이 주식을 사기 때문일 것이다. 테슬라 연간 생산량은 아직 20만대에 불과하다. (세계 신차 생산량은 연간 9000만~1억대이다.) 게다가 정부 보조금을 잔뜩 받으면서도 아직 엄청난 적자다."

      ―GM·포드가 최근 전기차·자율주행 기술 개발에 집중하면서 다시 주가가 오르고 있다.

      "먼저 생각해볼 것이 있다. 디트로이트와 실리콘밸리가 서로 멀리 떨어져 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같은 미국이라는 점이다. 양쪽 기업이 M&A를 해도 이건 국내 거래다. 엄청난 메리트다. 디트로이트가 혁신을 위해 실리콘밸리 기업을 인수한다든지 하는 일이 자주 일어나고 있다. 일본·한국 기업에 비해 실행 속도가 월등히 빠르다. 특히 자율주행 관련으로 급속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전기차가 2030년 세계 신차 생산의 20%(현재는 0.5%)를 차지할 것이라는 전망이 있다.

      "그 전망이 실현된다 해도 2030년 신차의 80%는 내연기관(가솔린·디젤 등) 엔진을 장착하고 있을 것이라는 얘기다. 따라서 2030년대에 내연기관차가 사라지는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21세기 전반에는 다양한 종류의 하이브리드카·전기차 등이 혼용되는 수준에 머무를 것이다. 전기차 때문에 현대차·도요타가 무너지는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는 얘기다. 만약 현대차가 무너진다면 전략의 실패라든가 다른 경영상 이유 때문이지 전기차 때문은 절대 아닐 것이다."

      현대차, 차세대 기술 약해

      ―현대차가 지금 가장 신경 써야 할 부분은.

      "지금의 일반 자동차 시장에서 지지 않는 게 우선이다. 그리고 차기 경영자가 빠른 의사 결정·실행이라는 정몽구 회장 체제의 장점을 이어받으면서 외부 변화에 빠르게 대응해 나갈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도요타는 물론 창업자 가문이 있지만, 그 곁에 전문경영자들이 잔뜩 있다. 도쿠가와 같은 스타일이다. 주군도 있지만 가신들도 강하다. 그런데 현대차는 정 회장 주변에 전문경영인이 잔뜩 있기는 하지만, 어떤 의미에서 장기판의 말 같은 존재가 대부분인 것 같다. 우수하기는 하지만 스스로 큰 결단을 내리지 못한다. 따라서 회사의 의사 결정 형태를 어떻게 할 것인가가 당면 과제다.

      철저하게 위쪽에서 결정하는 것에 집중한다면 위에 압도적인 사람이 있어야 한다. 닛산이 카를로스 곤을 통해 변화한 것처럼 외부에서 데려오든 내부에서 구하든 강력한 리더를 찾아야 한다. 역으로 스피드가 약간 떨어질 수도 있지만, 강력한 미들 매니저를 육성해 그들에게 권한을 위임하는 방법도 있다. 현대차 내부에 뛰어난 이는 많다고 본다. 이들을 다음 경영자로 키워내는 것인데, 그렇게 하려면 큰 조직 개혁이 필요할 것이다.

      차세대 기술이 약하다는 것도 문제다. 커넥티드카처럼 IT업계와 연결되는 기술뿐 아니라 내연기관을 포함한 파워트레인(엔진·변속기와 모터·배터리 제어) 기술에서도 그렇다. 실리콘밸리 기업이든 삼성전자이든 지금까지 업계에서 보지 못한 파격적인 상대와 연합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