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연임 메르켈 독일 총리의 5가지 과제

    • 클레멘스 퓌스트 독일 경제연구소 lfo 소장

입력 2017.09.30 16:17

[WEEKLY BIZ Column]

클레멘스 퓌스트 독일 경제연구소 lfo 소장
클레멘스 퓌스트 독일 경제연구소 lfo 소장
① 갈지자 디지털 정책 중심 잡을 필요
② 수년 내 노동력 부족 정년 연장 등 대처를
③ 재분배 희생해도 세율 인하 정책 필요
④ 비용 대비 효율 개선 기후변화 정책 내야
⑤ 유럽 단일시장 통합 강화하는 쪽이 이득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4연임에 성공했다. 메르켈 총리의 새 정부가 직면한 경제 과제는 디지털·자동화, 인구 변화, 세계화, 기후변화, 유럽 통합 등 크게 다섯 가지다.

우선 디지털 경제다. 독일의 관련 정책은 그동안 갈지자 행보를 보였다. 광통신망 확장 등 사업에 열을 올리다가도, 우버나 에어비앤비 같은 공유경제 기업처럼 전통적인 법규가 적용되지 않는 새로운 사업 모델이 빠르게 성장하면 겁을 먹곤 했다. 하지만 정부가 사람들의 반응에 일일이 장단을 맞춰 정책을 입안해야 할 필요는 없다. 사람들은 광통신 네트워크를 전국적으로 깔기 원하겠지만, 가장 필요한 지역에 선별적으로 통신망을 구축하는 것보다 비효율적이고 돈도 많이 든다. 사람들은 자동화가 일자리 감소로 이어질 것으로 우려하며, 로봇 도입에 세금을 부과하는 로봇세(稅)나 보편적 기본소득(universal basic income)을 도입해야 한다고 계속 요구할 것이다. 하지만 이런 요구에 맞춰 정책을 짜는 것은 엄청난 실수다. 독일 경제에 새롭게 닥친 과제를 정면으로 돌파하지 않는 미봉책일 뿐이다. 앞으로 독일 정부가 추진해야 할 정책은 모든 근로자가 미래 노동시장 환경에 필요한 직업 교육을 받도록 지원하는 것이다. 성장과 민간 투자를 저해하지 않는 합리적인 수준에서 규제를 마련하는 데 정책의 초점을 맞춰야 한다.

기업 투자·혁신 부추기는 조세 개혁

둘째로, 독일 사회는 앞으로 수년 안에 노동력 부족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 고령화로 노동 가능 인구가 감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책 입안자들은 숙련 노동자들이 급감하는 사태를 걱정하기 바쁜데, 이는 기우에 불과하다. 1900년 독일 노동인구의 38%를 차지했던 농업인구는 2000년 2%로 줄었지만, 이 같은 농업의 기계화·자동화가 대량 실업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인구 변화는 사회 안전망을 포함한 공공 재정의 고갈로 이어질 텐데, 이게 더 큰 문제다. 그런데도 최근 치러진 선거전에서 독일의 주요 정당들은 정년을 70세로 연장하는 선택을 배제했다. 물론 공적연금제도를 지탱하기 위해 정년을 인상하는 방안에 일부 계층이 반발할 수 있다. 간호사나 육체 노동자는 법정 퇴직연령까지 현역으로 근무하기 어렵기도 하다. 그러나 이런 세부적인 부분은 연금 제도가 아닌 임금 인상과 민간 보험으로 해결해야 한다.

세계화도 독일 정부에 닥친 과제 중 하나다. 독일 사회가 이미 수십년에 걸쳐 경험해 왔듯 세계화는 국경 간 무역·자본·정보 이동은 물론이고 인구 이동까지 촉진한다. 유럽연합(EU) 소속국으로 움직여야 하는 독일 정부는 정책 운신의 폭이 줄어드는 상황을 한층 더 체감하고 있다.

국경 간 이동이 자유로워지면서 국가 간 경쟁은 더 치열해졌다. 독일 정부는 국가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세제를 개편해야만 한다. 세계화는 국가 간 세율 경쟁을 촉발할 수밖에 없다. 최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행정부가 부유세를 폐지하고 법인세를 큰 폭으로 내리겠다고 밝혔고, 스웨덴·영국·미국 정부도 세금 인하 계획을 발표한 상태다. 조세 정책을 바탕으로 한 소득 재분배 효과를 다소 희생하더라도 세율을 낮추고, 고숙련·고학력 외국인 노동자의 이민을 정부 차원에서 장려해야 한다. 더 많은 기업과 투자를 유치하고 독일 내 고소득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해서다. 디지털 산업 등 조세 회피가 발생할 가능성이 큰 일부 산업을 제외하고 기업들의 투자와 혁신을 촉진하는 방향으로 과세 제도를 손봐야 한다. 또 복지의 과실만 따먹으려는 목적의 역내(域內) 이민을 제한하기 위해 다른 EU 회원국들과 협력해야 한다.

독일이 유로화 개혁 주도해야

기후변화는 세계화의 한 단면이다. 이 문제는 독일 정부 혼자 해결할 수 없다. 다른 유럽 국가들과 협력해 기후변화 협정을 지속적으로 추진하는 한편, 국내적으로도 기후변화에 따른 문제점을 완화하기 위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지금처럼 탄소 배출 감소에만 초점을 맞춘 정책보다는 비용 대비 효율을 개선하는 방안을 고안해야 기후변화 문제에 대한 사회적인 공감대를 구축할 수 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2030년까지 내연 엔진을 금지하는 식의 정책은 역효과를 낼 가능성이 크다. 파리기후변화협약 같은 국제 협약에 근거해 도로 교통에 대한 탄소배출계량제를 도입하는 편이 비용 면에서 더 현명한 접근법이다.

마지막으로 서로에게 실익이 되는 대(對)유럽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위기를 극복하고, 유럽 단일 시장 통합을 강화하고, 안보 협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도 독일 정부에는 EU와의 공조가 중요하다. 합동 무기 조달이나 긴밀한 군사 협력은 EU 각국의 방위비 부담을 줄이는 효과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 유럽통화동맹(유로존·유로화를 사용하는 19개 EU 회원국) 역시 개혁이 시급하다. 또 다른 금융 위기가 닥치기 전에 독일 정부가 먼저 나서서 유럽 은행들의 국채 보유액을 줄이도록 만들어야 한다. 유로존 내 회원국의 과중한 부채는 다른 유로존 회원국 납세자들의 피해로 돌아간다. 빚에 대한 책임을 납세자가 아닌 민간 채권자들이 떠안는 구조로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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