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사내 유보금 쌓는 저성장 기업 사라

    • 사와카미 아쓰토 사와카미투자신탁 회장

입력 2017.09.15 16:23

[On the Money]

사와카미 아쓰토 사와카미투자신탁 회장
사와카미 아쓰토 사와카미투자신탁 회장
주식 투자의 기본은 기업의 잠재력을 파악하는 것이다. 현재 주가가 기업의 성장 가능성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고 있을 때 1초라도 빨리 사들이는 것이 핵심이다. 주가는 보통 눈앞의 호재와 악재에 반응해 하루에도 수십 번씩 급등락을 반복한다. 그러나 긴 안목에서 10~20년치 주가 그래프를 살펴보면 성장하는 기업의 주가는 반드시 우상향 그래프를 그린다. 주가는 기업의 실적과 반드시 연동한다.

많은 투자자가 기업의 미래 성장 가능성을 예측해 투자 판단을 내리고 싶어한다. 그러다 보니 기업의 분기 예상 실적이 상향 조정되면 많은 투자자가 더 많은 주식을 사들이곤 한다. 그러나 이렇게 단기 실적 전망에 반응하는 것은 '단타'로 벌어 먹고사는 딜러들만 귀를 기울여야 할 정보다. 단기 실적 전망에 따라 가격이 일시적으로 급락했다면 그것은 오히려 매수 기회다. 장기 투자자는 이러한 정보를 완전히 무시한다. 분기 전망만으로는 아무것도 예측할 수 없기 때문이다. 분기 전망 수준의 정보는 이미 가격에 반영됐다고 보는 편이 좋다.

고성장 실적은 주가에 이미 반영

장기 투자의 첫걸음은 기업의 장기 성장 가능성을 제대로 파악할 수 있도록 기업의 수익·재무 구조를 철저하게 파헤치는 것이다. 그렇다면 기업의 장기 성장 잠재력은 어떻게 가늠할 수 있을까. 우선, 질문을 하나 던져보자. "투자하고 싶은 기업의 이익은 5~10년 후 얼마나 늘어날까." 장기 투자 대상을 찾으려면 이 질문의 대답을 찾아야 한다. 물론 간단한 일이 아니다.

투자 대상을 물색하다 보면 최근 고속 성장을 구가하는 기업이 머릿속에 먼저 떠오르곤 한다. 덩치가 빠르게 커지는 기업이라 미래 이익도 그만큼 늘어날 것이라고 예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이렇게 투자 대상을 고르는 것은 분기 실적으로 주가를 예측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고성장 기업이라 할지라도 시장 참가자 누구나 비슷한 기대를 내비치고 있으면 그것은 주식 시장에선 '모두가 아는 사실(衆知)'에 불과하다. 기업이 화려한 신제품을 출시했다든지, 주력 제품의 매출이 폭발적이라는 정보 또한 마찬가지다. 주가는 이러한 정보를 빠르게 반영한다.

이는 주가가 선행성을 띠는 특징이 있기 때문이다. 주가는 경기 동향과 기업 실적을 최소 반년에서 1년 정도 먼저 반영한다. 따라서 주가를 끌어올릴 만한 좋은 재료는 모두 가격에 이미 반영됐다고 보는 편이 좋다.

꾸준히 이익 내는 묻힌 기업 찾아야

그래서 장기 투자를 하려면 발상을 바꿔야 한다. 주식시장에서 화제가 되지 않는 무미건조한 기업을 골라야 한다. 이익 증가율이 0%에 가까워 고속 성장과는 거리가 먼 기업일수록 좋다. 한 가지 조건이 있다면 무미건조하더라도 '생활 속에서 없어서는 안 되는 기업'이어야 한다. 이런 기업은 보통 세전(稅前) 이익률이 7% 정도인데 이 중 3% 정도는 세금으로, 2%는 배당금으로 지급하고 나머지 2%를 사내 유보금으로 쌓는다. 100원을 벌면 2원을 이익잉여금으로 쌓는 셈이다.

장기 투자를 하려면 이렇게 일정 수준의 이익잉여금을 매년 축적하는 기업을 몇 군데 골라내야 한다. 이렇게 착실하게 투자 가치를 조금씩 늘려가는 기업은 이익 증가율이 0%라 할지라도 언젠가 반드시 재평가를 받기 때문이다.

물론 무미건조한 기업의 실적을 고성장 기업의 실적과 비교하다 보면 실망감을 느낄 수도 있다. 그러나 무미건조하면서도 착실하게 실적을 쌓는 기업에 투자해야 폭락장에서도 안정감을 가질 수 있다. 몇 번의 폭락 장세에서 굳건한 마음으로 이 기업들의 주식을 모아두다 보면 반드시 좋은 가격에 팔 기회가 온다. 그래야 더 많은 이익을 거둘 수 있다. 이것이 장기 투자의 기본 법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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