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LY BIZ] '60세 퇴진론', 유능한 경영자 발탁 막는다

    • 장세진 KAIST 경영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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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17.11.18 03:03

      [WEEKLY BIZ Column]
      경제 장관 후보 검증도 정치 성향·도덕성 위주
      경영자 능력 따라 기업 생산성 큰 차이
      조직 효율성 높이고 글로벌 역량 갖춘 CEO가 필요한 시대

      장세진 KAIST 경영대학원 교수
      장세진 KAIST 경영대학원 교수
      최근 삼성전자의 최고경영자(CEO)가 용퇴한 이후 이른바 '60세 퇴진론'이 산업 전반으로 퍼지고 있다. 한편 국회 청문회는 장관 후보자의 역량보다는 정치 성향이나 도덕성 검증 위주로 이루어지고 있다. 두 사례는 한국에서 CEO나 장관의 경영 능력은 별로 중요하지 않거나 대부분 엇비슷할 것이라는 사회 전반의 암묵적 가정이 있음을 보여준다. 그렇지 않고서야 어떻게 개별 경영자의 역량에 대한 평가 없이 60세가 넘어섰다는 이유만으로 물러나라고 할 수 있으며, 국가의 미래를 책임질 장관을 임명할 때 그 후보자의 역량에 대한 논의가 전혀 없을 수 있을까?

      '60세 퇴진론'은 고도성장기 유물

      과연 CEO·장관은 어느 정도 학식과 경륜이 있으면 누가 해도 크게 차이가 없을까. 미국 스탠퍼드대 닉 블룸 교수와 MIT 존 반리넨 교수는 34개국 1만2000개 기업 경영자들의 경영 능력을 3개 항목, 18개 세부 영역으로 구분해 비교 분석했다. 첫째 항목에서는 경영자가 기업 내부의 생산·영업 활동을 효과적으로 통제하고 개선하는가를 평가했다. 둘째 항목에서는 경영자가 종업원에게 적절한 목표를 제시하고 이의 달성 여부를 점검하는가를 측정했다. 셋째 항목에서는 경영자가 인재를 영입하고 유지하며 성과에 따라 승진과 보상을 적절히 했는가를 평가했다.

      이러한 분석에 따르면 경영자의 능력 차이는 국가 간보다 기업 간에 더 컸다. 국가 간의 차이는 40% 정도였던 데 비해 같은 국가 내 기업 간의 차이는 60% 이상이었다. 또한 경영자의 능력은 기업의 성과와 높은 상관관계가 있었다. 경영 능력 상위 10%의 기업은 하위 10%의 기업보다 성장률은 25%, 생산성은 75%나 높게 나타났다. 영업이익도 평균 1500만달러 높았고, 미래의 경쟁력을 가늠할 연구·개발(R&D) 투자와 특허 출원 건수도 10배 이상 높게 나타났다. 이러한 차이는 연구가 시작된 2002년부터 현재까지 거의 변하지 않았다.

      또 자료에 따르면 전체 표본의 11%에 달하는 기업의 경영자 능력은 5점 만점에 평점 2점 이하였다. 이 경영자들은 경영 통제 시스템을 잘 갖추지도 않았고, 직원을 평가하고 승진시키는 잣대도 없이 주먹구구식 경영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더 큰 문제는 대부분의 경영자가 자신이 얼마나 형편없이 경영하고 있는지 모르고 있다는 점이었다. 전체 경영자들에게 100점 만점으로 자신을 평가하라고 했을 때 평균 70점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신이 합격점을 넘어 그럭저럭 경영을 잘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는 의미였다. 그러나 경영자들 자신이 느끼는 경영 능력과 객관적 지표로 평가한 경영 능력 간의 통계적 상관관계는 영(0)이었다. 이는 경영자의 경영 능력은 객관적으로 관찰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한 경영자가 다른 우수한 경영자를 모방·학습하기가 쉽지 않으며, 그 능력의 차이가 장기적으로 지속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이러한 점에서 보면 경영 능력은 기업 경쟁 우위의 가장 큰 원천이며, 유능한 경영자는 그 자체로 희소한 경영 자원인 것이다.

      블룸과 반리넨 두 교수는 기업 간 경영자의 능력 차이가 지속되는 또 한 가지 이유를 지배 구조의 차이에서 찾는다. 이들이 국가·산업·기업 규모별로 나누어 분석한 데이터에 따르면 가족 경영 기업의 경영 능력이 현저히 낮게 평가됐다. 예를 들어 전문 경영인이 경영하는 소유가 분산된 기업의 경영자 능력이 3.11일 때 가족 경영자의 점수는 2.72점이었다. 가족 기업이 장기 투자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경영 능력이 낮게 나타나는 이유는 경영 능력과 관계없이 자손에게 경영권을 승계하고 유능한 전문 경영인을 충분히 활용하지 못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한국 재벌 기업처럼 회장이 절대 권한을 행사하면 유능한 전문 경영인을 영입하더라도 그들의 운신 폭은 좁을 수밖에 없다. 과감한 전략을 새롭게 추진할 수도 없고 회장의 잘못된 의사 결정에도 반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기업 지배 구조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곳이 이사회라면 장관 임명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곳은 국회다. 국회가 경영 능력보다 사회 정서와 정치 정략으로 후보자를 평가하는 이상 효율적으로 정책을 추진할 수 있는 장관을 임명하기는 불가능하다.

      나이·성향보다 경영 능력 중시해야

      최근의 60대 퇴진론과 장관 임명 과정은 한국 경제 전반적으로 경영자의 경영 능력의 중요성을 과소평가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물론 60대 퇴진론은 그간 고도성장기 한국의 기업 경영자들이 경영의 질을 추구하기보다 단순 목표 관리에 치중하여 왔다는 사회적 통념을 반영한다. 그러나 지금처럼 경쟁이 치열해지고 새로운 기술 변혁이 일어나는 시기일수록 단순 목표 관리를 떠나 조직의 효율성을 높이고 글로벌 인재를 유치·활용할 수 있는 높은 경영 능력을 가진 경영자가 필요하다.

      기업이나 국회도 유능한 경영자가 매우 희소한 경영 자원이란 점을 감안하여 나이나 정치 성향을 떠나 개개인의 경영 능력에 대해 더 냉정하게 평가해야 할 때가 됐다. 무엇보다 경영 능력의 중요성에 대한 사회적 공감을 이루고 유능한 경영자를 발탁하는 지배 구조의 개선이 필요하다. CEO나 장관이 누가 되는가에 따라 회사의 운명이 갈리고 국가의 발전이 좌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