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된 브랜드까지 버리고 부활… 스카이라크그룹, 역대 최고 수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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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17.09.30 08:00

      [저성장 돌파한 日本 기업] (5) 외식업체 스카이라크

      1970년대 고도성장기의 일본에서 주말에 자동차를 이용한 가족 외식이 중산층 문화로 자리 잡았다. 당시 햄버그스테이크·오므라이스로 대표되는 양식당 외식을 주도한 것이 바로 패밀리 레스토랑 체인 스카이라크였다. 그러나 스카이라크는 일본 경제 버블(거품)이 붕괴된 뒤 대응을 못 해 2000년대 중반 위기에 봉착했다. 하지만, 최근 2년 연속 역대 최고 수익을 경신하면서 화려하게 복귀했다. 고도성장기의 상징 중 하나였던 '스카이라크그룹'이 어떻게 재기에 성공했을까. 경기 침체와 경쟁 심화 등으로 쇠락의 길을 걷고 있는 국내 패밀리 레스토랑 업계의 위기 탈출 방법을 스카이라크 사례에서 찾아봤다.

      [저성장 돌파한 日本 기업] (5) 외식업체 스카이라크
      일본 고도성장기, 교외에서 가족이 외식하는 레스토랑 체인으로 유명했던 ‘스카이라크’(왼쪽). 경제 버블 붕괴 이후에는 ‘가스토’로 브랜드를 바꾸고 도심 수요 특성에 맞게 카페·레스토랑, 스테이크 전문, 테이크아웃 전문 등으로 세분화한 뒤 도심에 진출했다. / 소네트블로그 등
      수요 침체기에 사업 확장하다 대실패

      스카이라크그룹은 1970년 햄버그스테이크로 대표되는 양식 패밀리 레스토랑 스카이라크 1호점을 시작으로 일본 최초의 교외형 패밀리 레스토랑 체인을 선보였다. 1986년에는 맥도널드에 이어 일본 외식업계 2위에 오를 만큼 빠르게 성장했다.

      [저성장 돌파한 日本 기업] (5) 외식업체 스카이라크
      하지만 잘나가던 스카이라크도 일본 경제의 버블붕괴·디플레이션(물가하락에 따른 경기침체) 파도를 넘기엔 역부족이었다. 일본의 연간 외식산업 규모는 1997년 29조엔으로 정점에 달했는데, 이때까지만 해도 스카이라크그룹 같은 패밀리 레스토랑, 맥도널드 같은 패스트푸드 체인, 요로노타키(養老の瀧) 같은 선술집 프랜차이즈 등이 확장세를 이어가면서 외식 버블이라 불릴 정도였다. 하지만 경제 버블 붕괴로 땅값이 하락해 임대료가 싸지면서 시내외를 막론하고 중소형 체인점 출점이 가속화됐다. 스카이라크그룹 전체 매출의 12%를 차지했던 '조나산'의 타격이 컸다. 조나산은 커피와 간단한 식사가 가능한 체인점인데, 커피 체인점들까지 간단한 식사 메뉴를 내놓으면서 고객 확보 경쟁이 심화됐고 조나산의 수익성도 악화됐다.

      [저성장 돌파한 日本 기업] (5) 외식업체 스카이라크
      2011년 외식산업 규모는 23조엔으로 축소됐다. 수익성을 좌우하는 객단가(고객 1인당 매장 내 소비액)도 2013년까지 계속 하락했다. 스카이라크그룹도 예외는 아니었다. 2004년까지는 영업이익 200억엔대를 지키며 선방했으나 이듬해인 2005년에 바로 100억엔대로 하락했다.

      그룹 실적이 악화되자 창업가 일족인 요코가와 사와무(1937년~)는 2006년 회장으로 복귀해 무리하게 사업을 확장했는데, 이것이 결국 위기를 불러왔다. 요코가와 회장은 버블이 한창이던 1988년 발표했다가 무산된 '스카이라크 연매출 1조엔 구상'을 다시 꺼내 들었다. 이를 달성하기 위한 방법으로 점포 확장과 인수합병(M&A), 해외 진출을 제시했지만 대부분 실패로 끝났다.

      무리한 점포 확장은 그룹 전체를 위기로 몰아넣었다. 전체 점포수는 2005년 3200개에서 2006년 4400개로 급증했다. 매출은 2007년 4000억엔을 넘어섰지만, 영업이익은 2006년 165억엔에서 2007년 24억엔으로 급감했고, 2008년에는 12억엔 영업 적자를 기록하기에 이르렀다. 더구나 '사이제리야' '로열호스트' 같은 경쟁 업체들이 단가를 낮추거나 같은 값에 품질을 높이는 식으로 충성 고객을 유지한 반면, 스카이라크그룹의 대표 패밀리 레스토랑 체인인 '스카이라크'는 획기적인 품질 향상 없이 음식값을 높였다가 고객 이탈을 자초했다. 결국 2008년 주총에서 창업주 일가가 모두 해임되고 다니 마코토(1951년~) 사장이 취임했다. 일본 프랜차이즈연구소 구로카와 다카히코 대표는 "철저한 비용 절감과 서비스 개선 노력 없이 무리하게 매출 목표만 놓게 잡았다가 참사를 겪은 것"이라고 평가했다.

      점포 줄이고 도심 공략해 적자 탈출

      다니 사장 취임 후 스카이라크그룹은 전략을 완전히 바꿨다. 기존 컴퍼니제를 폐지해 제살깎기 현상을 억제하였다. 당시 스카이라크·가스토·바미얀·조나산 등을 포함 10여 개 브랜드가 컴퍼니제로 운영됐는데, 이들 브랜드는 해당 컴퍼니가 출점 결정부터 점포 영업, 물류까지 모두 독자적으로 운영했다. 이 제도는 성장기 실적 상승에는 큰 도움이 됐으나, 정체기에 경쟁이 심해지자 그룹 내 다른 브랜드가 입점한 상권까지 서로 무분별하게 출점하면서 출혈경쟁으로 이어졌다.

      다니 사장은 또 개선이 어려운 브랜드를 과감히 정리했다. 2009년엔 스카이라크그룹의 첫 패밀리레스토랑 브랜드인 스카이라크도 "브랜드 가치가 무너졌다"며 폐기했다. 스카이라크 점포 수는 1993년 최대치인 730곳까지 확대됐지만, 2008년 이후 가스토 등으로 대체됐고, 2009년 10월 완전히 사라졌다.

      2006년 4400개였던 스카이라크그룹 전체 점포 수는 2011년 2968개로 5년 만에 33%나 축소됐다. 매출액은 10%가량 줄었지만 2008년 12억엔 영업적자에서 2009년 100억엔의 영업이익으로 흑자 전환하며 위기를 극복해냈다.

      한편 스카이라크그룹은 전철역 중심의 도심 상권에 적극 진출해 새로운 성장 기반을 마련했다. 2016년 기준 그룹 매출의 43%를 차지한 대표 브랜드인 교외형 패밀리 레스토랑 가스토도 다니 사장 취임 이후 도심형 매장을 적극적으로 내기 시작했다. 2015년에는 '차완' '유메안식당' '이로도리와사이 미와미' 같은 신규 브랜드를 개발하여 도심 상권 진출을 확대했다.

      식재료 고급화하고 브랜드도 다양화

      스카이라크그룹이 위기에서 완전히 벗어나려면 '외식 디플레(가격 하락)'도 극복해야 했다. 외식 디플레란, 버블 붕괴 후 소비자들이 싼 것만 찾으면서 가격 경쟁이 과열돼 수익성이 악화되는 것을 뜻한다. 또 편의점·백화점·수퍼마켓 등의 도시락·반찬 판매 서비스와도 경쟁해야 하는 이중고를 넘어야 했다.

      도심 상권에서의 성공을 위해선 다양한 고객 수요에 대응하면서도 객단가를 높이는 전략이 필요했다. 이를 위해 도입된 것이 상품 차별화 전략이었다. 송이버섯, 히로시마산 생굴, 홋카이도산 가리비 등 일본인들이 흔히 접할 수 없는 제철 식재료를 기간 한정으로 제공했다. 현재 스카이라크그룹은 1인당 500~1500엔의 다양한 특산품 메뉴를 구성해 고객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고객층에 맞춘 세밀한 브랜드 포트폴리오 전략도 객단가와 수익성을 높이는데 공헌했다. 커피와 빵·케이크 전문점 '무사시노모리커피', 맛있는 음식을 조금씩 먹고 싶어 하는 여성 니즈에 맞춘 캐주얼 카페인 '차완'은 객단가가 1000엔 이상이다. 유메안식당은 전철역·도심에서 간단히 이용하는 일식당인데 평균 객단가가 600엔 전후다. 스카이라크그룹은 2013년 11월부터 2016년 3월까지 29개월 연속 모든 체인점 객단가 상승이라는 놀라운 기록을 달성했다. 매출은 2012년 3297억엔에서 2016년 3545억엔으로 7.5% 증가한 데 비해 영업이익은 같은 기간 173억엔에서 312억엔으로 80%나 상승했다.

      빅데이터 분석해 재방문율 높여

      스카이라크그룹의 부활 배경에는 데이터 경영도 큰 역할을 했다. 주역은 2014년 마케팅본부 내에 만들어진 데이터 분석 전문팀 '인사이트전략그룹'과 '업태개발전문팀'이었다. 이들은 고객 빅데이터를 분석해 지역별 최적 브랜드를 발굴했고, 최적의 점포 설계·디자인, 마케팅, 메뉴 개발에 큰 도움을 줬다.

      브랜드 포트폴리오 전략을 제대로 세우는 데도 두 팀의 활약이 컸다. 특히 연간 10억건에 달하는 방대한 고객 데이터를 마케팅에 활용해 효과를 봤다. 2017년 2월 현재 890만건의 다운로드를 기록하고 있는 가스토 앱을 통한 마케팅은 기존 휴대폰 메일을 통한 마케팅보다 효과가 90배인 것으로 평가됐다. 실제로 2014년 상반기의 전년 대비 광고비는 3억엔 줄었지만, 발길을 끊었던 고객 중 30%의 재방문을 앱 마케팅을 통해 이끌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