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2017.08.12 08:00
[Arts]
[이규현의 Art Market] (3) 미술 투자의 심리적 이자율
영국 경매회사 런던 소더비가 지난 6월 진행한 '인상파 및 근대 미술 세일'에서 바실리 칸딘스키(1866~1944)의 추상화 두 점이 연속해서 작가 최고 경매가 기록을 갈아 치웠다. 그의 1909년 추상화가 2100만파운드(약 308억원)에 팔려 작가 최고가를 기록하더니, 몇 분 뒤 같은 경매에 나온 1913년 추상화가 3300만파운드(약 485억원)에 팔린 것이다. 국내에서는 추상화가 김환기(1913~1974)의 최고가 기록이 서너 달이 멀다 하고 계속해서 깨져서 '김환기 최고가 경신'이라는 뉴스가 이어진다.
사실 미술시장 전체를 보면 상황이 좋지만은 않다. 작년 한 해 동안 경매에서 팔린 작품의 낙찰 총액(221억달러, 약 25조원)이 전년보다 26%나 줄었다. 그러나 해외 수집가들이 열광하는 초고가 미술 작품 수요에는 별다른 영향이 없는 듯하다. 그림 값은 누구도 예측할 수 없다. 상상하지 못할 만큼 오를 수도 있지만 오히려 내려갈 수도 있다. 그런데도 초고가 미술 작품을 사는 사람들은 거침없이 기록가를 세운다. 뭔가 확신이 있는 듯 자신이 마음에 두고 있던 작품이 나오면 머뭇거리지 않고 큰돈을 내밀며 작품을 사들인다. 왜 그럴까?
미국의 심리학자 워너 뮌스터버거는 저서 '수집, 다루기 어려운 열정(Collecting, an Unruly Passion)'에서 "열정적으로 모은 미술 작품은 어른들에게 포근한 담요 같은 역할을 한다. 사람들은 좋은 작품을 가지고 있으면 그 작품의 가치가 자기 자신에게 옮겨 온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유명한 미국 근대미술 수집가 에밀리 트레멘은 "내가 그림을 사는 이유는 책을 사는 이유와 같다"고 했다. 미술 투자에는 경제적 요인은 물론, 심리적 요인이 크게 작용한다는 말이다.
사실 미술시장 전체를 보면 상황이 좋지만은 않다. 작년 한 해 동안 경매에서 팔린 작품의 낙찰 총액(221억달러, 약 25조원)이 전년보다 26%나 줄었다. 그러나 해외 수집가들이 열광하는 초고가 미술 작품 수요에는 별다른 영향이 없는 듯하다. 그림 값은 누구도 예측할 수 없다. 상상하지 못할 만큼 오를 수도 있지만 오히려 내려갈 수도 있다. 그런데도 초고가 미술 작품을 사는 사람들은 거침없이 기록가를 세운다. 뭔가 확신이 있는 듯 자신이 마음에 두고 있던 작품이 나오면 머뭇거리지 않고 큰돈을 내밀며 작품을 사들인다. 왜 그럴까?
미국의 심리학자 워너 뮌스터버거는 저서 '수집, 다루기 어려운 열정(Collecting, an Unruly Passion)'에서 "열정적으로 모은 미술 작품은 어른들에게 포근한 담요 같은 역할을 한다. 사람들은 좋은 작품을 가지고 있으면 그 작품의 가치가 자기 자신에게 옮겨 온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유명한 미국 근대미술 수집가 에밀리 트레멘은 "내가 그림을 사는 이유는 책을 사는 이유와 같다"고 했다. 미술 투자에는 경제적 요인은 물론, 심리적 요인이 크게 작용한다는 말이다.



수집가들 광적 열정이 초고가 원인
경제학과 심리학을 접목한 '행동경제학'에서는 경제주체들이 온전히 합리적인 것만은 아니며 때로는 감정적인 선택을 한다고 주장한다. 특히 행동경제학에서 말하는 '보유효과(endowment effect)' 이론에 따르면 경제주체들은 자신이 소유하거나 소유할 수 있는 물건에 특별한 애착을 가지기 때문에 그 물건에 객관적 가치 이상의 가치를 부여한다.
구스타프 클림트의 그림 '아델르 블로흐-바우어의 초상I'을 2006년 1억3500만달러(약 1416억원) 주고 산 사람은 미국의 사업가이자 화장품 브랜드 에스티 로더 창업주의 둘째 아들인 로널드 로더였다. 그는 어렸을 때 이 그림을 오스트리아 빈의 미술관에서 본 뒤 한 번도 잊은 적이 없다고 말했다. 이 그림이 시장에 나오기가 무섭게 사들인 그는 당시 '가장 비싼 그림' 기록을 세웠다. 그에게 이 그림의 '보유 가치'는 값을 매길 수 없는 것이다.
현재 내 것의 가치가 중요한 '시간 선호'
수집가들이 좋아하는 미술 작품에 투자를 하는 것은 '시간 선호(time preference)' 때문이기도 하다. 미래의 가치보다 현재의 가치를 더 선호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1년 이자율이 10%라면 지금의 100만원과 1년 후의 110만원이 똑같은 가치를 가져야 한다. 하지만 그림의 경우 지금 100만원은 1년 후 몇 백만원에 맞먹기도 한다. 1년 후 이자 10만원보다는 매일 독대하며 감상할 수 있고, 손님과 친구들에게 '내 것'이라고 자랑할 수 있는, 지금 현재 내 소유이기 때문에 누리는 가치가 더 클 수 있다.
보유 효과와 시간 선호 같은 이론으로 생각하면 결국 미술 투자는 구매자에게 '심리적 이자율'을 얹어 준다고 말할 수 있다. 심리적 이자율은 자신이 그 그림을 소유함으로써 얻는 효용과 만족감이다. 이런 심리적 이자율은 개인적 선호가 반영된 것이어서 경기가 좋고 나쁨에 구애받지 않는 '비(非)경기변동적'인 특성도 있다.
소년 시절 자신에게 큰 영감을 준 화가의 작품을 어른이 되어 드디어 손에 넣었을 때, 그 그림을 보며 얻는 효용은 같은 금액을 은행에 맡겼을 때 통장에 입금되는 이자 소득보다 얼마나 클까. 20%? 100%? 적어도 현재의 은행 이자율인 연 2%보다는 클 것이며, 사람에 따라서는 계산할 수 없을 만큼 높을 것이다. 사람들이 미술에 투자하는 것에는 이런 심리적 이유가 크게 작용한다.
경제학과 심리학을 접목한 '행동경제학'에서는 경제주체들이 온전히 합리적인 것만은 아니며 때로는 감정적인 선택을 한다고 주장한다. 특히 행동경제학에서 말하는 '보유효과(endowment effect)' 이론에 따르면 경제주체들은 자신이 소유하거나 소유할 수 있는 물건에 특별한 애착을 가지기 때문에 그 물건에 객관적 가치 이상의 가치를 부여한다.
구스타프 클림트의 그림 '아델르 블로흐-바우어의 초상I'을 2006년 1억3500만달러(약 1416억원) 주고 산 사람은 미국의 사업가이자 화장품 브랜드 에스티 로더 창업주의 둘째 아들인 로널드 로더였다. 그는 어렸을 때 이 그림을 오스트리아 빈의 미술관에서 본 뒤 한 번도 잊은 적이 없다고 말했다. 이 그림이 시장에 나오기가 무섭게 사들인 그는 당시 '가장 비싼 그림' 기록을 세웠다. 그에게 이 그림의 '보유 가치'는 값을 매길 수 없는 것이다.
현재 내 것의 가치가 중요한 '시간 선호'
수집가들이 좋아하는 미술 작품에 투자를 하는 것은 '시간 선호(time preference)' 때문이기도 하다. 미래의 가치보다 현재의 가치를 더 선호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1년 이자율이 10%라면 지금의 100만원과 1년 후의 110만원이 똑같은 가치를 가져야 한다. 하지만 그림의 경우 지금 100만원은 1년 후 몇 백만원에 맞먹기도 한다. 1년 후 이자 10만원보다는 매일 독대하며 감상할 수 있고, 손님과 친구들에게 '내 것'이라고 자랑할 수 있는, 지금 현재 내 소유이기 때문에 누리는 가치가 더 클 수 있다.
보유 효과와 시간 선호 같은 이론으로 생각하면 결국 미술 투자는 구매자에게 '심리적 이자율'을 얹어 준다고 말할 수 있다. 심리적 이자율은 자신이 그 그림을 소유함으로써 얻는 효용과 만족감이다. 이런 심리적 이자율은 개인적 선호가 반영된 것이어서 경기가 좋고 나쁨에 구애받지 않는 '비(非)경기변동적'인 특성도 있다.
소년 시절 자신에게 큰 영감을 준 화가의 작품을 어른이 되어 드디어 손에 넣었을 때, 그 그림을 보며 얻는 효용은 같은 금액을 은행에 맡겼을 때 통장에 입금되는 이자 소득보다 얼마나 클까. 20%? 100%? 적어도 현재의 은행 이자율인 연 2%보다는 클 것이며, 사람에 따라서는 계산할 수 없을 만큼 높을 것이다. 사람들이 미술에 투자하는 것에는 이런 심리적 이유가 크게 작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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