링컨일렉트릭, 매출 40% 줄 때도 해고 없이 잡셰어링… 최악 위기 넘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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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17.08.26 08:00

      [Cover Story] 세계는 일자리 전쟁 중-기업

      Job sharing 일자리 나눔

      1982년 미국은 오일 쇼크와 인플레이션으로 최악의 경기 불황을 겪고 있었다. 미국 전역 실업률이 대공황 이후 최고 수준인 10.8%로 치솟을 만큼 정리해고가 빈번했다. 당시 미국 내수 시장에 집중하고 있던 용접봉 제조업체 링컨일렉트릭도 매출이 40%씩 줄어드는 위기를 맞았다. 오하이오주에 있는 공장 일감도 연일 줄었다. 그러나 링컨일렉트릭은 단 한 사람의 직원도 해고하지 않았다. 대신 직원들의 근무시간을 주당 45시간에서 32시간으로 줄이고, 공장의 잉여 생산 인력 가운데 상당수는 약간의 교육을 거쳐 판매 사원으로 파견했다. 직접 제품을 만들던 직원들의 해박한 지식은 영업 현장에서 큰 경쟁력이 됐다. 탄력적 인력 운용으로 위기를 버텨낸 링컨일렉트릭은 2008~2009년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찾아온 경기 불황도 해고없이 넘기며 무해고 기업의 명성을 이어오고 있다.

      미국 용접봉 제조업체 링컨일렉트릭은 불황에도 인위적으로 인력을 감축하지 않는 무해고 원칙을 고수해오고 있다. 미국 유타주 케이스빌의 데이비스테크니컬칼리지에 있는 트레이닝센터 개소식 모습. /링컨일렉트릭
      근무시간 줄이고 일자리 재배치

      인력 구조조정은 경기 불황으로 수익에 타격을 입은 기업들이 가장 많이 선택하는 대책 가운데 하나다. 기업의 지출 가운데 가장 부담이 큰 인건비를 줄여 위기를 넘기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위기가 닥칠 때 모든 기업이 이런 식으로 대처하는 것은 아니다. 근무시간 조정을 통한 잡셰어링과 유연한 인력 재배치로 불황을 견디고, 위기 이후 더 큰 폭으로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한 기업도 많다.

      독일의 명품 가전기업 밀레도 그 가운데 하나다. 1899년 창립 이후 매년 성장을 거듭하던 밀레였지만, 2000년 IT 버블이 꺼진 직후 독일을 강타한 경기 불황을 피해가진 못했다. 2003~2004년 밀레의 독일 내 매출은 9.1% 줄었다. 불황을 타개할 방안을 고민하던 경영진이 선택한 대응책은 연구·개발(R&D) 확대였다. 그해 밀레는 5년 만에 최대 규모인 1억3500만유로를 R&D에 투자했고, 전자센터를 새로 세워 인력을 재배치하며 1만5000여명의 직원 수를 유지했다. 불황기에 인위적인 인력 구조조정 대신 내실을 다진 밀레는 이후 성장을 거듭했고, 2016~2017 회계연도에는 전년 같은 기간 대비 5.9% 늘어난 39억3000만유로의 매출을 기록했다. 현재 전 세계에서 1만9000여명이 일하고 있는 밀레는 25년 이상 장기 근속자 수가 1만여명에 이를 만큼 직원 충성도가 높은 회사로도 유명하다. 채용한 직원들이 각자 사정에 따라 다양한 근무 형태를 선택할 수 있게 하는 한편, 사내 대학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활용해 인력을 관리해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다.

      미국 소프트웨어 기업 새스(SAS)는 해고도, 정년퇴직도 없는 기업으로 명성이 높다. 평균 이직률이 20%에 달하는 IT업계에서는 이례적일 정도로 낮은 4% 미만 이직률을 자랑한다. 물론 글로벌 금융 위기가 닥쳤을 당시에는 급작스러운 매출 감소를 경험했다. 2008년 10월말까지만 해도 매출 성장률이 12.5%에 달했지만, 11월 이후 성장이 멎었다. 결국 그해 매출은 전년보다 5.1% 떨어졌다. 경쟁 업체들의 인력 감축 발표가 이어졌고, 직원들 사이에서는 '누가 먼저 해고될까'에 대한 대화가 오갔다. 그러나 2009년 1월 짐 굿나잇 SAS 회장은 인터넷 웹캐스트를 열고 전 세계 1만3000명의 직원을 향해 "단 한 사람도 불황 때문에 일자리를 잃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단언하며 "함께 불필요한 소비를 줄이고 위기를 헤쳐가자"고 당부했다. 그해 SAS의 매출은 전년 대비 2.2% 늘어나는 데 그쳤지만, 회사의 지출 증가율 역시 1% 미만을 유지해 불황을 버텨 냈다.

      고용유지 대신 비용지출은 줄여

      불황기에도 사람을 쉽게 해고하지 않고 일자리를 지켜온 기업 중에는 호황기 고성장의 유혹을 마다한 채 꾸준한 성장을 선택한 기업도 있다. 일본의 이나식품공업은 직원 수가 약 450명에 불과한 작은 회사지만, 1958년 이후 적자 없이 꾸준히 성장해 온 회사다. 종신 고용과 연공 서열제를 고수하고 있는 이 회사를 이끌어 온 쓰카코시 히로시 회장은 꾸준한 저성장을 추구하는 '나이테 경영' 철학으로 유명하다. 그는 "제품이 잘 팔리는 호황기에 직원을 많이 채용하고 설비 투자를 늘리면 불황 때 그만큼 늘렸던 설비나 잉여 인력을 줄여야 하는 부담이 생긴다"는 철학으로 매년 20여명을 채용해 종신 고용하는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