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 농업, 필요한 기술은 다 나와 있다 하나의 플랫폼으로 모으는 게 관건

입력 2017.11.04 14:01

친 장 워싱턴주립대학 교수

농업 자동화 전문가 친 장
"내가 처음 '무인 트랙터'를 만든 건 15년 전입니다. 아주 똑똑한 시스템이었어요. 컴퓨터의 지령을 받으면 트랙터가 차고(車庫)를 나가 정해진 밭에 가서 해야 할 일을 하고, 마친 뒤 다시 자기 자리로 되돌아오는 것까지 성공했어요. 그런데 딱 한 가지가 해결이 안 되더군요. 컴퓨터로 '무엇을 하라'고 지령을 내리는 사람이 필요하다는 것. 그리고 진짜 '스마트 농업'은 이 지령에서 출발해야 한다는 것이죠."

농업 자동화 전문가 친 장(Zhang·사진) 워싱턴주립대 생물시스템공학·자동농업과 교수는 이렇게 말하며 웃었다. 그는 대학의 정밀자동농업시스템센터 센터장도 겸하고 있다. 그는 "인류가 꿈꿔 온 정밀 농업의 역사는 더 좋은 수확을 내기 위한 최적의 의사결정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꾸준히 달려왔다"면서 "이르면 20년쯤 뒤에는 의사결정까지 모두 기계가 하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했다.

스마트 정밀 농업은 초기 단계

―'정밀 농업'을 어떻게 정의하나.

"가장 효율적인 방법으로 가장 좋은 수확을 하는 것이다. 사실 정밀 농업이라는 개념은 새롭게 등장한 게 아니다. 농업을 처음으로 시작한 때부터 인류가 변함없이 추구해 온 것이다. 농업은 원래부터 자연의 수많은 불확실성 속에서 최상의 의사결정을 내리기 위해 고군분투해온 산업이었다. 그러므로 정밀 농업은 더 좋은 의사결정, 최적의 수확을 낼 수 있는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도와주는 모든 농업 기술을 활용하는 농업이라고 할 수 있다."

―지금 우리는 어느 정도 단계에 와 있나.

"아직 스마트 농업의 초기 단계에 불과하다. 지금까지 진행된 것은 엄밀히 말하면 농업의 '기계화'다. 자급자족하던 전통 농업에서 자연적으로 해오던 비료 주기, 잡초 뽑기, 병충해 방지 같은 일이 기계화됐다. 엔진의 힘을 빌려 손쉽게 하게 된 것은 맞다. 농경지 안에서 다양한 기술을 동원해 위험 요소를 관리하는 수준까지는 왔다. 그러나 생산성에만 초점을 맞추고 모든 농지에 똑같은 해법을 적용하다 보니 불필요한 자원 낭비가 많이 생겼다. 시시때때로 변하는 농경지의 모든 조건을 작물의 생장에 맞춰 생산성을 높이는 데에는 사람의 손길만큼 정교한 기계가 필요하다. 그렇기에 지금부터는 더 정교한 감지 기술과 분석, 이 모든 기술을 통합하는 기술이 필요해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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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스탠퍼드대 졸업생들이 창업한 농업 스타트업 블루리버테크놀로지가 개발한 자동 살충제 분사 기계. 살충제를 뿌려야 할 작물이나 잡초만 센서로 골라내 그 부분에만 약을 뿌린다. 이 회사는 지난 9월 미국 최대 농기계업체 존디어가 3400억원에 인수했다. /블루리버테크놀로지
―무인 트랙터를 15년 전에 만들 정도로 기술이 발전했는데 왜 아직도 초기 단계인가.

"본래 기술이 나온다고 해서 곧장 자리 잡는 게 아니다. 대단히 오랜 시간이 걸린다. 먼저 기술에 관심을 두고 재빨리 도입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거부감을 갖는 사람들은 최대한 늦게까지 버티기 마련이다. 대중에게 보급할 수 있을 정도로 가격이 내려갈 때까지도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여기에서 끝이 아니다. 사회가 새 기술을 받아들이고 충분한 인프라가 구축되기까지 걸리는 시간이 또 든다. 결국 지금 우리가 활발하게 논의하고 있는 기술들이 제대로 자리 잡아 '스마트한 농업 환경'을 일구기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소요된다는 뜻이다. 미래로 향하는 방향은 분명하다. 더 정밀하고 정교한 기술이 나오고 이를 하나로 통합하기 위한 노력이 계속될 것이다. 그러나 대중적으로 자리 잡을 때까지 어느 정도 시간은 필요하다."

스마트폰처럼 누구나 쓰는 농기계가 목표

―가장 시급한 과제는 뭐라고 생각하나.

"최대한 많은 정보를 확보하는 게 가장 급하다. 기후는 매년 바뀐다. 농업 생산량이 통계학적인 수치를 따른다고 이야기하지만, 사실 사람이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불확실성이 크다. 올해와 작년이 다르고, 옆집 농경지와 내 농경지가 다르다. '법칙'을 만들어 모든 상황에 일률적으로 적용할 수 없는 환경이라는 얘기다. 그렇기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정밀 센서로 전 세계 농지에서 최대한 많은 데이터를 수집해야 한다. 그리고 최대한 많은 데이터를 다양한 환경, 기후와 조합해 좋은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하는 통합 시스템이 필요하다. 분야별 기술이 더 발전해야 할 필요는 없다. GPS나 정보통신(IT), 센싱 기술 등 필요한 기술은 각각 다 나와 있다. 모든 기술과 데이터를 하나의 시스템으로 모아서 가장 좋은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하는 것, 하나의 플랫폼을 만드는 것이 '스마트 농업 시대'를 위해 가장 시급하다."

그가 생각하는 최고의 '스마트 농기계'는 어떤 모습일까. 장 교수는 이렇게 답했다. "지금 스마트폰은 손 안의 컴퓨터죠. 그리고 이걸 사용할 줄 모르는 사람은 별로 없지만, 그 안에 어떤 첨단 기술이 적용돼 있는지 아는 사람은 별로 없지요. 농기계도 이와 같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누가 사용하든 사용자에게 필요한 정보를 실시간으로 수집하고 곧바로 이 정보를 종합해주는 농기계. 마치 스마트폰처럼, 누가 사용하든 어려움이 없지만 그 안에는 모든 첨단 기술이 집약된 모습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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