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원이 기술 경쟁력… 데이터 자원 확보한 MS·아마존·페이스북, 세계 상위 기업 차지

입력 2017.10.21 15:36

[Technology | 기술 발전을 통한 혁신]

국가의 성장은 기술 혁신을 통해 가장 빠른 속도로 이뤄졌다. 신기술을 발빠르게 개발·보급한 국가는 제품 생산성을 높여 시장을 선점했고, 관련 산업까지 발전하면서 막대한 부(富)를 축적했다. 산업 종사자인 국민은 기술 발전의 수혜로 소득(임금)이 올라갔고, 삶의 질이 개선되는 동시에 소비에도 나섰다. 새로운 소비 욕구는 신산업·일자리 창출로 이어져 경제의 선순환 사이클이 만들어졌다. 김경준 딜로이트안진 경영연구원장은 "(정부와 기업이) 미래 기술의 방향을 제대로 잡아야 국가가 성장하고 사회도 안정된다"고 말했다.

증기기관·전기가 대량생산 시대 열어

18세기 영국에선 면직물 공업이 발달했다. 당시 리처드 아크라이트는 '수력 방직기'를 발명해 사람 대신 물의 힘을 빌려 옷감을 짤 수 있게 했다. 하지만 물살이 센 곳에서만 수력 방직기를 돌릴 수 있어 아무 데나 공장을 세울 수 없었다. 제임스 와트가 발명한 증기기관은 물을 끓여 만든 수증기로 기계를 움직였다. 공장을 세울 때 입지를 고려할 필요가 없었다. 증기기관은 가내수공업을 대량생산이 가능한 공장(기계) 기반 제조업으로 업그레이드시켰다. 증기기관이 널리 활용되자 연료인 석탄이 많이 필요하게 됐고, 공장이 늘면서 기계에 들어가는 철 수요도 늘었다. 철을 가공하는 제철 공업이 발전하는 계기가 된 것이다. 영국은 이후 19세기에 증기기관을 활용한 상업용 철도를 개통해 경제활동의 영역을 도시 단위에서 국가 단위로 확장했다.

19세기 미국은 알렉산더 그레이엄 벨이 발명한 전화기와 발명왕 토머스 에디슨이 개발한 백열전구로 '전기의 시대'를 열었다. 전화기는 글자뿐 아니라 음성으로 장거리 커뮤니케이션을 가능하게 했다. 백열등은 전기를 생산하는 발전기와 전력 산업의 발달을 이끌었다. 증기기관·전기를 통한 산업혁명이 일어나자 영국과 미국에는 도시마다 공장이 생겨났다. 공장을 돌려 큰 돈을 버는 자본가들이 등장하는가 하면 농민들은 도시로 이주해 공장의 근로자로 일하게 됐다. 홍성주 SK하이닉스 미래기술연구원장은 "중세와 근세에는 도시 단위로 정보와 기술이 축적·공유됐다"면서 "오늘날에는 인터넷을 중심으로 기술 혁명이 가속화되면서 전 세계 단위로 정보와 기술이 공유·축적되고 있다"고 말했다.

디지털 시대 패권은 데이터 활용에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지난 5월 '세계에서 가장 가치 있는 자원은 더 이상 석유가 아니라 데이터이다'라는 제목의 기사를 실었다. 이 기사에서 "더 많은 데이터를 확보한 기업이 소비자를 더 잘 유혹할 제품을 만들 수 있다"고 했다. 정교한 빅데이터(대용량 데이터) 분석으로 산업 트렌드를 꿰뚫는 기업만이 디지털 시대 경쟁에서 생존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이한주 베스핀글로벌 대표는 "오늘날 세계 시가총액 상위 기업인 애플, 알파벳,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페이스북은 데이터를 가장 많이 보유한 회사라는 공통점이 있다"면서 "GM, 월마트 같은 전통 기업들도 데이터 확보 경쟁에 뛰어들기 위해 디지털 전환을 시도하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한국은 아직까지 해외에 비해 데이터 활용을 장려하기보다는 규제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호수 SK텔레콤 사장은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이 인공지능(AI)이며, AI의 제대로 된 가치는 빅데이터를 통해 나온다"면서 "현재 국내시장의 불명확한 규제 때문에 해외 글로벌 기업에 맞서는 경쟁력이 떨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데이터 전쟁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해서는 정부가 법과 제도를 정비해 산업 활성화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것이다.

산업계는 오는 2019년 한국이 세계 최초로 5G(세대) 통신 상용화에 성공하면 글로벌 데이터 산업의 주도권 장악 기회가 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5G 통신은 2기가바이트짜리 영화 한 편을 0.8초 안에 무선 다운로드할 수 있는 속도이다. 손동연 두산인프라코어 사장은 "모든 사람과 사물이 연결되는 세상에서 빠른 통신 속도는 매우 중요하다"면서 "한국이 미국, 일본과 비교해 통신 인프라에서 우위를 갖고 있는 만큼 5G 시대에서도 더 많은 사업 기회가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이호수 사장은 "디지털 네이티브(디지털 기기를 자유자재로 쓰는 사람)의 기술력·창의력을 배양하고 AI·로봇이 대체할 수 없는 감성적·사회적 지능의 전문가를 양성해야 할 때"라고 제언했다. 또 "4차 산업혁명 시대는 산업 구조가 복잡해져 단일 기업이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한국도 독일과 일본처럼 대·중소기업 협업 생태계 구축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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