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위안만 입금해도 OK" 中 금융 소외계층을 거대한 소비자층으로 키웠다

입력 2017.09.15 16:18

[Foreign Book Review] 中 앤트파이낸셜의 글로벌 금융기업 성장記

앤트파이낸셜 책 사진
앤트파이낸셜 책 사진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회사 알리바바는 아시아 시가총액 1위 기업 자리를 놓고 텐센트와 다투고 있다. 알리바바는 성공한 스타트업을 상징하는 유니콘(기업 가치 10억달러 이상 비상장기업)을 계열사로 두고 있다. 개미 금융 서비스란 뜻의 사명을 가진 핀테크 기업 앤트파이낸셜(마이진푸·螞蟻金服)이 주인공이다. IT 전문 매체 테크크런치에 따르면 8월 22일 기준 앤트파이낸셜의 기업 가치는 600억달러. 비상장 기업인 유니콘 가운데 미국 우버(625억달러)에 이어 세계 2위다. 핀테크 분야에선 세계 최대 유니콘이다.

앤트파이낸셜은 알리바바가 스타트업을 인수해 키운 기업이 아니다. 이 회사는 공식적으로는 2014년 설립됐지만, 원래 2004년에 알리바바가 시작한 온라인 결제 서비스 알리페이(즈푸바오·支付寶)가 모태다. 앤트파이낸셜의 탄생과 글로벌 금융기업으로 향하는 과정을 담은 책이 최근 중국에 소개됐다. '마이진푸: 핀테크 유니콘의 굴기'(2017년 4월, 유시〈由曦〉, 중신출판)는 중국 핀테크의 성장사이기도 하다. 금융이 낙후된 중국에서 알리바바가 인터넷 금융으로 혁신을 선도해왔기 때문이다.

지불 결제 수단에서 금융 서비스로 진화

경제기자 출신 작가인 저자는 알리페이가 3년 단위로 진화를 거듭했다고 설명한다. 우선 첫 3년간(2004~2006년) 온라인 쇼핑몰인 타오바오왕(淘寶網) 같은 알리바바 계열 플랫폼의 결제 수단으로 자리 잡았고, 이후 3년(2007~2009년)은 다른 전자상거래 업체의 결제 수단으로도 개방됐다. 전기요금 등 공공요금 수납도 알리페이를 통해 이뤄지기 시작했다. 다음 3년(2010~2012년)은 알리페이가 모바일화하는 단계다.

알리페이 계좌의 자투리 돈으로 가입하는 MMF(머니마켓펀드) 위어바오(餘額寶) 등 금융 서비스 제공이 이후 3년(2013~2015년)의 과정을 지배했다. 위어바오가 출시된 2013년을 중국에선 인터넷 금융의 원년으로 부른다. 이후 모방 금융상품이 줄을 이었다. 세계 최대 MMF로 성장하면서 기존 제도권 금융을 위협했지만 1위안으로도 재테크 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해 금융 소외 계층을 줄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위어바오는 알리페이가 지불 결제 수단을 넘어 재테크, 소비자금융, 보험 등의 영역으로 확장하는 발판을 마련했다. 그 과정에서 마윈 알리바바 회장의 긴 시야와 용기가 핵심 역할을 했다. 2013년 2월 전략회의에서 마 회장은 "금융을 하는 건 돈을 벌기 위해서가 아니다. 10년 심지어 20년 뒤 중국에서 더욱 개방적이고 투명한 금융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서다. 만일 감옥에 가야 한다면 내가 간다"고 선언했다. 2016년을 기점으로 한 5번째 3년은 ①세계로 나가고 ②신용 시스템을 구축하고 ③영세 기업을 위한 종합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집중하는 시기가 될 것이라고 저자는 예측한다.

앤트파이낸셜의 진화
말레이시아 편의점에서 한 고객이 스마트폰을 들고 알리페이로 결제하는 모습.
앤트파이낸셜은 지난 7월 24일 말레이시아 은행인 CIMB 계열 카드회사 TNG와 합작사를 만들어 모바일 결제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해외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사진은 말레이시아 편의점에서 한 고객이 스마트폰을 들고 알리페이로 결제하는 모습./앤트파이낸셜

입금 확인 후 물건 배송… 신뢰 확보

알리페이는 C2C(개인 대 개인) 온라인 쇼핑몰 타오바오의 안착을 도운 일등 공신이다. 미국 페이팔의 짝퉁으로 폄하되기도 하지만 페이팔 모델은 중국에서 통하지 않았다. 모르는 사람에 대한 불신이 심했기 때문이다. 실제 돈을 받고 물건을 건네지 않은 사기도 발생했다. 타오바오 초기 거래가 대부분 같은 지역에 사는 매매자들끼리 이뤄진 것은 이 때문이다. 그래서 온라인에서 주문하고 오프라인에서 대면한 뒤 거래를 끝냈다.

알리바바는 지역 장벽을 넘기 위해 페이팔도 연구하고, 텐센트 Q통화처럼 타오바오 통화도 검토했지만 해결책이 되지 못했다. 알리바바의 B2B(기업 대 기업) 플랫폼에서 시도했다가 먹히지 않은 모델이 대안으로 떠올랐다. 구매자가 입금한 돈이 타오바오의 은행 계좌로 들어가면, 판매자는 이 사실을 통지받고 물건을 보낸다. 구매자가 물건을 확인하면 타오바오는 그때야 판매자에게 돈을 보낸다. 타오바오가 거래를 보증하는 작은 혁신을 추가함으로써 매매 쌍방의 불신을 해소했다. 물류 등이 복잡한 B2B 거래에선 적용하기 힘든 결제 모델이었지만 이번엔 통했다.

알리페이는 거래의 본질인 신뢰를 제공했다. 마윈 회장은 상호 신뢰를 "인류가 개발하지 못한 최대의 재부(財富)"라고 했다. 제품 측면에서 알리페이는 중대한 혁신은 아니다. 거래 흐름을 개선한 미세 변화가 중국 전자상거래의 새로운 시대를 열었다고 저자는 평가한다. 작은 혁신은 고객과의 대화 과정에서 이뤄졌다. 특정 개인의 영감이 아니고 타오바오에 있던 모든 사람의 토론에서 알리페이가 탄생했다는 것이다.

징셴둥 앤트파이낸셜 CEO
징셴둥 앤트파이낸셜 CEO

징셴둥(井賢棟·45)

1972년 중국 안후이성 출생

1994년 상하이교통대 관리학원 졸업

2004년 광저우 펩시콜라 최고재무책임자(CFO)

2009년 알리페이 최고재무책임자(CFO)

2016년 앤트파이낸셜 최고경영자(CE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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