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韓·美 FTA 개정협상 위해 美의회·업계를 友軍 만들어라

    • 최석영 서울대 국제대학원 객원교수·전 한미 FTA 교섭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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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17.09.02 08:00

      [WEEKLY BIZ Column]
      자유무역협정 지지하는 美의회와 보조 맞추고, 중간선거 등 정치일정도 주시를

      지난 8월 22일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공동위원회 특별 회기가 서울에서 열렸다. 달리 합의가 없으면 회의 소집 요청 후 30일 내 피요청국에서 열리는 규정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워싱턴 개최를 주장하며 기선 제압에 나섰다. 서울 개최 관철로 선방했으나 첫 대면은 팽팽한 긴장으로 일관했다. 미국은 한·미 FTA가 무역 적자의 원인이라는 점과 불이행 사례를 지적하면서 협정 개정을 요구했다. 우리는 협정의 성과 분석과 평가가 선행되어야 한다고 맞섰다. 합의는 없었지만 협상은 사실상 개시된 것이다.

      상대에게 양보 강요하는 트럼프

      최석영 서울대 국제대학원 객원교수·전 한미 FTA 교섭 대표
      최석영 서울대 국제대학원 객원교수·전 한미 FTA 교섭 대표
      한·미 FTA는 2006년 2월 협상 개시 선언 이후 2012년 3월 발효까지 긴 여정을 거쳐야 했다. 2007년 6월 말 서명 이후 양국은 각각 대선과 총선을 치르면서 협상을 주도했던 정부가 바뀌었고, 2010년 추가 협상을 거친 후에야 비로소 비준에 이르렀다. 한·미 FTA는 양방향 교역을 확대했고, 높은 수준의 포괄적 자유화를 추구함으로써 미국이 체결한 자유무역협정 중 가장 모범적인 것으로 평가되었다. 한편 일본, EU(유럽연합) 및 중국을 자극하여 거대 경제권이 직접 참여하는 메가 FTA의 확산을 촉발하기도 했다. 이런 한·미 FTA가 지금 최대의 시련에 직면해 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자유무역협정을 무역 적자와 실업 증가의 주범으로 지목하면서 미국이 체결한 무역협정의 재검토를 지시했다. 편향되고 왜곡된 시각이다. 그는 일련의 행정명령을 통해 TPP(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 탈퇴, NAFTA(북미자유무역협정) 재협상, 환율 조작 여부 조사를 추진하고 있다. 또 한·미 FTA를 '끔찍한 협정'이라고 칭하면서 '재협상 또는 폐기'를 공언했다.

      트럼프가 미국 우선주의에 기반한 무역협정 개정을 공언하면서 국제 통상 질서는 요동치고 있다. 전후 국제 통상 질서를 이끌었던 다자간 무역 체제인 GATT·WTO가 약화되고, TPP와 TTIP(범대서양경제동반자협정) 등 거대 경제권이 참여하는 메가 FTA 협상에도 제동이 걸렸다. 각국의 경쟁적인 보호무역 조치로 국제 교역은 위축되고 있다. 미국의 소극적 리더십은 불확실성을 증대시키면서 무역 상대국에 새로운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최근 타결된 일본-EU 경제동반자협정과 RCEP(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과 같이 미국이 불참하는 지역 협정이 촉진되고 있는 것이다.

      트럼프식 통상 협상은 미국 우선주의 기조 아래 무역 상대국에 일방적 양보를 강요한다. 한·미 FTA 개정 협상은 국내외적으로 뜨거운 관심사다. 국내적으로는 추가 개방에 따른 피해와 함께 미국 시장 선점 이익이 훼손될지 모른다는 우려가 가득하다. 세계적으로는 NAFTA 재협상과 함께 강자의 힘에 기반하여 체결되는 통상 협정의 새로운 가이드라인이 된다.

      협상의 대상 범위도 문제다. 미국은 초기에 과도한 요구를 던져 기선을 제압하는 협상 행태를 보이곤 했다. 그간 미국은 우리에 대해 철강, 전자제품, 자동차 분야 문제를 집중 지적해 왔다. 그러나 지난 7월 미국이 발표한 NAFTA 재협상에 환율 조작 이슈, 제조업 보호를 위한 무역 구제의 강화, 원산지 강화, 전자상거래, 노동 및 환경 기준의 강화 등이 망라되어 있다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다만 협상 초기에는 전선 확대가 불가피하기 때문에 현 단계에서 협상의 대상 범위와 합의 가능 분야를 가늠하는 것은 시기상조다.

      미국 의회는 한·미 FTA를 성공적으로 평가

      이런 불확실성 속에서 열리는 한·미 FTA 개정 협상을 어떻게 준비하고 대응해야 하는가. 첫째, 고도의 전략적 판단 아래 협상을 기획하고 추진해야 한다. 트럼프식 통상 정책은 무역자유화보다는 미국의 이익 보호라는 관리 무역으로 선회했고 싫든 좋든 그 결과는 새로운 통상 규범의 지침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미국이 주도하는 NAFTA 협상은 물론 미·중 간 구조적 갈등에서 파생하는 미국의 요구와 중국의 대응을 종합적으로 파악해야 한다. 철강의 과잉생산이나 미국 무역 적자는 중국, EU 및 일본에서 유래하기 때문이다.

      둘째, 소극적 방어보다는 공세적이고 창의적 협상안을 준비해야 한다. 미국은 재협상 과정에서 상대국의 일방적 양보를 요구한 전례가 비일비재했다. 더욱이 최근 미 행정부는 국내 인기에 영합하여 상대국을 압박하고 그 목표 달성을 위해 미 대통령에게 주어진 권한을 최대한 발동하려는 경향이 있다. 이익의 균형을 상실한 협상은 결렬시켜야 하지만 우발적 충돌 예방과 이견 해소를 위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야 한다.

      셋째, 한·미 FTA에 우호적인 미 의회, 미 업계와 적극적으로 보조를 맞춰야 한다. 또 중간선거 등 미국의 국내 정치 일정도 예의주시해야 한다. 이 점에서 자유무역협정이 동아시아에서 미국의 전략적 이익을 강화하는 데 기여한다는 미 의회의 시각은 고무적이다. 상원 재무위원회 및 하원 세입위원회의 양당 대표가 지난 7월 발송한 서한은 한·미 FTA를 성공적 협정으로 평가하면서 개정 협상 관련 백악관의 과격한 접근을 경계했다.

      넷째, 새로 출범한 통상교섭본부는 일자리와 먹을거리를 위한 규범 협상을 하는 조직으로서 그에 맞는 고도의 전문성을 갖춰야 한다. 또한 법정 절차에 따라 협상의 투명성을 증진하고 국내 이해 당사자들과 광범위한 소통을 해야 한다. 신임 통상교섭본부장이 과거 미국을 상대로 한 FTA 협상을 기획·지휘했던 인물로서 대통령의 신임을 받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FTA가 무역 적자의 원인이라는 주장은 궤변임에 비추어 포퓰리즘에 기인한 보호무역주의를 퇴치하기 위한 국제 연대에도 적극 참여해야 한다. 무역은 경제성장의 원동력이고 우리에게는 생존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